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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4-04-04 18:38:19
  • 수정 2014-05-22 12: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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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자 있기로 선택한, 홀로 남겨진, 같이 있어도 혼자를 꿈꾸는 싱글 남녀에게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행복해지려고 꼭 군중 속에 스타가 될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필요가 없는데도 주변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상의 소소한 작은 일에서,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과 마주할 때, 내 스스로가 그럴 듯 해보일 때 ‘아, 행복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법이다.  

나도 앞만 보고 달려왔던 10여년간의 의사생활을 접고 달리는 기차에서 투신하듯 미국으로 건거 가 혼자지내는 법을 배웠던 시간이 있었다. 30대 중반의 그런 용기는 나에게 평생 처음 혼자만의 시간들을 선물했다. 지금도 그 때의 3년 남짓한 시간들을 떠올리면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이 얼굴에 그대로 느껴진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하고 지냈던 시간 속에서 내가 평생 처음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알아가게 되었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깨달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의사 가운을 벗은 나는 영어를 잘 못하는 동양인 30대 여성으로 발가벗겨져 있었다.  비록 남들의 인정과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혼자 있으니 내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하나씩 내가 원하는 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혼자 사는 여성

전통적인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엄마처럼 무작정 희생하면서 살진 말아야지 결심하면서 스펙쌓기에 열중하고, 전문직 여성이 되려고 애쓴다. 오랫동안 여자의 인생은 아버지와 남편과 아들이라는 존재가 늘 함께 있어왔기에 혼자만의 삶이란 허락되지 않았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돈도 있고 애인도 있는데 결혼을 왜 해야 하는 걸까?  한마디로 여자들이 똑똑해진 거다. 하지만 현실은 서른 살이 훌쩍 넘어서도 가족과 독립하지 못하고, 방을 얻어 나가겠다고 큰소리 치고도 부모와 같이 살고 있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는 연습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집 떠날 두려움이 앞선다.
반면 유학이라는 도피처에서 난생 처음 외로운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 침묵훈련이라도 받듯이 아무하고도 말을 섞지 않고 한달 이상 보내는 이도 있다.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건어물녀‘가 되어 데이트조차 귀찮아 하기도 한다. 끔찍한 마흔살이 되기 전에 서둘러 결혼을 결정하기도 하고, 결혼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바로 갈라서기도 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한 이들은 자아를 찾겠다고 다시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이렇게 여성들은 자의든, 타의든 혼자 사는 법을 배워간다. 

누구나 혼자 남겨지는 법

100세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어느 시점에 홀로 남겨질 때가 찾아올 것이다. 부부가 이혼을 하지 않고 끝까지 같이 살더라도 평균 남녀 수명이 10년 이상 차이가 나니 적어도 10~15년은 여성 홀로 남겨진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가 혼자 살기 더 수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정서적인 안정은 필수. 혼자서 밥 먹을 수 있는 용기, 결혼 언제 하냐·언제까지 혼자 살 거냐는 주변의 시선을 이길 수 있는 냉정함, 텅빈 집에 반겨주는 이 없이도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 나에게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투철한 직업관, 배우자의 경제력에 의존하지 않을 돈까지 구비해야 한다. 

‘나혼자 산다’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요즘 남성들도 혼자 사는 것이 대세다. 혼자 벌어서 혼자 쓰기를 선호한다. 솔로 이코노미가 50조원 시대.‘나혼자 산다’ 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1인 가구용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남자도 역시 트렌드는 싱글남이다. 결혼하게 되면 유부남이 누리는 생활의 안정보다도 부양의 의무가 더욱 부담된다.
결혼한 유부남도 언젠가는 혼자될지도 모르는 그 날을 위해 혼자 사는 법을 배워놓아야 한다. 남자들은 엄마의 관심과 애정 탓으로 혼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세탁, 설거지, 청소, 옷정리, 침대정리, 속옷사는 일까지 엄마의 몫이었다. 혼자 사는 것이 하나의 사회문화가 되면서 남자들은 평생 해본 적 없는 엄마의 역할을 도맡아서 하겠다는 거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드라마처럼 화려한 싱글은 없다.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
싱글남 5년차인 M은 철저한 자기관리만이 살 길이라고 하였다. 자기관리에는 피부, 의상, 헤어 등 외모관리는 물론 의식주, 돈, 체력, 여자친구, 성욕, 인맥, 흡연, 음주, 게임, 인터넷사용까지 포함된다. 혼자살기 10년차인 K는 결혼한 사람 외에 취미를 공유하고 대화가 통하는 동성 또는 이성 친구는 돈보다 더 귀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재테크 못지 않게 우테크(친구), 휴테크(여가)가 싱글라이프에서 중요하다.

혼자 있을 수 있는 힘, 자존감

혼자 사는 이들에게 결혼하고 싶을 때는 남녀불문하고 몸이 아플 때다. 혼자만의 자유도 아프면 다 소용없다.
그래도 혼자 사는 게 편하다면 결혼을 어떻게 하나라는 염려 따윈 버려라. 이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하자있는 ‘싱글’이나 ‘모태 솔로’라서가 아니다.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삶의 주인이 내 자신이 되고 싶은 일인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존감으로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며, 도덕적으로 자책하지 않으며,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외롭고 쓸쓸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쉽게 상처를 받거나, 나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것을 피하지 않는다. 자신의 진가를 가장 잘 알기에 실패 뿐 아니라, 성공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싱글라이프의 묘미는 내 삶을 나 혼자 100% 조절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이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외롭고 쓸쓸하다면, 혼자서도 당당하게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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