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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주도 전공의들 “우리는 88만원세대 저임금 노동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4-03-17 23:50:50
  • 수정 2014-03-19 20: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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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강경대응 투쟁 부추겨 … 평균 100시간 살인적 업무강도, 개원가 줄폐업 등 불안감 작용

지난 10일 총파업에 참여한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 3층 대회의실에 모여있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17일 원격진료 시범사업 및 건강보험 개선 등에 합의함으로써 총파업 철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총파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한 집단은 개원가도, 의협도, 대학교수도 아닌 젊은 전공의들이었다. 대학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파업 동참을 선언하자 정부는 의료대란을 우려해 협상카드를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빅5병원 소속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는 결정타였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가장 먼저 동참을 선언했으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잇따라 파업에 참여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전공의 대표가 자진사퇴하는 내홍을 겪긴 했지만 13일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동참했다.

전공의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전국 1만7000여명의 전공의 중 7190명(42.3%)이 이번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 3160명, 강원도 370명, 충청도 500명, 대구·경북 980명, 전남·전북 680명, 부산·경남 1500명이었다.

이들은 참여가 저조했던 개원가나 선배의사들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기도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전국 전공의들은 한마음으로 의료제도 바로세우기 투쟁에 동참키로 결의했다”며 “선배의사라도 전공의들의 투쟁에 반해 분열된 모습을 보인다면 규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파업 참여는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응,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대검찰청 공안부까지 나서 “파업 참여시 최대 면허취소까지 될 수 있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내자 원격진료나 의료민영화 등 의료계 현안으로 불안해하던 전공의들이 들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의협내 총파업 행사장에서 만난 한 전공의는 “정당한 주장을 하는 의사들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정부의 행태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며 “의사면허는 힘든 과정을 통해 취득한 소중한 권리인데,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겠다는 발언은 의사라는 직업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인적인 업무강도는 전공의들의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다. 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주당 근무시간이 100시간 이상인 전공의가 전체의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의 당직비는 고작 1만원에 불과하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종합병원 전공의의 평균 근무시간은 주당 108.3시간에 달한다고 밝혔다. 보통 전공의 1년차의 경우 주당 120시간, 2년차는 110.5시간, 3년차는 98.1시간, 4년차는 92.1시간씩 근무한다. 이는 법정 근로시간의 약 3배다. 반면 유럽 전공의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48시간, 미국은 80시간에 불과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를 부추겼다. 전체 1만7000여명의 전공의 중 극히 일부만 치열한 경쟁과 밤낮없는 연구 및 진료활동을 거쳐 대학병원 교수로 임용된다. 즉 전공의 중 상당수가 중소병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거나 직접 병원을 차려야 하는데 개원가의 줄폐업, 비현실적인 수가구조, 원격진료 도입 등 현재 의료계의 상황은 이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특히 의료민영화나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개원가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엄청난 업무강도와 학습량을 견뎌냈는데 제대로 된 진료활동은 커녕 병원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박탈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공의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는 24시간내내 일하고도 1만원의 당직비를 받는 저임금 계약노동자이자 ‘88만원세대’의 젊은 노동자일 뿐”이라며 “이번 투쟁을 통해 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은 지나치게 열악해 의학적 훈련이 불가능할 정도”라며 “병원과 정부는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10일 전국 개원가의 휴진율이 29.3%에 그치자 의협과 선배의사들이 전공의의 파업참여를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강도높은 업무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수입이 평균 이상인 전공의들이 88만원세대를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병원마다 다르지만 전공의들은 한 달에 약 200만~40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88만원세대나 저임금 계약직노동자 등을 운운하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젊은층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괴리감이나 반발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와 의협이 지난 17일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키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공의 수련환경 지침에 명시된 주당 최대 88시간의 수련시간이 유럽의 48시간이나 미국의 80시간에 비해 턱없이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단계적으로 하향조정키로 했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를 신설하고, 오는 5월까지 전공의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수련환경 평가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논란이 됐던 전공의 재수련(유급) 관련 조항도 폐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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