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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일으켰다는 ‘흡입분만’, 무조건 나쁜 것 아냐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3-11 13:50:22
  • 수정 2014-03-14 16: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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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분만시 아기 제대로 내려오지 못할 때 짧게 이용 … 뇌성마비, 분만전 태내감염 원인 많아

흡입분만은 자연분만에 어려움을 겪는 산모들에게 시행되며, 짧은 시간동안 이뤄지므로 주치의가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큰 문제가 없다.

최근 임산부 사이에 관심 핫 키워드로 떠오른 게 ‘흡입분만’(vacuum delivery)이다. 흡입분만이란 자연분만 시 금속제 혹은 실리콘제 흡입컵을 태아의 머리에 부착시켜 음압을 만든 후에 잡아당겨서 분만을 시행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로 분만 최종순간에 아기가 잘 내려오지 않을 때 사용된다.
 
이 시술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5년 전 무리한 흡입분만술로 아기를 뇌성마비에 빠지게 한 산부인과 의사가 배상금 5억원을 물면서 집중되기 시작했다.
 
진모 군의 어머니 오 모씨(33)는 2008년 7월 22일 전북 전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의사의 결정에 따라 흡입분만을 시도했으나 실패, 제왕절개로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진 군은 태어나자마자 스스로 호흡하지 못했다. 또 두개골골절, 안면신경마비 진단까지 받았다. 현재는 뇌성마비 및 경직성사지마비 등으로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언어·인지장애까지 겹쳐 종합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태아의 상태를 살필 의무를 소홀히 했고 분만과정에서 생긴 이상증상을 제때 발견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뇌성마비의 다양한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요인이 분만의 어려움을 일으켰을 가능성 등을 들어 의사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사실 흡입분만은 위험한 것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꼭 필요한 경우가 적잖다. 신용덕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산모가 지쳐서 힘을 못주거나, 태아의 머리방향이 약간 틀어져 엄마의 힘만으로는 아기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엔 흡입분만기로 아기의 머리를 분만하기 좋게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산모들이 많은 임신·출산·육아 카페에서도 이를 통해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는 후기글도 적잖이 볼 수 있다.

주부 유 모씨(29)는 무통분만을 위한 주사를 맞은 뒤, 약발이 지나치게 잘 받아 제대로 ‘무통천국’을 맛봤다. 8시간 동안 진통·통증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몸은 편했지만 문제는 아기를 낳을 때였다. 분만 시 힘을 줘야하는데 그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었다. 의료진이 힘을 주라고 할 때 힘껏 주고 있는데, 힘을 제대로 주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결국 그는 흡입분만으로 자연분만할 수 있었다.

신용덕 원장은 “되도록 제왕절개수술 대신 자연분만을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게 흡입분만으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흡입분만을 시도하다가 상황이 어려우면 제왕절개술로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건강상태가 나빠 분만이 빨리 돼야 하는데, 산모는 힘을 주지 못하고, 제왕절개수술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에도 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신 원장은 “어떤 수술이든 그렇듯 이론상으로 흡입분만의 합병증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기의 머리가 골반에 진입한 후 주의사항을 지켜서 잘 사용한다면 큰 위험 없이 자연분만을 도와 제왕절개수술의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분만법”이라고 말했다.
 
문헌상으로 생길 수 있다고 밝혀진 흡입분만의 합병증으로는 태아의 두피열상, 두피타박상, 모상건막하혈종, 두혈종, 두개내출혈, 결막하출혈, 망막출혈, 쇄골골절, 견갑난산, 신생아황달, 뇌신경손상, 에르브씨 마비, 태아사망 등을 꼽을 수 있다. 신 원장은 “이런 합병증들은 다른 분만방법에서도 생길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기계가 태아의 머리를 쥐는 힘이 약해서 여러번 힘주게 되면 기계분만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산모가 장시간 진통을 겪어 태아 머리피부가 많이 부어 있다면 기구를 부착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기계에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합병증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흡입분만기를 사용할 때 무리한 힘을 주면 태아 두피가 손상을 입거나 머리가 빠지거나, 피하·골막 혈관이 다쳐 피가 나기도 한다. 태아 머리의 윗부분은 성인과 달리 뼈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아 기계에 의한 압력이 뇌에 바로 전달되면 간혹 진 군처럼 뇌손상이 유발될 수도 있다.

신용덕 원장은 “흡입분만은 분만의 최종 순간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시행하는 방법으로 이로 인해 뇌성마비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며 “많은 의학 문헌에서도 태아에게 뇌성마비가 유발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분만 중에 생기는 게 아니며 분만 전에 이미 생겨있는 태내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계를 얼굴에 붙이면 안 되므로 태아가 정수리가 아닌 얼굴을 아래로 향하고 내려오는 ‘안면위’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신 원장은 “흡입분만은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켜 무리하지 않게 사용한다면 안전한 방법”이라며 “다만 이 방법을 시도하기 전에 담당 주치의의 세심한 관찰력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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