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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고위험군 감염, 무조건 ‘자궁경부암’으로 이어지나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26 15:25:32
  • 수정 2015-04-27 11:4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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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보유자 중 0.5%정도만 암 발병 … 지나친 걱정 금물, 정기검진으로 자궁건강 챙겨야

여성들의 HPV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바이러스를 빨리 사라지도록 유도하는 외음부세척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직장인 이모 씨(30·여)는 지난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고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있다. 아직 미혼이지만 ‘예방해서 나쁠 것 없다’는 말에 꾸준히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는 세번째 검사를 마치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백신을 맞았는데도 자궁경부암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2개나 검출된 것이다.

자궁경부암에 가장 치명적이라는 16번까지 검출돼 하늘이 노랗다. 어쩐지 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자궁경부암에 걸린 것만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의사도 “이제 30대에 접어든 만큼 암검사와 세포검사를 해보자”고 겁을 줘 화가 난다. 이미 백신을 맞기 전에 감염돼 발현된 것 같으니 백신의 효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어차피 감염됐는데 괜히 맞았나’하는 생각까지 든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 Human Papillomaviru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일하게 백신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알려진 데다가 2012년 9월 차영주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가 한국 여성의 34.2%가 HPV에 감염됐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국내 여성 3명 중 1명은 HPV를 보유하고 있다. 성생활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젊은층인 18~29세에서는 49.9%를 기록하기도 했다. HPV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질암·외음부암뿐만 아니라 콘딜로마(곤지름)을 유발하기도 한다. 남성이 감염되면 곤지름 정도가 당장의 큰 문제로 여겨지며, 드물게 구강암의 원인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김미경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HPV가 자궁경부암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맞지만, 성생활을 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감기 같은 존재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PV 고위험군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 자궁경부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사라지지 않는 현상이 오래가는 사람 가운데 0.5% 정도에서 암이 나타난다. 자연소멸하기도 하며 이에 대한 자연항체를 만들어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아직 바이러스를 퇴치할 직접적인 치료제는 없다. 요컨대 HPV 노출된 사람 중 극히 일부에서만 암으로 전이되는 것으로,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미경 과장은 “간혹 일부 의사에서 HPV에 감염된 것을 보자마자 환자에게 지나치게 겁을 주기도 한다”며 “이와 관련해 몇몇 해외 의학자들은 ‘HPV 검출 여부가 자궁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단서로 활용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HPV 감염을 자궁경부암과 직결시키는 일반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HPV검사 자체에 반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HPV가 검출됐을 때 검진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은 분명 암 발병을 막는 데 보탬이 된다. 자궁경부암은 ‘무증상이 증상’으로 너무 늦으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중국의 인기 여배우 쑹원페이(27)도 지난해 3월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아이를 키우는 등 생계를 위해 계속 드라마를 찍다 4개월 동안 치료를 받지 못했다. 원래 생명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 했다. 즉 고위험군 바이러스 노출됐다고 비관할 게 아니라 정기검진과 조기치료로 나서는 게 더 중요하다.

HPV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바이러스를 빨리 사라지도록 유도하는 치료보조제가 나오기도 했다. 올해 초 HPV 감염에 의한 자궁경부병변에 외음부세척제 ‘시자르 세라바(CIZAR SeLava)’가 임상학적 효과를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고위험군에 노출됐다고 무조건 암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내세우는 의학계 의견도 있다. 1년에 2회 정도 질확대경검사 및 자궁경부암검사를 시행하고, 이상이 있으면 세포 이형성증 여부를 검사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시행해 치료 방법을 정한다.

검사 결과는 CIN1(경증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CIN2(중등도의 자궁경부상피이행증), 암으로 가기 직전단계의 CIN3로 나뉜다. CIN3 단계에서도 제때 치료하면 완치율이 90%를 넘는다.

CIN1이나 CIN2로 판정되면 미혼인 경부 대부분 전기·고주파·레이저로 자궁경부 병변을 파괴시키는 자궁경부소작술이나 열응고술을 많이 시행한다.

간혹 염증이 심하게 동반됐다면 원추절제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자궁경부를 고깔 모양으로 도려내는 시술이다. 예전엔 직접절개로 이뤄졌지만 요즘엔 고주파를 이용하기도 한다. 대개 5~7㎜로 얇게 도려내며, 그 이상 깊게 절제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원추절제술을 받았다고 해서 임신이나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돼있지만 일부 보고에서 원추절제술을 크게 받았을 때 조산율이 조금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해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지 않거나, 괜히 맞았다고 투덜댈 필요는 없다. 현재 감염돼 있는 바이러스 이외의 다른 타입으로 인한 질환을 막을 수 있다. 예컨대 곤지름(콘딜로마)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곤지름에 걸리는 여성이 많고, 이를 시술하는데 드는 비용에 비하면 백신접종 비용이 더 싸게 먹힐 수도 있다. 나아가 곤지름에 걸린 후 나타날 수 있는 우울증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회피할 수 있다. 

백신은 MSD사의 ‘가다실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를 꼽을 수 있다. 가다실은 6, 11, 16, 18번 바이러스 항체를 만들어 콘딜로마까지 예방한다. 서바릭스는 고위험군 16, 18번 두가지만 예방하지만 지속기간이 가다실에 비해 조금 더 길고 가격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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