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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형 성형외과서 전신마취로 눈코성형 받은 여고생, 두달째 뇌사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4-02-12 15:16:29
  • 수정 2014-02-13 16: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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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당수 병원, 수술실 회전율 높이려 서두르다 국소마취 대신 일방적 ‘전신마취’ 강행 흔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피켓시위 하고 있는 피해 여고생의 지인의 모습, 트위터 출처.

대입을 마치고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었던 여고생의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강원도 삼척시의 한 S고에 다니던 고3 여학생 장 모씨(19)가 대학에 수시합격한 뒤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눈·코 성형수술을 받다가 의식을 잃고 두 달째 의식불명의 뇌사 상태에 놓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장 씨는 지난해 12월 9일 어머니와 함께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내 굴지의 G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눈·코성형을 결정했다. 집도의 조 모 원장은 사고 이후 병원을 그만두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쌍꺼풀수술과 코성형수술은 두 가지를 합쳐도 대략 2~3시간 내외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장 씨는 수술실에 들어간 지 7시간만인 오후 10시45분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속칭 ‘국민 성형’으로 불릴 만큼 흔한 성형인데 어쩌다 이런 사단이 난 것일까. 장 씨 가족은 병원 측이 보호자 동의도 없이 전신마취로 성형수술을 했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들은 “부분마취에 대한 동의만 받았다”며 “수술 중 동의 없이 전신마취를 한 게 문제였다”며 의료사고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눈·코성형은 대부분 국소마취나 수면마취를 이용하거나 두가지를 병행해 이뤄진다. 수면마취할 경우 환자를 재운 뒤 활력징후(바이탈사인)를 체크해가면서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간호인력을 대기시킨다. 그 다음 국소마취제로 수술 부위를 다시 마취시키고 수술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환자의 수술 전 상태, 컨디션 문제, 약물 알레르기 등을 고려해 특별한 상황엔 전신마취로 변경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통보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취과정과 부작용에 대해 설명하고 서명을 받는 과정이 필수다.
하지만 현실은 미리 전신마취로 수술해버리고 이후 ‘전신마취로 진행됐다’며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권장덕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외협력 이사는 “마취과 의사 상주 여부는 성형외과 선택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조건 ‘상주한다’ 해서 안심할 것은 아니다”며 “상주 여부보다 1대 1로 제대로 케어해 줄 수 있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성형공장’으로 불리는 기업형 성형외과에서는 수술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마취과 의사가 제대로 상태를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며 “하루에 최대한 많은 사람을 빨리 성형해야 하는 만큼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기 쉬운 형태로 ‘전신마취’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환자가 완전히 잠든 상태이기 때문에 수술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즉, 병원 업무의 효율성과 ‘수술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환자를 수술하기 쉬운 형태로 ‘셋팅’하고 다른 수술환자로 바통을 이어가는 시간을 빠르게 하는 것이다.

권 이사는 “전신마취를 했다고 무조건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다”며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게 더욱 중요한 문제로,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병원이라 하더라도 전문의가 면밀히 지켜보지 못하면 사고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술이 시작된 지 7시간 만에 응급실로 후송된 것도 문제성이 다분하다. 수술 중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시간만 끌다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됐다는 게 가족의 주장이다.
이런 보도에 네티즌들은 ‘병원이 괜히 자만심을 부리려다 일이 더 커진 게 아니냐’, ‘사고가 터지고 쉬쉬하려고 뭉그적댄 게 아니냐’하는 반응이다.

응급의료장비를 갖춰도 이런 사고가 나지만 국내 성형외과 4곳 중 3곳은 응급의료장비가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전체 성형외과의 응급의료 장비 구비현황(2013년 7월 기준)’을 보면, 전체 1091개 성형외과 가운데 76.9%인 839곳이 응급의료장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신속한 대응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응급의료장비는 심장충격기(자동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를 말한다. 수술하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때 긴급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집도한 조 모 원장이 사고 직후 병원을 그만두고 전화번호까지 바꾼 상태”라며 “조모 원장과 연락이 닿아야만 정확한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술실에는 집도의 외에도 의료진이 함께 들어가는 게 당연한 만큼 병원 측의 해명은 무성의하다는 게 가족 및 네티즌의 대체적 견해다.

전신마취로 수술하는 경우엔 수술 도중 지속적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체내산소농도가 떨어지거나 무호흡증상이 나타나면 뇌로 전해지는 산소량이 떨어져 뇌사상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신마취 후에는 수술 직후 환자를 깨워 이름·나이, 자신이 처한 상황 등에 대해 간단히 질문해 의식이 돌아왔는지 확인한다. 수술이 끝난 후에도 하루이틀은 지속적인 컨디션 체크는 기본이다. 이같은 모니터링에만 충실했어도 예방이 가능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환자를 장시간 방치했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장 씨의 학교 선후배와 지인 80여명은 11일 오후 1시부터 4시간여에 걸쳐 G성형외과병원 본점 앞에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G성형외과는 지난해 12월 서울 신사동에 지상 15층 높이의 사옥을 준공하는 등 이른바 국내 ‘빅5’로 꼽히는 대형 성형외과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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