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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방 아우르는 재활의학 강자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4-01-20 18:40:24
  • 수정 2014-01-23 10: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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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한의대 편입해 양한방 섭렵 … 국내 최대 의료진 갖춘 ‘재활전문병원’ 키워

‘흑묘백묘(黑猫白猫)’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로 중국의 정치가 덩샤오핑이 1978년부터 실시한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의미한다. 즉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를 가릴 필요 없이 인민이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만들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뜻이다.

박선구 광화의료재단·러스크병원·하워드힐병원 이사장은 흑묘백묘 정책을 의료에 적용한 재활의학의 선구자다. 박 이사장은 “덩샤오핑의 실용주의적·현실적인 정책은 의료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며 “서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환자만 잘 치료하면 된다는 게 치료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양한방통합을 강점으로 뇌졸중 환자 등의 재활치료에 집중하고 있는 박선구 광화의료재단 이사장

1984 학번으로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박 이사장은 국내 최초로 재활의학치료에 양한방협진 개념을 적용했다. 1998년 경기도 양평에 재활의학과를 개원해 노인 및 만성질환자를 진료하던 박 이사장은 관절염을 앓던 한 할머니를 만나면서 한의학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78세 관절염 환자는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증상을 동반하고 있었으며 진찰 결과 ‘풍두선(風豆旋)’인 것으로 확인됐다. 할머니에게 양약을 처방했지만 병은 쉽게 낫질 않았다.

나흘 후 풍두선을 말끔히 치유한 상태로 병원을 다시 찾은 이 할머니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다 나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불신했던 한의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구 한의대 본과에 편입해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오후 5~10시에는 환자를 진료했다. 의사는 환자의 치료율을 1%라도 올릴 수 있다면 지구 끝까지 찾아가 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었다.

박 이사장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여러 증상을 겪고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데 각자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며 “양한방협진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동반자의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고 관련 치료법을 발전시키면 난치성 질환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한방협진이 효과적인 요즘의 난치성질환으로는 급·만성간염, 탈모, 아토피피부염, 건선, 갑상선질환, 당뇨병, 암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면역계 기능이상과 관련된 질환으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중금속·환경호르몬 축적 등이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이들 질환 중 대부분은 현재 완치가 불가능하거나 단순히 약물로 증상을 억제 및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상당수 환자들이 치료과정에서 통증, 가려움증, 현기증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양한방협진을 향한 그의 노력은 차츰 결실을 맺고 있다. 박 이사장은 직접 수중 보행 재활치료장비인 ‘아쿠아큐브’를 개발, 2010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 장비는 치료사의 도움없이 환자 홀로 물속에 들어가면 수중러닝머신에 의해 보행치료를 받을 수 있게 설계됐다.
아큐아큐브는 관절염·척추디스크·근육마비·신경마비 등으로 걷기 힘들거나 노환으로 근력이 떨어진 경우 물속에서 보행과 운동을 하는 장비다. 당시 외국에서 수입된 제품은 1억8000만∼3억2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아쿠아큐브는 4000만∼5000만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이와 함께 한양대 휴먼로봇연구실과 로봇전문기업인 로보스타와 공동으로 걷기 힘든 환자들에게 보행법을 연습시키는 재활로봇시스템의 개발을 추진 중이다.

재활의학과 의사 중 대부분은 환자에게 수영장 물속에서 운동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재활운동을 할 만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수영장 수도 부족하고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눈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크다.

박 이사장은 “지금까지는 수영을 못하는 환자가 수영장에서 걷는 운동을 할 경우 다른 사람의 운동을 방해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인 수영장인 아큐아큐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큐아큐브는 척추관절 통증으로 오래 누워 있었던 노인 환자를 다시 걷게 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장비”라고 덧붙였다.

이 병원은 아직도 병원에 그 흔하다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기기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각급 병의원들이 수익제고 차원에서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차원에서 이들 진단기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이런 폐단의 싹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이 병원은 반드시 필요한 CT·MRI 검사에 한해 촬영을 외부 전문검진기관에 의뢰하고 있다.
박선구 이사장은 “돈만 생각했다면 CT나 MRI를 두는 게 당연하고 다른 병의원들도 우리 병원의 운영방식에 바보스럽다고 비웃지만 장기간 재활치료 또는 요양으로 경제사정이 나쁜 소비자에게 월 수십만원이라도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구 이사장은 현재 수도권에 3개의 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창 병원 확장에 공을 들이던 2010년 경에는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부산 센텀시티 등에도 분원을 뒀지만 지금은 하워드힐병원(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600병상), 광화의료재단 산하의 러스크병원(경기도 용인시 풍덕천동·400병상) 및 꾸러기재활병원 등을 관장하고 있다. 병원 이름의 유래가 된 하워드 러스크 박사는 세계 2차대전에 부상당한 군인환자를 치료하면서 재활의학을 개척한 분이다. 러스크병원은 2010년 3월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전문병원 시범병원으로 승인받고, 이듬해 10월 재활치료 전문병원으로 정식 공인받았다.

러스크병원과 하워드힐병원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활치료사를 고용하고, 매주 3회 자체교육 및 모범직원 해외워크숍 파견 등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러스크병원 및 하워드힐병원에서는 의사 23명 외에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운동관리사 등 전문치료사 342명이 근무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러스크기념병원은 요양보다는 재활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재활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는 환자 비율이 43%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뇌졸중 관절염 등 당면한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신 상태의 개선과 영양을 통해 스스로 병을 이기는 자연치유력을 회복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암환자를 위해 암재활및영양(CRN)센터를 두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밖에 욕창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상주하며 최신 음압치료기기 사용 및 드레싱기법으로 기존 방법보다 치료기간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인 욕창관리전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성인 소아 장애인 등 누구나 참여하는 ‘파크골프’프로그램을 매월 1회 실시해 자세교정치료를 하고 있다.

올 1월초에는 러스크병원은 꾸러기소아재활센터를 개소했다. 소아마비·교통사고·뇌성마비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린이에게 양한방협진 재활치료를 폭넓게 적용함으로써 환자의 쾌유를 돕는다. 꾸러기센터는 러스크병원 본관 뒤편에 위치해 있으며 총 90병상을 갖췄다.
물리치료·작업치료·음악치료·미술치료가 중점적으로 시행되며, 아늑한 인테리어와 입원침대 대신 설치된 매트는 어린이와 보호자의 친밀감을 높여준다.

박선구 이사장은 “꾸러기소아재활센터는 치료만 강조하는 병원 이미지에서 탈피해 가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어린이의 심적 부담을 최소화한다”며 “보호자와 어린이가 함께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화목한 소아재활센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구(朴善九) 광화의료재단·러스크병원·하워드힐병원 이사장의 프로필

1990년 한양대 의대 졸업
1997년 재활의학과 전문의 취득
1998년 경기도 양평군 한양재활의학과 개원
2000년 가톨릭대 의학석사 취득
2005년 대구한의대 졸업
2007년 러스크 양한방노인재활치료연구소 소장
2006년 11월 러스크분당병원 개원(성남시 정자동 240병상)
2007년 3월 러스크강동병원 개원(서울시 명일동 115병상)
2007년 7월 러스크수지병원 개원(용인시 풍덕천동 240병상)
2009년 11월 하워드힐병원 개원(용인시 영덕동 400병상) 및 하워드힐요양원(60병상) 개원
2011년 8월 하워드센텀병원(부산 해운대구,320병상)
2011년 9월 하워드수지병원 개원(용인시 풍덕천동 150병상) 개원
2011년 9월 하워드힐병원 증축(505병상)
2011년 10월 러스크병원, 보건복지부 재활치료 전문병원 지정
2011년 12월 하워드오산병원(오산,290병상),
2012년 11월 광화의료재단 설립, 재단 이사장 취임
2013년 3월 러스크수지병원, 하워드수지병원을 러스크병원(400병상)으로 통합
2014년 1월 러스크꾸러기소아재활센터 개소
2007년 이후 현재 대한노인재활의학회 정회원
2010년 이후 현재 대한노인재활의학회 정책위원(기획이사 역임)
2009~2012년 한국의료관광진흥협회 부회장
2009년 이후 현재 보건복지부 양한방통합진료 TF위원
2011년 이후 현재 한양대 양한방통합의학 교수(재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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