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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뭉치 씹어먹는 ‘코튼볼 다이어트’, 무모하게 따라하다 ‘장폐색’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2-12 17:38:28
  • 수정 2013-12-18 18: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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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에스터 성분이 위석 만들어 위출혈 야기 … 청소년이 빠지면 거식증 우려

한 미국 여성이 코튼볼 다이어트 시범을 보이고 있다. ABC뉴스 캡처

전세계적으로 미의 기준이 획일화되면서 거의 모든 여성이 ‘마르고 싶기’를 열망한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극한 다이어트법인 ‘코튼볼 다이어트’(cottonball diet)가 눈길을 끈다. 코튼볼(탈지면)을 주스나 스무디 등 음료에 적신 뒤 씹어 삼키는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처음 듣는 이들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한다.

이 다이어트는 보통 한번에 5개의 솜 뭉치를 삼킨다. 탈지면은 칼로리가 없지만 이를 삼키면 포만감이 유도돼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기괴한 다이어트는 배우 에디 머피의 딸인 모델 브리아 머피가 “모델들은 마른 몸을 유지하기 위해 이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이후 이 다이어트는 유튜브·트위터 등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한 16세 여학생은 온라인에 직접 시범영상을 올리는 등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호응을 얻어 더욱 문제다. 이에 ABC 뉴스 등 현지 언론이 ‘코튼볼 다이어트’의 위험성에 대해 소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다하다 ‘솜뭉치’까지 먹어가면서 다이어트 해야 하냐”, “제정신이 아닌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체중감량법을 접하고 따라한 일부 사람들은 다이어트 효과는커녕 심각한 부작용만 겪고 있다.
김경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는 근거가 없는 엉터리 다이어트법”이라며 “솜뭉치가 위장으로 들어가면 소화기가 약하거나 안좋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솜뭉치가 장운동을 방해해 장협착, 심할 경우엔 장폐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협착(Darmstenose)은 장관(腸管) 자체에 병적인 변화가 생겼다든지, 외부로부터 압박을 당해 복부가 팽창하면서 경련성 수축이 일어나 극한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장폐색(intestinal obstruction)은 장의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막혀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증세를 말한다.

또 위석(胃石)이 지나치게 생성돼 문제가 된다. 요즘 코튼볼은 100% 순면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얗게 보이고 탄력을 늘리기 위해 ‘폴리에스터’라는 화학섬유가 첨가된다. 따라서 이를 일부러 먹으면 위석이 생길 수 있다.

위석은 말 그대로 위에 생긴 돌멩이다. 머리카락 등 잘못 먹은 물질이 위속에 달해 위액의 작용으로 불용성 결석을 형성한 것이다. 위벽을 손상시켜 위궤양을 일으키거나 소장을 막아 장운동을 마비시키기기도 한다.
위석이 발생하면 구역질·구토·복통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위출혈을 야기해 토혈·혈변을 유발하기도 한다.

미국의 저명한 다이어트 전문가 브랜드 코스키 다이어트인리뷰 편집장은 “코튼볼 다이어트는 티셔츠를 오렌지 주스에 적셔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린 그레페 미국 식이장애협회장도 “코튼볼 다이어트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내 환자 중에도 체중감량을 목적으로 종이와 점토를 먹은 이들이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굶주림을 속이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성인들은 이런 ‘어이없는’ 다이어트법을 접하면 대개 거부감을 표현하지만 맹목적인 청소년의 경우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동영상 포털인 유튜브에도 코튼볼 다이어트라는 키워드를 치면 ‘10대가 직접 도전한 코튼볼 다이어트’ 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거식증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불리며 폭식증, 신경성 폭식증(binge eating) 등과 함께 대표적인 섭식장애로 꼽힌다. 지나친 체중조절 집착, 말랐음에도 체중·체형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것, 자존감 저하, 강박증, 이미지 왜곡 등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미국은 이미 청소년 섭식장애가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3년 정신질환예방보고서에서 섭식장애를 ‘가장 우선적으로 치료·예방해야 할 청소년 정신질환의 하나’로 선정했다. 미국 청소년에서 거식증은 만성질환 3위를 차지했다.

박미정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급격한 성장·발달이 이뤄지는 청소년기에 거식증이 오면 저체중 현상이 지속되고 뇌발달 저해·저신장·감염질환 노출·골다공증 등이 우려되고, 여학생은 생리불순과 불임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보통 청소년의 저체중은 가난, 방임, 심리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다. 요즘은 가난·방임에 의한 저체중보다 심리적 요인에 의한 저체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바로 이런 ‘심리적 요인’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교수는 “국내서 정상체중을 가진 여학생 중 35%이상이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끼는 왜곡된 신체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같은 잘못된 인식이 거식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정 교수도 “설사약, 이뇨제, 식사 후 구토, 원푸드 다이어트 같은 근거없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체중감소를 시도한 한국 여학생이 20%이상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섭식장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만 국내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사회분위기로 미뤄보건대 국내 청소년들이 ‘음식을 거부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거식증은 사회문화론적 원인으로 여성의 아름다움과 날씬함을 성공과 절제심의 상징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부인할 길 없다. 특히 요즘엔 어린 나이부터 체중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게 현실이다.

여고생 김 모양(18)은 코튼볼 다이어트에 대해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얼마나 마르고 싶었으면 저랬을까 공감이 간다”며 “만약 나도 살을 빼야하는 상황이라면 최후에는 한번쯤 시도해봤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체중 범위에 들지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미용체중’(옷을 입었을 때 가장 맵시가 난다고 여겨지는 체중으로 인터넷에 떠돎)에 가깝도록 살을 빼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식증은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은 14세~18세에 여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한참 예민한 소녀들은 ‘뚱뚱하다’거나 ‘별로 안 예쁘네’ 같은 주위의 말에 상처받고 음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이 살이 쪘기 때문에 사랑도, 사회적 대우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체중감량을 시도한다. 처음에는 정말 살이 쪘더라도 음식을 거부하거나 극한의 다이어트를 통해 심하게 말라가면서도 자신의 수척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 더욱 위험하다. 게다가 거식증은 모든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가장 높다. 10~20대 거식증 환자는 이 질환만으로 중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또래 아이보다 사망 가능성이 12배 높다.

김경수 교수는 “건강한 사람의 경우 살이 쪘다고 여겨지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기초대사량에 따른 칼로리를 정해 정직하게 감량해야 한다”며 “물론 모두가 잘 알고 있겠지만 다이어트에는 편법이나 왕도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편법을 이용하면 효과는 있어 보이는 것 같지만 결국엔 고생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한 다이어트를 해야 나중에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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