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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보다 더 무서운 설탕중독에서 헤어나는 법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3-12-03 17:47:43
  • 수정 2013-12-05 20: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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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에 대한 집착을 떨치는 환기요법·행동요법 효과적 … 단음식 끊기 초반에 항우울제 큰 도움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자부했었다. 단 음식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 가끔 스트레스로 급하강된 나를 위로해주는 초콜릿을 먹는 게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흰우유 한잔에 각설탕 3개, 이온음료에 무려 12개가 들어있다는 숨겨진 진실을 알고 난 후 나 역시 설탕중독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설탕 유사 물질 역시 모든 식품에 스며들어 있는 것을 보고 속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현 인류는 젖먹이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져 자신이 설탕중독에 빠진 줄도 모르고 인슐린의 급상승, 급하강에 기분까지 흔들려가고 있다. 설탕이 내 기분을 일시적으로는 업시킨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결국은 무기력, 우울감을 불러온다. 이를 슈가블루스(Sugar Blues)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이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는가.

이런 달콤함은 마약만큼 위험한 것이다. 모든 중독의 공통된 현상은 처음에는 조금만 먹어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는데 점점 더 많은 양이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술, 담배, 마약, 프로포폴, 설탕 등 콘텐츠만 다를 뿐 ‘뇌의 보상 시스템에 작용하는 중독반응’이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양전자방출촬영장치(PET)로 뇌사진을 찍으면 게임중독일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초콜릿중독일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동일하다.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윤대현·유은정 공저)라는 책에도 적었듯이 세상에는 합법적인 마약과 비합법적인 마약이 있는 셈이다.
설탕중독 환자는 사탕, 빵, 그리고 엄청 단 커피 음료만 먹는다. 여기에 매일 담배 세 갑을 피우고, 밥은 먹지 않는다. 결국 악성 불면증까지 찾아와 뇌는 지치고 힘든데 뇌기능이 꺼지지 않으니 당연히 지친 뇌가 살려달라고 요청하면서 당분과 니코틴을 당기게 된다. 설탕중독은 정신과 진단명으로 존재할 정도로 소아부터 노인까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단맛에 중독되는 이유는?

소금보다 설탕이 더 나쁘다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첫째, 설탕은 무조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비정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둘째, 여러 가지 맛 중에 유독 단맛에 중독되는 이유는 뇌가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서다. 뇌가 피로할 때에는 특히 인체가 더 많은 포도당을 요구하게 되는데 혈중 포도당을 재빨리 올려줄 정제된 탄수화물, 즉 설탕을 찾게 된다.  설탕은 트립토판 흡수를 늘어나게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 과정은 굉장히 즉각적으로 일어나는데 달콤함이 혀에 닿아 미각을 느끼는 순간만으로도 뇌내 쾌락 시스템에 보상을 준다. 달콤한 케익을 먹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도 참다 못해 빵과 과자를 먹고 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나는 먹는 것 하나 억제도 못하는 구제불능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구박한다. 사실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단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이같은 의학적인 이유가 있다. 뇌의 중독 호르몬과 인슐린과다분비가 내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력을 우리 의지만으로 역행하기 어렵다. 작심삼일이라며 내 의지를 탓하지 마라.

설탕과의 전쟁 선포! 과연 줄일수 있나? … Dr. 유은정의 TIP

첫째, 까페 라떼보다는 차라리 삼겹살을 먹어라. 탄수화물이 당길 때 단백질을 먹어주면 포만감이 빨리 찾아온다. 설탕 사촌지간도 조심! 단맛을 일으키는 모든 음식은 중독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무설탕 음료에도 액상과당이 있는데, 이는 렙틴을 저하시켜서 배부름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한다. 아가베 시럽도 마찬가지! 설탕으로 인한 인슐린 과다분비는 당을 더 당기게 하고 배부름에 둔감케 해서 살찌게 한다. 설탕은 지방보다도 더 살찌게 하는 주범임을 명심하자.

둘째, 식사 후 배가 부른데도 식욕을 억누르기 힘들고 단음식을 먹을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시간 벌기용 행동치료 기법을 이용해보자. 일종의 ‘환기요법’으로 음식에 대한 생각을 없애는 것이다. 신맛의 레몬을 먹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목욕을 하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사실 진료실에 설탕중독으로 찾아온 환자들은 행동요법을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음식에 손이 간다. 그것도 안된다면 나에게 조건 걸어보자. 조건은 절대 안먹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일 아침까지만 연기하고 그 때 먹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막상 아침 시간이 되면 혈당이 정상화돼 먹기 싫어진다. 설탕을 끊을 때 나타나는 우울, 두통, 열감, 냉기, 피로 등의 명현반응을 주의하자.

셋째, 특정 행동을 조건화시켜본다. 예컨대 퇴근 후 피곤에 지쳐 집에 들어오자마자 냉장고문을 열고 커피우유를 마시는 직장여성이라면 이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샤워꼭지를 옷도 갈아입지 말고 틀어라. 목욕을 하다보면 피곤도 풀리고 스트레스도 날아간다. 음식 생각은 신기하게도 사라지고 만다.

넷째, 좋아하는 음식을 하루 종일 먹지 말고 하루 한끼 ‘위로푸드’로 먹어라. 한 끼를 정해진 양만 먹게 되면 인슐린 치가 정상화된다. 진료실에서 권하는 식단은 두 끼니는 저탄수화물 음식을 먹고, 한 끼는 먹고 싶은 탄수화물을 적당량 먹는 것이다. 삶은 야채만 먹고, 탄수화물을 금지하고, 음식의 무게나 열량을 재고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탄수화물 끊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단것 중독은 습관과 정신적 문제 뿐 아니라 생물학적 요인이 반드시 있다. 이는 설탕을 포함한 탄수화물을 덜 먹게 하는 약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 약은 설탕을 생리전 폭식, 야간 폭식에서도 치료제로 쓰이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이다. 이 약은 두통, 울렁거림,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을 보이지만 이로 인해 약을 중단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SSRI를 한두 달 복용하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완화되면서 단것이 안 먹히게 된다. 금연 기간에 필요하면 금연약을 처방받듯이, 단것을 금하는 동안에 SSRI를 복용해볼 필요가 있다. 죽을 때까지 평생 먹는 고혈압약에 대해 이렇다할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듯이, 정신과약이라고 해서 전부 신경안정제나 수면제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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