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전체뉴스
도루묵, 11월 속초·양양·강릉에서 노란 알들의 향연이 벌어진다
  •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13-11-20 17:39:38
  • 수정 2013-11-26 12:28:22
기사수정
  • 동해안의 대표적 늦가을 제철생선 … 단백질·칼슘·비타민 풍부해 자양강장·골다공증예방에 유익

불시불식(不時不食), 때가 아니면 먹지 말라는 의미다. 건강에 가장 이롭고 맛있는 먹거리는 제철에 나는 산지 음식이다. 10월말에서 12월말까지 동해안에서는 도루묵이 제철이다. 비린내가 거의 없는 은색의 미끈한 몸통,그 절반을 채운 노란색 알들의 유혹, 손바닥 크기의 도루묵은 구워 먹어야 가장 맛있고, 째개로 끓여먹어도 입안을 가득 채운다.

도루묵은 맛없는 생선이 아닌데도 실제는 ‘말짱 도루묵’이라는 속담처럼 홀대를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선시대 선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선조와 동시대를 살았고 임진왜란 때 몽진을 같이 했던 ‘홍길동’의 저자 허균은 1611년에 쓴 조선시대 최초의 음식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도루묵(銀魚)은 동해에서 난다. 처음 이름은 목어(木魚)였는데 전조(前朝)에 좋아하는 임금이 있어 은어라고 고쳤다가 많이 먹어 싫증이 나자 다시 목어라고 고쳤다 하여 환목어(還木魚 도로목)라 한다”고 기술했다.

33333333334[1].jpg

여기서 말하는 전조는 조선시대 이전의 왕조를 말하는 것으로 곧 고려 왕조를 말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도루묵의 어원을 다음과 같이 알고 있다.
조선의 선조가 임진왜란으로 피난길에 올라 평양성에 다다르게 되었으나 모든 백성이 피난을 떠나는 바람에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임금이 굶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몇끼를 굶다가 어떤 어부가 준 생선을 먹게 되었는데 너무도 맛이 있었고, 그 생선의 이름을 물어보았더니 “묵”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선조는 이렇게 맛있는 생선의 이름이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돼서 “앞으로는 은처럼 귀한 고기라는 뜻에서 은어(銀魚)라고 부르라”고 명령했다.
한편 이순신 장군의 활약으로 다시 서울로 환궁한 선조는 지난번 피난길에 먹었던 그 생선이 생각나서 다시 찾았고 궁중의 요리사는 아주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 올렸다. 그러나 배부른 상태에서 먹어본 그 생선맛은 지난 피난길에서 몇끼나 굶다가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맛없는 생선이라면 도루(다시) 묵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통해 선조를 포함한 사람의 간사함을 꼬집을 때 종종 얘기되는 일화다.

하지만 허균의 문헌이 맞다면 선조와 관련한 얘기는 누가 일부러 왜곡했거나 와전됐음에 틀림없다. 결국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은 도루묵의 맛 때문이 아니라 임금의 기호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 도루묵은 선비들의 술 안주로,백성들의 밥 반찬으로 사용된 빼어난 식재료였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도루묵을 은어(銀魚) 또는 은조어(銀條魚)라고 불렀다. 한편 현재 은어라 불리어지는 회유어종은 조선시대에는 은구어(銀口魚)로 일컬어졌다.

도루묵(학명 Arctoscopus japonicus)은 도루묵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몸의 길이가 15~26㎝이다. 비늘이 없고 눈과 입이 커서 외관상 ‘새끼 대구’와 흡사하다. 도루묵은 맛이 담백하지만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값이 싼 편이다. 도루묵의 산란기는 11월부터 12월 초순 사이다. 눈은 비교적 크다. 약용보다는 식용으로 많이 먹는다.

도루묵은 등쪽에 황갈색에 불규칙한 흑갈색 흐름무늬가 있고 몸옆과 배쪽은 은백색이다. 도루묵은 보통 수심 200∼400m 정도의 모래가 섞인 뻘 바닥에서 주로 산다. 몸의 일부를 바닥에 묻은 채 지내다가 수심 2∼10m의 해초가 발달한 지역으로 이동해서 11∼12월에 산란한다. 우리나라 동해와 일본의 북동이북, 캄차카반도, 알래스카 등지에서 많이 잡힌다.
동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속초 양양 강릉 등 강원 북부 해안가가 도루묵의 주산지다. 지금 이곳에 가면 다양한 도루묵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구이·찌개·찜은 기본이고 회나 튀김도 먹어 볼 수 있다.

도루묵을 구우면 은빛 몸체가 불에 달궈지면서 꽉 찬 알들이 살집을 헤집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알 표면의 점액들이 노란색 알들을 번쩍거리게 한다. 잘 익은 알을 한 입 베어 물면 톡 터지는 알 사이로 배어나오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점액이 식감을 북돋운다. 단맛이 도는 담백한 살코기를 제대로 먹으려면 찌개가 좋다. 하지만 도루묵을 오래 먹어온 사람일수록 살코기보다는 연중 한 번뿐인 늦가을의 알 맛을 잊지 못한다. 알이 절정기에 달하는 11월 말 전후의 굵은 알이 포만감을 준다면, 10월에 먹는 좁쌀만한 작은 알은 걸쭉하고 부드러운 점액 속에서 작은 알갱이가 터지는 듯한 세심한 미각을 선사한다.
도루묵은 산란을 앞두고 알이 가득 들어찬 암컷의 맛을 최고로 친다. 암컷이 산란을 끝내고 체내지방이 다 빠져나간 이후에는 맛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10~11월 초에 잡아서 냉동했다가 일 년 내내 먹기도 하지만 냉동된 도루묵은 제철일 때이 절정기 맛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도루묵은 생선류 중 수분이 약간 적고, 지질이 비교적 많다. 가식부분 100g당 수분이 78.3%, 단백질이 17g, 지방이 3g, 칼슘이 45mg 등이다. 단백질과 무기질의 함량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보신강장에 좋다. 임산수유부나 발육기 어린이들이 먹으면 강장 효과를 볼 수 있다.

칼슘과 인의 함량이 많아서 뼈와 치아조직의 구성성분을 보충하는데 유리하다. 체내 물질대사를 왕성히 해 산-알칼리 평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도루묵은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 뼈째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골다공증 예방에 필요한 칼슘을 보충하는 유익하다. 식물성 칼슘보다는 동물성 칼슘이 섭취가 잘 되므로 도루묵의 유용한 칼슘 보급원이다.

도루묵 알에는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알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 때문에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생선 알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오징어나 달걀보다도 더 적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혈증 환자나 뇌졸중 협심증 등 심각한 혈관질환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생선알을 가끔 먹는다고해서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루묵 알을 둘러싼 끈적끈적한 점액에는 콘드로이틴,히알우론산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이들은 피부에 습기를 유지하여 탄력을 주고 관절을 이루는 연골과 활액의 성분이 된다. 따라서 만성적인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관절염을 호전시킬 정도의 양은 못된다. 

동의보감에 “은조어는 속을 편안하게하고 위를 튼튼하게 하며, 생강을 넣고 죽을 쒀 먹으면 좋다”고 돼 있다. 도루묵은 한국인보다 일본인이 더 좋아하는데, 일본명은 하타하타(Hatahata)이다.
도루묵은 성질이 평이하고 맛이 담백해서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는다. 아직까지 도루묵에 대한 부작용 보고는 없으며, 상하지 않은 것만 먹으면 별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도루묵의 내장은 변질되기 쉬우므로 조심해야 한다.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부광약품
동화약품
존슨앤드존슨
탁센
동아ST
한국다케다제약
사노피
동국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차병원
신풍제약주식회사
정관장몰
한국화이자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휴온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