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등 보건·헬스분야 민간자격을 국가 공인자격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18일 “현행 법체계와 정면 충돌되는 의료분야 민간자격의 국가공인 추진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지난 15일 관련 전문과 학회와 개원의협의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민간치료사 자격증 국가공인 추진 관련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가 국민의 건강이 아닌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현행 ‘자격기본법’은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에 직결되는 분야의 경우 민간자격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카이로프랙틱 자격을 국가공인으로 인정할 경우 유사자격 소지자가 단독으로 개원하거나 앞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건강보험 및 자동차보험 등 현 제도권내 재원으로 충당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는 기존 의료체계는 물론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수기치료법인 카이로프랙틱은 예방 및 유지적인 측면에 역점을 둬 신경계·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것으로 약물이나 수술치료는 실시하지 않는다. 카이로프랙틱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관절운동 범위를 약간 넘을 정도로 ‘척추 후관절(facet joint)’을 고속·저강도로 늘려주면 비정상적인 배열을 교정할 수 있다. 이 치료법은 또 신경이 눌리는 부분을 풀어주고 관절·근육 등의 감각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통증에 대한 감각을 무뎌지게 한다.
한의원에서 자주 사용되는 추나요법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조약물요법을 병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추나요법은 통증을 완화하는 ‘청파전’이나 근육·인대를 강화하는 ‘양근탕’ 등의 한약을 복용하면서 실시한다. 반면 카이로프랙틱은 수기요법으로 척추를 교정한 후 모든 것을 인체의 자율에 맡긴다.
의협은 현재 수 천여명이 국내외에서 카이로프랙틱 혹은 이와 유사한 행위를 실시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보건의료 비전문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도외시한 채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국가의 보건의료정책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분야 민간자격의 국가공인 전환에 절대 반대한다”며 “의료계의 이같은 입장을 정부 등 관련 부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이용진 기획부회장, 백경우 의무이사, 나춘균 대한병원협회 보험위원장, 성상철 정형외과학회장, 김용훈 개원의협의회장, 최낙원 신경외과학회장, 김희상 재활의학과학회 이사장, 이상운·이재환 개원의사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