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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울·불안 때 생기는 ‘가짜식욕’ 잡아야 행복하게 먹는다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3-11-04 09:24:59
  • 수정 2013-11-06 18: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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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투리’시간 잘 활용해 삶의 재충전해야 심리적 허기 극복 … 식욕 자기조절감 찾아야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13년 동안 비만을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지내면서 필자를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식욕 좀 떨어뜨려 주세요”이다.  지방흡입술, 위밴드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서 원하는 몸매를 얻었다고 해도 식욕조절에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살이 찌는 것은 시간문제다. 폭식을 하고 좋지 않은 식사습관을 유지하면 ‘헛짓’일 뿐이다.

폭식증이 있는 사람들이 체중조절 비법을 많이들 물어본다. 운동이냐, 다이어트식단이냐. 단언컨대 몸매 유지에 가장 핵심은 식욕조절이다. 신체적으로 충분히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뇌에서 지속적으로 ‘배고파’라는 신호를 보내는 ‘가짜 식욕’이 가장 문제다. 가짜 식욕은 진짜 식욕과는 달리, 충분히 식사를 한지 2시간 이내 배고픔을 느끼고, 물 한컵을 마셔도 허기가 달래지지 않는 것이다.

가짜 식욕의 가장 큰 특징은 ‘정말 갑자기’ 배고픔을 느끼면서 허겁지겁 음식을 찾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나 우울, 짜증, 외로움으로는 허기는 ‘심리적’ 허기로 가짜 식욕일 가능성이 높다. 

내가 감수한 ‘식욕버리기 연습’이라는 책에서 가짜 식욕을 다스리는 심리처방전이 제시됐다. 일에 지쳐 집에 와서 허겁지겁 냉장고 문을 여는 40대 중년 남성 교수. 음식은 그에게 있어 휴식의 의미를 지니고,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푸는 방법이다. 필자는 그에게 퇴근 후 바로 집에 가지 말고 ‘퇴근 길 미니여행’, 즉 동네 한바퀴를 걷거나,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서점에서 확인하거나, 발마사지를 받고 들어가든지 하는 퇴근길 재충전을 잘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로써 특별한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도 그는 10㎏ 이상의 체중을 쉽게 줄일 수 있었다.

다이어트 강박으로 자꾸 먹을 것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20대 중반 직장여성에게는 엄격한 음식제한으로 자기조절감을 느끼려는 심리적 기전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위로푸드 리스트’를 만들 것을 권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기간에는 라면은 절대 안돼!’라는 생각을 ‘라면국물을 짜게 먹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바꿔어주는 것이다. 우리의 이성은 감성을 이길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 허기를 채우지 않고 인간의 감성을 거스리는 행동은 작심삼일이 되어버린다.

다이어트 기간에 진짜 끊어야 하는 음식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위로푸드’가 아니라, 아무 음식이나 생각 없이 입에 집어넣는 습관이다. 남에게 거절하지 못하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어주는 자선사업을 하는 착한 여성들도 의외로 많이 있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꼭 폭식을 하게 되는 30대 이혼녀를 상담했던 기억이 난다. 이 착한 여성에게 가장 큰 보상은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만족감이었고, 이 때문에 배려하는 행동이 지나쳐서 함께 먹어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기주장 연습’이 시급하다. 자신의 신체 감각에 민감하게 귀 기울여 필요한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노우’라고 거절하는 대화법을 연습해야 한다.  빈둥지증후군, 즉 아이들과 남편은 떠나고 집에 혼자 남아 있는 극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집에서 자꾸 음식에 손을 대는 50대 주부의 이야기도 있다. 밖에서 새로운 만남을 하기에 너무 살이 찌고 늙었다고 생각하니 점점 집에서 혼자 먹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음식이 주는 위로는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한 것 이상의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집에 음식을 사놓지 말고, 24시간 배달 전화번호부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외부활동을 늘리고 친구를 만들어 결혼 후 육아로 손놓고 있었던 취미생활이나 예술, 봉사활동을 시작해 본다. 그래도 음식을 찾고 있다면, 즉시 먹던 행동을 멈추고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자. 허겁지겁 먹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지금 왜 먹고 있는거지?” 이 질문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식욕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배가 고파서 먹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가짜 식욕이다. 그리고 만약 스스로의 힘으로 식욕을 조절하기 힘들다면 비만주치의와 같은 ‘친구’를 옆에 두고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식욕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소울푸드처럼 음식이 나에게 주는 위로는 행복한 추억으로 이어진다. 

삭막한 일상에서 먹는 자유까지 빼앗긴다면 무슨 낙으로 살겠는가?  적당한 선에서 음식이 주는 낙은 삶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음식의 노예가 되지 않고 식욕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내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무조건 안먹고 버티는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재충전하는 행복한 시간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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