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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가기 무서워요’ … 2030여성, ‘변비취약층’ 여전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0-07 01:13:30
  • 수정 2013-10-10 18: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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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어트’ 가장 큰 원인 … 대장내시경‧대장기능검사로 원인 파악 가능

입사 2년차 직장인 하 모씨(27·여)는 ‘변기’가 가장 무섭다. 일주일에 한 번 화장실에 갈 정도로 심한 변비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변의는 느끼지만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배만 아프다. 잘 먹고 잘 싸는 게 사람의 기본인데, 막상 배출이 잘 되지 않아 몸 전체 컨디션도 엉망이다. 입사한지 1년 정도 지나면서 갑작스레 증상이 심해진 느낌이다. 동기 여직원들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는 말에 다 같이 요구르트를 배달시켜 먹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노랫말과는 딴판으로 현대 여성에게 가장 친한 친구는 ‘변비’가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25~45세 직장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응답자의 83%(370명)이 평소 변비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지난해 비슷한 조사결과를 내놨다. 심평원은 변비로 진료받은 환자수가 2007년 43만3000명에서 2011년 57만8000명으로 4년 만에 33.7% 증가(연평균 증가율 7.6%)했다고 밝혔다. 변비로 인한 총 진료비는 2007년 157억원에서 지난해 219억원으로 39.7% 늘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8.8%였다.

변비의 성별 진료 인원 현황을 비교해보면 남성이 2007년 17만3301명에서 2011년 24만1358명으로 약 6만8000명이 증가했고, 여성도 2007년 25만9719명에서 2011년 33만7507명으로 약 7만8000명 증가했다. 특히 젊은층에서 여성 환자가 더 많았다. 20대에서는 여성 환자가 남성의 5배 정도 많았고, 30~40대에서도 2~4배 많았다.

평가원 관계자는 “다이어트로 식사량이 줄어들면 장의 연동운동이 늦춰지는데 이때 변비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며 “젊은 여성층 변비 환자가 남성보다 더 많은 이유는 잦은 다이어트로 인한 잘못된 식습관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리때문에 여성호르몬 변화가 장운동을 억제하기도 하고, 임산부의 경우 활동량이 줄고 입덧 등으로 식사량이 감소해 변비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하 씨의 동료 중에는 실제로 다이어트 이후 심한 변비를 겪는 여성이 있었다. 물은 ‘부기를 일으킨다’며 많이 마시지 않았다. 적은 음식량 섭취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극소량의 수분섭취는 변비를 일으키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결국 오랜시간 화장실과 씨름하다 치열(항문이 찢어지는 증상)까지 생겨 항문외과에서 치료받는 중이다.

변비는 전 인구의 약 5~20%가 가진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생각에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 정도로 여기는 게 대부분이다. 변비는 고령자 및 여성에 많으며 환자들은 병원을 찾지 않고 자가치료나 잘못된 치료법을 선호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변비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변비는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증상이지 질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배변 횟수가 적거나, 대변이 딱딱할 뿐만 아니라 힘을 많이 줘야 하거나 배변 시간이 긴 경우, 혹은 손가락으로 파내거나 아랫배를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만성적으로 반복된다면 변비라고 할 수 있다.
 
변비는 발생 양상에 따라서 급성변비와 만성변비로 구분된다. 다른 원인에 의해 변비가 발생하는 2차성변비와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원발성변비로 구분된다. 만성변비는 △대변보는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로 적은 경우이거나 △대변의 양이 하루 30~35g 이하거나 △전체 배변 횟수 중 25% 이상에서 과도한 힘이 필요하거나 △전체 배변 횟수 중 25% 이상에서 단단한 굵은 변이 나오거나 △전체 배변 횟수 중 25% 이상에서 불충분한 배변 느낌이 드는 경우 등 5가지 사항 중에서 2가지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수년 이상 오랜 기간 지속된 만성변비는 종양 및 염증성 질환 등의 기질적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체중감소, 직장출혈, 빈혈 등 경고증상이 동반되거나 40세 이상이라면 ‘대장암’의 우려가 있어 대장내시경검사나 대장조영술 등을 받아보는 게 추천된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조사결과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꼴로 변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이거나 고령일 경우 대장암 발견 전에 변비가 나타날 확률은 24%에 달했다.

이우용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 교수는 “대장 내에 변이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변 속의 많은 독소들이 장내 오래 체류하게 되고, 이 자체가 대장암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변비 때문에 대장암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자신이 어쩌다 변비에 걸리게 됐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려니’, ‘원래 변비끼가 있나보다’라고 여기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심한 변비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원인을 알게 되는 경우는 고작 20~30%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 배출 장애, 하제 남용, 꾀병, 정신과적 문제 등 변비의 원인을 찾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원인 검사로는 종양 유무 등을 파악하는 대장내시경검사가 필수다. 여기에 어떤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는 대장기능검사를 추가할 수 있다. 대장기능검사는 직장항문초음파, 항문내압검사, 대장통과시간검사, 배변조영술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검사를 통해 배변기능 중 어떤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가려낼 수 있다.

류광석 상쾌한항외과 원장은 “만약 이런 배변기능에 문제가 있다면 약물치료가 1차적으로 사용된다”며 “팽창성하제, 자극성변비치료제, 윤활성하제 등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조적으로 음식을 이용하는데, 대표적 천연 변비치료제로 알로에, 중국차를 꼽는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사용은 장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신경층에 계속적인 자극을 주게 돼 장의 수축기능이 떨어져 오히려 변비가 악화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성애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변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물요법이 아니다”며 “약물치료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요법으로 부득이 약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장의 기능을 정상으로 되돌리면서 안전하고 저렴한 약(마그밀 등)이 권장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변비치료제 사용에 앞서 △고섬유 식이 또는 섬유소 보충요법 △하루 1.5~2ℓ의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배변 습관 및 배변 자세 유지 △장내 긴장이완 및 복근력 강화를 위한 적당한 운동 등을 권한다.

그는 “식이섬유는 인체의 위장관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는 식물 구성 성분”이라며 “이는 수분과 결합해 젤을 형성하고 위 배출속도 및 소장통과 시간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은 하루 20~35g의 섬유소를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며 “도정하지 않은 곡류, 야채, 과일, 해조류, 콩류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하루 1.5~2ℓ이상의 물과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수분 및 섬유소 섭취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섬유소만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오히려 복부팽만감·트림 등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식단 개선과 함께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가지는 게 도움이 된다. 변의가 느껴지면 즉시 화장실로 간다. 지속적으로 변의를 참는 것은 근신경반사를 억제하고 감각 역치를 높여 변비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화장실은 시각적·후각적·청각적으로 안락한 환경을 만든다. 식사 후 장운동이 많이 일어나므로 아침 또는 저녁 식사 후 정해놓고 회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다만 화장실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치질 등 2차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피한다. 스마트폰 사용, 독서는 금물이다. 변을 보는 것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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