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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데 헤아가 ‘진짜’ 좋아하는 타코, 건강식 아니었어?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10-01 16:30:48
  • 수정 2015-06-29 17: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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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개당 568㎉, 영양 밸런스 맞지만 조리법에 따라 과잉열량 초래 … 미국선 ‘패스트푸드’

타코는 얼핏 보면 건강식이지만 볶은 고기, 치즈, 살사소스 등의 영향으로 고열량음식이 되기 쉬워 비만이나 고지혈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스페인)가 ‘게으르며 타코를 많이 먹었다’는 증언으로 네티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 30일 맨유 전 골키퍼 코치인 에릭 스틸의 말을 인용해 주전 골키퍼 데 헤아의 나쁜 습관에 대해 폭로했다. 명문 프로팀이었던 맨유가 최근 시즌 6경기에서 2승1무3패에 그치며 12위로 추락했고, 데 헤아는 8실점을 한 책임의 장본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2011년 데 헤아를 처음 맡은 스틸 코치는 이 인터뷰에서 “데 헤아가 팀에 합류한 뒤 우리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꿨다. 첫 6개월은 끔찍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데 헤아는 하루에 2~3차례 잠을 자고, 밤늦게 일어나 밥을 먹는 습관이 있었다”며 “타코를 진짜 많이 먹었다”고 지적했다. 스틸 코치의 발언은 데 헤아가 자기관리에 소홀했다는 뜻에서 나왔다. 스틸 전 코치의 발언 덕택에 ‘타코’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네티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타코(taco)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대중적 음식이다.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반죽해 만든 토르티야에 여러 가지 재료를 싸먹는 요리다. 속재료로는 각종 육류, 해물, 채소 등이 사용되며 치즈와 살사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멕시칸 음식 열풍’이 불었다. 지금은 많이 대중화돼 ‘별미’로 보기엔 어렵다. 매콤한 살사소스와 할라피뇨 등을 곁들여 먹기 때문에 멕시코음식은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음식으로 소개됐다. 육류, 채소, 토르티야는 단백질, 비타민,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할 수 있다는 말에 간편한 건강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직장인 정 모씨(26·여)도 “바쁘게 일하면서 자취하다보니 식사할 때 영양적인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하는데 동네에 타코전문점이 생겨 가끔씩 이용한다”며 “채소가 많이 들어 있어 건강에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코 및 부리또(타코와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지며 속재료에 쌀이 추가됨)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멕시코음식은 엄밀히 구분하면 패스트푸드 카테고리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햄버거로 대표되는 ‘정크푸드’와는 또 다르다. 얇은 토르티야(탄수화물), 신선한 야채(비타민 및 무기질), 고기(단백질) 등 균형을 갖춘 영양소로 만들어진 메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통적인 타코는 옥수수가루를 반죽해 만든다. 멕시코는 옥수수의 원산지로 16세기 스페인의 지배를 받기 전에는 거의 모든 요리의 기본이 옥수수였을 만큼 옥수수를 응용한 요리 종류가 다양하다. 옥수수 반죽을 칩 형태로 튀긴 나초도 대표적인 옥수수 식품이다. 옥수수는 양질의 탄수화물로 혈당을 낮춰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음식으로 분류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권은서 경상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원은 “옥수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성분은 양질의 녹말(탄수화물)이지만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과 ‘트립토판’이 거의 함유되지 않아 옥수수를 먹을 때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며 “옥수수로 만든 시리얼을 우유와 함께 먹거나, 고기·달걀과 함께 요리해 먹는 것은 옥수수에 포함된 영양소를 더욱 잘 흡수시키는 방법이며 동시에 균형잡힌 식단을 만드는 요령”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건강에 좋은 요리인데 왜 데 헤아가 타코를 ‘무진장’ 먹는 게 문제가 됐던 것일까. 우선 축구선수는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만큼 일반인보다 영양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강형숙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제16차 한국선수트레이너협회 세미나에서 축구선수의 식사포인트로 ‘에너지원으로서 주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을 꼽았다. 강 교수는 “운동량에 따라 탄수화물 양을 조절하되 최저량은 유지해야 한다”며 “부식으로는 육류, 생선류, 난류, 콩류 등 단백질 급원이 되는 식품 1~2가지를 섭취하고 야채를 중심으로 한 식품 2~3종류를 챙겨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요리법을 이용해 재료의 지방량과 칼로리를 조절하고 많은 기름 사용은 금물”이라며 “단백질은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적정량 섭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랜스 왓슨(Lance Watson) 코치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은 운동 중 에너지 효율을 변화시킬 수 있어 에너지 고갈 시점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다만 “단점으로는 고지방은 혈중 콜레스트롤 수치를 높여 장기적으로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단기적으로는 지방 자체를 소화시키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고강도 운동을 하는 선수들은 고지방음식을 피하는 게 좋고, 오메가3지방산 같은 양질의 지방과 적당량의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타코는 분명 일반인에게는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요리일 수 있지만 운동선수에게는 그다지 권장할만한 것은 되지 못한다. 문제는 재료라기보다 조리방법에 있다.

이주형 국민대 체육대 교수(운동영양학)는 “타코 자체는 영양 밸런스를 갖춘 음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육류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칼로리 및 영양분배가 달라질 수 있다”며 “비프타코든 치킨타코든 ‘기름에 달달 볶은 고기’가 들어가면 기름 때문에 칼로리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류 자체뿐만 아니라 듬뿍 들어가는 치즈와 뿌려먹는 살사소스의 고열량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런 고지방 음식은 글리코겐을 주 에너지원으로 의존하는 고강도 훈련 때 글리코겐 효율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며 “축구선수에게는 다소 부담이 되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타코는 미국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로 자리잡아 ‘헬시 푸드’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라며 “만약 그래도 타코를 포기할 수 없다면 소스의 양을 줄이고, 육류의 조리법을 볶는 것에서 굽거나 삶는 것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

타코는 1개 당 568㎉로, 탄수화물 29%, 지방 49%, 단백질 22%로 이뤄진 고칼로리 음식이다. 하루섭취권장량(RDI: Reference Daily Intake)의 28%를 차지한다. 데 헤아가 이런 타코를 ‘진짜’ 많이 먹었다고 하니 스틸 전 코치가 뿔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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