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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성감 떨어진다 콘돔 기피, 여성이 피임약 복용하면 색안경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9-27 16:33:32
  • 수정 2013-10-01 14: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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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문란’ ‘개방적’ 선입견에 여성조차 기피 … 피임약 선용하면 ‘계획임신’, 여드름·생리통도 호전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드로스피레논 성분 피임약으로 피임, 체중감소, 여드름개선, 생리통완화 등의 효과를 얻는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성이 ‘자유로워졌다’고 하지만, 막상 아직까지 여성의 성은 그렇지 못하다. 만약 미혼여성이 덜컥 임신이라도 하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몸 간수를 잘했어야지’라며 여성에게 돌아간다. 우리나라 남성중에는 “피임(콘돔)하는 것은 ‘느낌(?)이 살지 않아 어쩐지 꺼려진다”며 이를 피하는 사람이 적잖다.

게다가 원치 않는 임신을 막으려 미혼여성이 피임약을 먹는 사실 자체에도 색안경을 낄 정도로 성에 대한 입장이 이중적이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키려는 행동임에도 여성이 비난받기 십상인 것이다. 국내 피임약 복용률은 약 2.5%로 피임실천율이 높은 서구의 20분의 1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미혼여성들조차 피임약 복용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이 상당수다. 왠지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또 강제적으로 호르몬을 조절한다는 것 자체에 복용을 꺼리는 사람도 적잖다. 특히 피임약 중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더욱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매달 병원을 찾아가 일일이 피임약을 타는 것도 어딘지 허락받는 것 같은 느낌에 유쾌하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후피임약을 처방받는 경우엔 더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이른 아침 산부인과를 찾아가보면 고개를 푹 숙이고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으려는 젊은 여성들을 적잖이 볼 수 있다. K대학가 산부인과에서 만난 한 여성(21)과 대화해보니 “남자친구와 관계를 가졌는데, 남자친구가 피임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좋아하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갖긴 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사후피임약을 처방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왠지 병원에서도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내 돈을 내고 처방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약자가 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 산부인과 아래층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받고 정수기 앞에서 줄지어 약을 복용하는 모습도 진풍경이다. 

1956년 미국 하버드대 그레고리 핀커스 교수팀에 의해 발명된 경구피임약(1960년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은 여성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임신은 피임약의 개발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변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지난 1세기 동안의 혁신적 제품’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피임약이 처음 광고된 것(심지어 케이블채널)은 2006년 당시 한국오가논의 ‘머시론’이 최초다.

약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살이 찌고 피부에 여드름 등 트러블이 생긴다는 경고의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입장보다는 ‘카더라 통신’이 대부분이다.

국내에 경구피임약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다. 정호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베일러이화산부인과 원장)은 “초기에는 경구피임약 성분 중 하나인 ‘합성 황체호르몬’이 체내수분과 나트륨 배출을 막아 부종과 체중증가를 유발했다”며 “하지만 최근엔 과거와 달리 피임약에 황체호르몬 함량은 많이 낮추고 새로운 성분을 담으면서 체중증가, 여드름이 발생하는 부작용은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생체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이 주성분으로 쓰인다. 이 성분은 황체호르몬으로 인한 부종 및 체중증가 현상이 없고 오히려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생리주기에 따라 여드름 등 피부문제가 심했던 사람의 증상을 개선해주기도 한다.

드로스피레논은 처방이 필요한 성분이다. 때문에 피임은 물론 오로지 여드름 치료 목적으로 드로스피레논 함유 피임약을 처방받는 사람도 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현 모씨(26·여)는 “시험준비를 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여드름이 심해졌다”며 “평소 생리기간에만 여드름이 올라오는데, 우연찮게 비슷한 상황을 겪는 친구의 피부가 좋아진 것을 보고 비결을 물었더니 ‘피임약’이라고 귀띔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산부인과를 찾아가 상담해보니 피임약이 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지루성 피부가 아닌데도 여드름이 나는 여성에게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다행히 약이 잘 맞아 피부는 좋아졌지만, 드로스피레논 성분이 들어간 피임약은 전문의약품이어서 매번 병원에서 처방받는 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 성분 피임약을 매달 한 차례 구입하려면 처방비 1만5000원에 1만8000~2만3000원의 약값이 든다. 이 성분 약으로는 ‘야즈’, ‘야스민’(이상 바이엘헬스케어) 등이 있다.

사실 경구피임약은 호르몬변화로 인한 여드름 치료 이외에도 생리통 등 월경곤란증, PMS(생리전증후군) 개선을 목적으로 처방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2011년 최근 5년간 생리통 진료환자는 47.93% 증가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이 가운데 특히 20대는 65.89%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럴 경우 산부인과에서는 단순 생리통, 생리불순, 생리과다 등의 질환에 피임약을 처방한다. 하지만 처방을 받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약 복용을 거부하는 사람도 적잖다.

정호진 부회장은 “생리통은 피임약 복용만으로도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며 “피임약 복용 초기에는 개인에 따라 두통, 유방통, 메스꺼움이나 불규칙한 출혈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우리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증상으로 복용을 계속하면 저절로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여대생 유 모씨(23)도 “생리통이 심하고 생리주기가 불규칙해 산부인과를 찾았다”며 “피임약을 처방받았는데 처음에는 꺼림칙했지만 확실히 생리통이 많이 없어지고 생리주기도 규칙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감기약을 먹듯 대놓고 먹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아무리 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심해야 할 부분은 있다. 35세 이상의 여성 중 흡연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
방장훈 호산여성병원 원장은 “35세 이상 흡연 여성에서는 경구피임약이 혈전증의 위험을 높인다”며 “혈전증과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질환을 겪었거나 앓고 있는 여성도 피임약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신과 출산은 행복한 일이지만 원치 않는 임신은 불행의 씨앗이다. 여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기 위해 피임약을 먹는 여성을 ‘개방적인 여성’으로 낙인찍는 사회적 분위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게 요즘 젊은 여성들의 생각이다. 방 원장은 “경구피임약을 제대로 이용하면 계획임신이 가능하다”며 “산부인과를 방문해 자신에게 맞는 피임법이 무엇인지 상담한 뒤 추천받은 피임법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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