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CTP, 의료진 주관적 판단 개입 … MELD는 혈액검사 수치만 반영해 정확도 향상
서경석(왼쪽부터)·이광웅·이남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서경석·이광웅·이남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팀은 뇌사자의 간을 좀 더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는 배분 기준을 현행 ‘CTP(Child-Turcotte-Pugh)’에서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로 바꿔야 한다고 6일 밝혔다.
국내에서는 현재 CTP 점수를 이용해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CTP 점수는 이식 대기자의 간성뇌증(encephalopathy), 복수(Ascites), 각종 간기능 혈액검사 등 수치를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 뒤 합산한 값이다. 간이식 대기자는 이 점수와 임상 상황을 종합해 응급도1(2A), 응급도2(2B), 응급도3(3), 응급도7(7) 순으로 나뉜다. 응급도1은 1주일 이내에 간이식을 받지 않는 경우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초(超) 응급상황을 의미한다. 응급도2는 응급도1보다 덜 위중한 상태다. 뇌사자가 기증한 간은 위중한 환자 순으로 배분된다. 상태가 덜 위중한 응급도3과 응급도7 환자의 경우 간을 배분받을 확률이 매우 적다.
그러나 연구팀은 CTP 점수 요소 중 복수와 간성뇌증에 대한 평가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존재해 위급한 정도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점수는 또 한 등급에 포함되는 대기자의 범위가 넓어 위급한 정도를 세분화하기가 어렵다. 같은 등급 내에서는 등록대기시간, 뇌사자 발굴기관 인센티브 등 비의학적인 요소로 배분 순서가 정해져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10년 전부터 MELD 점수로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이 점수는 간기능을 나타내는 혈청크레아티닌, 혈액응고시간, 빌리루빈 수치 등을 수학적으로 계산한 결과다. 높은 점수는 간기능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객관적인 혈액검사 수치만 반영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지 않고 이식 대기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이 2008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등록한 간이식 대기자 788명을 CTP 적용군과 MELD 적용군으로 나눠 6개월 생존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MELD가 CTP보다 생존율을 좀 더 명확하게 구별했다.
같은 응급도1 대기자라도 MELD 점수가 24점 미만일 때에는 3개월 생존율이 93%, 31점 이상일 때에는 35%로 나타났다.
응급도2 대기자의 경우 MELD 점수가 31점 이상일 때 3개월 생존율은 48.2%였다. 이는 응급도1의 3개월 생존율인 70.2%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같은 결과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간이식이 시급히 필요한 환자를 간 배분 과정에서 소외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이광웅 교수는 “뇌사자의 소중한 간을 정의롭고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위급한 대기자에게 우선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며 “CTP 점수에 따른 분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MELD 점수에 의한 분류 기준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MELD 점수를 도입하려면 간대기자 등록시스템부터 새롭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장기이식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MELD 점수가 낮을 때에도 우선적으로 간을 이식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