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정모 씨(24)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치아교정치료를 시작하기 위해 치과를 찾았다가 뜻밖에 ‘입천장에 치아가 하나 더 있어 발치하겠다’는 치과 의사의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입천장에 무슨 치아가 난다는 말야?’라고 생각하며 의아해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정 씨는 같은 치과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방문했다. ‘사랑니 주변에 여분의 치아가 1개씩 더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랑니 4개가 모두 나는 사람은 통상 60% 정도이고, 7%는 아예 나지 않으며, 나머지는 두세 개인 것에 비하면 ‘이빨 부자’임에 틀림 없다.
정 씨는 사랑니가 아예 나지 않은 사람에 비하면 무려 9개나 많은 치아를 갖고 태어났다. 그는 “나는 아무래도 치아 제조기인 것 같다”며 “발치할 필요가 없다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에 치아를 보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과잉치란 필요 없는 치아가 추가로 더 있는 상태를 말한다. 사람은 유치 20개·영구치 32개를 갖고 있는데 이 개수 이상의 치아가 입 안에 있는 경우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환경적·유전적 영향이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오 연세대 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치과 교수는 “과잉치는 모체의 태내에서 치아가 발생하는 초기에 이미 유발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과잉치는 인구 중 약 1~3%에서 나타나 흔히 관찰된다. 일종의 양성 치아종양으로 분류되며, 발견되면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김 교수는 “과잉치는 정상치아와 모양이 확연히 다른데, 대개 몸통은 둥그랗고 끝은 뾰족하고 일반 치아보다 작다”며 “대부분 위 앞니 쪽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니가 4㎜이상 벌어져 있다면 과잉치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치과에서 방사선사진을 촬영해 확인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과잉치는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치과에서 통상적인 임상검사나 방사선사진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목동의 한 어린이 치과 간호사는 “과잉치 문제 자체로 찾아오는 어린이 환자는 별로 없지만 진료하다가 발견돼 잉여 치아를 제거하는 상황도 적잖다”라고 말했다.
간혹 크게 벌어진 앞니를 가진 청소년이나 성인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치과방사선 사진촬영 기술이 부족했던 1970년대 이전에는 과잉치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최근 치과를 찾은 노인 환자에서도 빈번히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과잉치가 생겼다면 국소마취 후 단순 발치해 제거한다. 방사선사진 검사에서 치아가 잇몸뼈 속에 있는 것으로 발견됐다면 맹출 방향, 즉 이가 나는 방향부터 파악한다. 만약 과잉치가 수년 내에 입안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기다렸다가 발치한다.
특히 과잉치가 잇몸뼈 속에 매복된 경우 장기간 방치하면 간혹 잇몸에 물주머니(물혹)가 생기거나 인접한 치아의 뿌리를 흡수하게 되므로 발치가 필수적이다.
또 치아가 자라는 방향이 뒤틀어진 경우 코 속으로 또는 눈 밑으로 치아가 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잇몸 뒤쪽으로 깊숙이 매복된 과잉치를 장기간 방치하면 점점 잇몸으로 파고 수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발치를 고려해야 한다.
단순한 과잉치의 발치 비용은 정상치아에 준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 개인치과에서 적절한 대처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특히 어린이에게서 발견된 복합 과잉치는 소아 전문 치과나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 치과로 내원해야 아이에 맞는 자세한 상담과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잇몸 깊이 매복된 과잉치는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3차원 치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기도 한다.
과잉치가 자랐다고 해서 무조건 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미적으로 보기 흉한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제거하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정 씨의 경우도 이런 케이스에 속한다. 정 씨를 치료하는 김형순 포항 예치과 원장은 “정 씨가 어릴 적 제거한 입천장에 난 치아는 과잉치 환자 대부분이 가진 앞니 사이에 난 모양이었지만, 현재 자란 4개의 과잉치는 정말 보기 힘든 특이한 경우”라며 “사랑니와 어금니 뒤쪽에 작은 치아가 앞니와 비슷한 모양으로 자랐지만 특별히 구강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돼 보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잉치는 치아손상을 유발하는 등 악영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만 제거하면 된다”며 “다만 악성 치아 낭종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X-레이 촬영을 받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사는 어린이 과잉치에 대한 처치다. 과잉치가 초등학교 1~2학년 혹은 그 이전에 발견되는 경우에는 인접한 치아의 발육을 방해하는지 여부를 정기적인 X-레이 촬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치아가 나는 것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잇몸을 열고 들어가서 제거한다. 대개 앞니가 나오는 초등학교 2학년 시기인 만 8세경에 수술적 방법을 시도한다. 이보다 어린데 수술이 필요할 경우에는 대학병원 소아치과에서 전신마취 하에 발치수술을 시행한다.
김 교수는 “과잉치가 매복돼 있으나 인접한 치아의 발육과 맹출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 조금 더 기다려 발치수술 시기를 늦출 수 있다”며 “시기를 늦출수록 수술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만약 매복 방향이 잇몸 뒤쪽이면서 점점 더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면 수술 시기를 앞당겨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잉치는 매우 흔한 질환으로 초등학생의 경우 반에서 한명씩은 발견되지만, 암과 같은 악성질환이 아니며 악성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거의 없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치료가 난해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단순 발치는 가까운 치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특이하거나 어려운 경우엔 치과전문병원으로 의뢰되므로 의료진의 지침을 잘 따르면 큰 문제될 게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