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변이 잘 나오지 않는 질환으로만 여겨졌던 변비가 대장암의 주요 증상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한대장항분학회는 2010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간 전국 24개 병원에서 대장암수술을 받은 환자 1만7415여명을 조사한 결과 7명 중 1명이 변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대장암 진단 전 대장 관련 증상의 변화가 나타난 환자는 1만1085명(63.7%)이었다. 이중 2609명(23.5%, 복수응답)이 변비 증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 및 고령 대장암 환자일수록 변비를 경험한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발견 전 대장 관련 증상 변화를 경험한 비율은 여성이 4628명 중 1114명(24.1%)으로 6440명 중 1494명(23.2%)인 남성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60세 이상 환자의 경우 6367명 중 1542명(24.2%)이 변비 증상을 호소했으며, 이는 1064명(22.6%)인 60세 이하 환자보다 유의하게 높은 수치다.
김광호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은 이날 ‘201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혈변이나 복통 등은 대장암의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발생 시 바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며 “반면 변비는 대장암 증상이라고 여기는 인식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로 전체 환자의 36.3%는 증상 없이도 대장암을 조기진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학회와 의료진이 대장암에 대한 관심이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구팀이 대장암 진단 병기별로 증상 변화의 경험 여부를 분석한 결과 병기가 높을수록 변비 증상을 경험한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발견 시 1기 이상의 병기를 가진 상태에서 대장 관련 증상을 경험한 환자는 1만831명(1기 1842명, 2기 3185명, 3기 4241명, 4기 1563명)이었다. 이중 변비를 경험한 비율은 1기는 17.5%, 2기 21.1%, 3기 26.1%, 4기는 29.5%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대장암의 주요 증상인 혈변 및 복통의 경우 병기와 상관없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장암의 원인은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변비는 전자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변비로 인해 장내의 독성물질이 대장점막에 오랫동안 노출되는 과정에서 대장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변비를 갖고 있다면 대변이 장 내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 대변에서 생성되는 독성물질의 양이 증가하고, 대장점막이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여져 대장암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변비는 배변 시 무리하게 힘을 줘야 할 때, 대변이 과도하게 딱딱하게 굳을 때, 불완전 배변감(후중감), 항문직장의 폐쇄감이 있을 떄, 일주일에 배변 횟수가 3번 미만일 등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는 가천대 길병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건국대병원, 건양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국립암센터, 노원을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상계백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양병원, 원자력병원, 원주세브란스병원, 인천성모병원, 인하대병원, 조선대병원, 충남대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등이 참여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대장암센터가 대장암 중 직장암 환자 4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이 클리브랜드클리닉 변비진단표(CCSS)를 이용해 직장암 환자의 변비 정도를 측정한 결과 병기와 CCSS 점수는 함께 높아졌다. 4기의 경우 CCSS 수치가 8점(정상은 3.5~3.7))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기는 평균 3.5점, 2기 평균 4.7점, 3기는 평균 5.4점이었다.
또 변비가 심할수록 직장암 발병 후 생존율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발병 후 5년 내 생존율의 경우 8점 이하군은 81.4%였으나, 8점 이상군은 63.9%에 불과했다.
이우용 대한대장항문학회 섭외홍보위원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변비가 대장암의 위험 요인인지에 대해 아직까지 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며 “학회는 이번 발표를 통해 대장암 환자의 변비 증상 유무와 병기에 따른 변비 발생률 등을 다각도로 살펴봄으로써 대장암과 변비의 연관관계를 알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변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장암이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이번 연구결과로 여성, 특히 60세 이상 대장암 환자에서 변비가 자주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한대장항문학회 권고안에 따르면 50세 이상 환자는 주기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으며, 변비가 심한 60세 이상 성인은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201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울·경기지역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장내시경 무료검진을 진행했다. 또 오는 30일까지 전국 60여개 병원에서 대장암 무료 건강강좌 및 상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