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막동통증후군·후종인대골화증·경추관협착증과 증상 비슷 … 자가판단 금물, 전문병원 찾아야
경추신경이 돌출한 경추간판에 의해 눌려 통증을 유발하고 있다.
목 부위에 병적인 통증이 느껴질 때 대부분 ‘목디스크(경추수핵탈출증)’라고 단정지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통증, 운동장애, 어깨저림, 방사통(상지저림현상) 등 주요 증상이 비슷한 질환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유사질환은 ‘근막동통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근막조직의 염증이나 근육세포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 주로 어깨나 승모근 부위에서 발생한다. 근막 내 통증유발점에 집중적으로 누적된 대사산물이 주변 혈관을 압박해 혈류흐름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척수와 연결된 신경섬유까지 영향을 받아 뒷목 부근에 ‘연관통증(국소적인 병변이 그 부위와 떨어진 피부표면에 통증이나 감각과민을 야기하는 현상, referred pain)’이 나타난다.
발병 초기에는 두 질환간 차이가 존재한다. 신필재 부천하이병원 과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목디스크는 머리를 앞뒤로 움직일 때 통증과 함께 운동장애가 관찰되지만 근막동통은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가만히 있어도 간헐적인 통증이 느껴지는 목디스크와 달리 근막동통은 통증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과 함께 국소적인 경련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근막동통은 보존적 치료만으로 호전이 가능하다. 통증 부위의 사용을 최소화해 근섬유가 두꺼워지는 것을 막고 안마·온열요법 등으로 굳은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통증유발점에 바늘을 직접 삽입해 뭉친 근육조직의 핵을 파괴시키는 ‘통증유발점 주사(trigger point injection)’가 자주 사용된다.
‘후종인대골화증’은 목뼈를 지지하는 뒷부분의 인대가 석회화되면서 척수를 누르는 질환이다. 목디스크와 통증 양상이 매우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 신 과장은 “후종인대골화증의 경우 X-레이로 골화성병변을 감별하며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골화된 종괴의 모양 및 크기, 척추관 협착 여부, 신경압박 정도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이밖에 신경손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근전도검사, 유발전위검사, 방광기능검사 등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질환은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에서 발병률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유전적 원인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 당뇨병, 미만성 골과다증, 강직성 척추염 등과 연관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후종인대골화증을 진단받으면 수술이 불가피할 때가 많다.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이미 중등도 이상으로 질환이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보통 목 앞쪽에서 시술 부위를 절개한 후 척추체와 골화된 부위를 모두 제거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됐지만 이는 척수를 손상시킬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현재는 목 후방을 절제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성형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경추관협착증’도 목디스크와 헷갈리는 질환이다. 보통 노화로 인해 경추관을 지나가는 신경통로가 좁아지면서 발생한다. 통증과 감각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목디스크와 달리 협착증은 증상 진행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다. 질환 초기 통증은 목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며 점차 어깨·팔·허벅지 등으로 퍼지게 된다. 이 때문에 물건을 갑자기 놓치거나 단추를 푸는 동작이 어려워지는 등 근력저하 현상이 동반된다. 이같은 증상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질환 초기에는 약물 및 물리치료, 신경성형술 등 보존적 방법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근력저하나 방사통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협착 및 신경압박이 의심되기 때문에 미세현미경을 이용, 경추관을 확장시키는 수술을 실시해야 한다. 신 과장은 “이밖에 경추 통증과 운동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에는 단순 근육통, 턱 아래 봉아직염으로 인한 루드비히 안자이나(Ludwig’s Angina),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부종 등이 있다”며 “오진이나 과잉진료를 줄이기 위해서는 섣부르게 자가판단하지 말고 전문의료기관에서 정확하게 치료받아야 한다”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