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가 지난 5일 드라마 ‘굿닥터’를 선보인 이후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주인공이 앓고 있는 ‘서번트증후군’이다. ‘굿닥터’의 제작진은 이름조차 생소한 이 질환을 극 중 소재로 삼아 시청자의 뇌리에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서번트(savant)증후군이란 자폐증을 비롯해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 일부가 지능은 낮지만 특정 분야에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질환으로 남성에게 주로 나타난다. 서번트증후군 환자의 비범한 능력은 대부분 우뇌와 관련이 있고 부족한 능력은 좌뇌와 관련이 있다. 참고로 좌뇌는 언어, 수학적인 계산, 규칙적인 개념에 대한 분석이나 추상적 분석을 주로 담당한다. 우뇌는 공간적인 관계와 시각화를 주로 담당한다.
서번트증후군 환자의 능력과 관련해 지금까지 수많은 이론이 제시되었으나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좌뇌의 손상과 우뇌의 보상이론’이다. 이는 어린 시절에 입었던 좌뇌의 손상이 역설적인 뇌의 기능촉진을 불러오고 이후 손상되지 않은 우뇌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과정을 통해 강력한 보상작용이 일어나 특정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이 발휘된다는 것이 요지다.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유명 환자
킴 픽 (Kim Peek) 1951~2009 : 기억력, 연산능력(영화 ‘레인맨’의 실제 주인공)
킴 픽은 선천적으로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섬유조직의 결함으로 혼자 옷을 입지 못하고 물건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었으며 16살이 되어서야 혼자서 계단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집중력과 기억력을 얻게 되었으며 그의 지식지수(KQ)는 184로 아인슈타인의 149를 상회한다.
레슬리 램키 (Leslie Lemke) 1952~ : 음악적 능력
레슬리 램키는 뇌성마비와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눈에 감염질환이 나타나 시력을 잃었다. 9살이 돼서야 처음으로 몸을 조금씩 움직였으며 레슬리를 입양한 부부는 피아노를 구입해 간단한 음을 연주해주는 등 재활을 도와주었다. 그가 16세 되던 날에는 가족들이 애청하는 TV 프로그램을 피아노로 완벽하게 연주했다. 이후 부부는 레슬리가 어떠한 노래라도 한번 들으면 완벽하게 카피할 수 있고 편곡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능력은 점차 향상돼 나중에는 알지도 못하는 그리스어로 된 노래를 연주곡으로 편곡하기도 했으며 같은 노래를 완벽히 재현했다.
스테판 윌셔는 3살 때 자폐증 진단을 받고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7살 때 쯤부터 런던 곳곳의 랜드마크 건물을 스케치하며 도시풍경들을 그리면서 그림을 팔았다. 눈으로 목격한 풍경을 사진기처럼 놓치지 않고 그림으로 재현하는 그의 재능은 영국 BBC방송에서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상공에서 헬기로 30분간 일본 도쿄를 둘러본 후 일주일 동안 10m 길이의 캔버스에 그려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처럼 특정분야에서 경이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서번트증후군 환자들은 자폐증환자의 10%, 뇌손상환자 혹은 지적장애인 2,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 뇌의 좌반구는 우반구에 비해 늦게까지 성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반구의 지적기능은 출생 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데 남자 태아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악영향으로 좌반구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연구돼 있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서번트 증후군 환자를 가리켜 ‘이디오트 서번트’(idiot savant: 천재 백치)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