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혈로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 줄면 신경세포 손상 및 인지기능 저하돼 치매 유발
11년간 추적 관찰 결과 빈혈이 없었던 노인(검정색)은 치매가 천천히 발생하는 반면 빈혈이 있었던 노인(붉은색)은 더 빨리 치매가 나타나고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혈이 있는 노인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크리스틴 야페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신경과 전문의는 ‘Health ABC 코호트’ 자료를 토대로 평균 나이가 76세인 지역사회 노인 2552명을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빈혈이 있었던 노인은 없었던 노인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4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5일 발표했다.
Health ABC 코호트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이 1997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미국 내 대표적 노인 코호트 중 하나다. 미국 멤피스와 피츠버그 지역에 사는 70~79세 노인 3075명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각종 건강검진을 실시해 공중보건정책에 도움이 되는 역학자료를 도출하고 있다.
11년 전 첫 조사 때 빈혈이 없었던 2159명은 이번 연구에서 17%만 치매 진단을 받은 반면 빈혈이 있었던 393명은 23%가 치매를 갖게 됐다. 연구팀이 빈혈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나이·성별·인종·고혈압·당뇨병 등 치매위험인자 16개를 적용해 두 군을 비교 분석한 결과 빈혈이 있었던 노인은 치매 발생률이 4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빈혈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해 “빈혈로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부족해지면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인지기능이 저하돼 치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빈혈과 치매의 관련성을 밝히는 데 있어 기존 연구와 달리 대규모 노인집단을 대상으로 했으며, 연령·교육수준·인종·성별 등 16가지 치매 위험인자를 보정한 후에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 교수는 “노인의 빈혈과 치매는 흔하기 때문에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빈혈을 관리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논문은 향후 정부의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노인 빈혈은 영양결핍, 신장기능 저하, 위장관출혈, 만성염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두통·어지러움·무기력감을 유발한다”며 “빈혈이 나타난 경우 적당량의 육류와 녹황색 채소를 자주 섭취하고, 혈액·소변·내시경검사로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빈혈 기준은 성인과 노인 모두 남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13g/㎗ 미만, 여자는 12g/㎗ 미만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logy)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