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품 아닌 가짜 보형물, 수술 도중 보형물 피막 손상, 유방촬영 등에서 가슴눌림 등 원인 다양
가슴보형물 파손 환자로부터 제거한 실리콘 보형물(SC301성형외과 제공)
기껏 가슴성형을 받았는데 보형물이 터져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현지 언론은 베이징에서 저질 보형물을 이용해 가슴 확대수술을 받은 여성이 엎드려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보형물이 터져 인근 병원에서 ‘폭발’한 보형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약 4시간 동안 게임을 하던 여성은 가슴에 열감과 통증을 느껴 곧바로 병원을 찾았고 가슴에 삽입된 실리콘 보형물이 파손·누출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고를 당한 여성은 5년 전 작은 가슴에 콤플렉스를 느껴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여성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고, 수개월 후 양쪽 가슴의 균형을 맞춰주는 재수술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할 의료행위에서 이같은 경악스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저질 보형물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가슴보형물 손상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지난 5월 국내에서도 마사지샵에서 가슴성형을 받은 여성에게 마사지를 하다 본의 아니게 보형물을 터뜨려 50만원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있다.
신동진 SC301성형외과 원장은 “‘폭발’이라는 말은 만화영화에서 흔히 보듯 가슴 전체가 펑 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 안에서 보형물 피막이 손상된 경우”라며 “인증받은 보형물로 정상적인 가슴성형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 수술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가슴성형 보형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신고가 428건에 달했다. 그 중 39.1%인 167건은 보형물이 파열됐고, 30.1%의 여성은 보형물이 새거나 쭈그러들었다고 말했다. 22.9%는 보형물 주위조직이 단단하게 굳는 구형구축 현상을 경험했다. 부작용을 겪은 10명 중 7명에게서 보형물이 파열되거나 새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 해 가슴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이 3만건 이상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부작용이 발생해도 신고하지 않는 사람까지 고려해보면 그 수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보형물을 이용한 가슴성형을 받았다면 시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 신 원장은 “전문의가 아무리 섬세하게 시술했다 하더라도 보형물은 시간이 갈수록 내구성이 떨어진다”며 “심할 경우 구형구축이 일어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가슴에 이식하는 실리콘 보형물은 10년 안에 보형물을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FDA 통계자료에 따르면 보형물 10개중 2개는 터질 수 있기 때문에 매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하라고 권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슴보형물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신 원장은 “인증받은 보형물로 성형을 받은 사람 중에도 유방암 검사를 위한 맘모그람(X선 유방촬영,Mammogram) 촬영을 하다 기계의 압력으로 가슴이 눌려 보형물이 손상된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겨드랑이 등을 최소절개한 뒤 좁은 공간으로 보형물을 밀어넣는 과정에서 특정 부위에 주름이 접히고 취약해졌다가 서서히 손상이 진행돼 세월이 흘러 자기도 모르는 새에 보형물이 터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럴 경우 내용물이 장기간 가슴주변 조직으로 흘러들어가 마치 누수가 된 듯한 상황이 벌어져 주변조직이 침식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손상된 보형물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슴보형물은 흔히 700~10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정적인 상태에서, 보형물 피막이 전혀 손상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며 실제로 가슴에 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보형물 손상, 보형물 이식 후 일상생활에서 겪는 보형물의 마찰과 압력 등을 고려할 때 수많은 변수가 있음을 고려해둬야 한다.
국내 정품 가슴보형물은 미국 엘러간사의 ‘내트렐(Natrelle)’, 존슨앤드존슨메디칼의 ‘멘토(Mentor)’, 독일 폴리텍의 ‘옵티맘(optimam)’ 등 3개 회사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가슴보형물은 어쨌든 이물질이다보니 신체에 이식될 경우 염증을 유발시키고, 심할 경우 암을 유발시킨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있다. 가슴보형물 수술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견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보형물이 암 검사를 위한 X-레이 촬영 시 그림자를 만들어 유방암 발견을 방해해 발견 자체가 늦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캐나다 퀘벡 라발 대학의 에릭 라비뉴 박사는 가슴보형물 성형을 받은 여성은 유방암이 말기에 발견될 가능성이 26% 높다고 밝혔다. 늦은 발견은 유방암으로 사망 위험을 38% 높였다.
대다수 성형외과에서는 보통 보형물의 유방암 유발 가능성과 관련, “전혀 관련이 없다”거나 “거의 상관성이 없다”고 고객들에게 설명한다. 하지만 유방암을 유발할 충분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반대론자의 견해다.
식약처도 안전하다고 수입을 허가한 보형물에 대해서도 “유방성형을 위해 삽입되는 보형물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를 발견한 의료진이나 환자는 신속히 조치하고 식약청에 부작용 보고를 해주기 바란다”는 이례적인 ‘의료기기 안전성 서한’을 지난해 공표하기도 했다.
신 원장은 “가슴보형물 수술을 받은 여성은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X-레이, 초음파검사, MRI 등을 통해서 이상 여부를 확인해 가슴 건강을 지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