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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층간소음, 민감한 자와 둔감한 자의 인식 폭 좁히려면?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3-07-08 09:04:16
  • 수정 2013-07-15 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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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발자가 피해의식을 던지고, 피해자가 공격성향 보이면 갈등 커져

중재자 세워 직접 갈등 피하고, 소음저감에 최선 다해야

지난달 20~23일 서울시가 개최하는 ‘층간소음 엑스포’에서 강연하고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딴나라 얘기인 양 많은 이웃들이 생활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소음들로 서로 엄청난 상처를 주고 받음을 알 수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한 모든 부모들이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실감하게 됐다.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기숙사 등) 거주자가 전국민의 70%를 차지하는 요즘 층간소음의 피해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어서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A아파트의 임신부 김씨의 사례다. “저희집 위층은 기본적으로 새벽 1시까지 쿵쿵거립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 1시 넘어 뛰길래 늦은 시간이지만, 올라갔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애 키워봐라’였습니다. 밤 11시 이후 조용히 해달라는 것이 무례인가요?  저는 임신 중인데 밤만 되면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화병이 난 것처럼 심장이 뛰고 가슴통증도 느껴요. 진단서를 받으면 위자료를 윗집에 청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제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이런 경우 화병, 불안 등 정신적인 피해 뿐 아니라 산모에게는 양수저하증, 태아에게는 저체중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임신에 지장이 생긴다면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소음법이 없고 손해배상 소송만 가능한데, 국가기관에서는 조정을 하려 하고, 개인소송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들수 있다.  손해배상의 승소 사례도 거의 없는데다가 배상액수도 극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다르다. 호주의 경우 가해자가 5년간 집을 구입하지 못한다. 최근 대만에서도 층간소음 유발자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소음에 유달리 민감해지는 사람?
 
소음의 피해는 개인에 국한되지만, 이웃간 발생되는 싸움과 보복으로 인해 이사만이 해결책인 경우도 종종 있다. 소음피해를 겪다보면 소음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데 잘못 지어진 건물 상태와 소음 유발자의 태도에 따라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 생기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이웃의 약70%는 소음을 참고 넘어가지만, 약38%는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실에 요청한다. 직접 방문해 자제 요청을 하는 경우도 절반에 다다른다. 직접 방문하는 것은 사실 권장하지 않는다.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기 쉬우므로 간접적인 편지나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윗집은 기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3%가 심야시간에 물 사용을 자제하고 있으며, 15%가 식탁커버와 소음방지용 매트를 활용하고 있다. 사실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가장 심각한 소음인데 실내 슬리퍼 사용은 10%에 지나지 않는다. 

아랫집 윗집 분쟁 어떻게 예방하나
 
층간소음을 문제시 삼아 아랫집에서 뛰어올라오는 경험을 겪은 사람은 이후 심야에 인터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아랫집 사람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날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고 한다. 아랫집에서 올라와 노크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쾌해한다.
‘나’를 아니 우리가족을 나무라기 위해서 따지러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올라온 아랫집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보자. 아랫집에서 뛰어올라왔을 때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 예를 제시해본다.

1. 들어오세요: 현관에 세우지 말고 집안으로 초대하자. 아랫집 사람은 싸우러 온 타인만이 아니라 손님이다.
2. 저희 아이에요: 우리집 아이와 아랫집 이웃과 관계를 맺어주자. 시끄럽게 뛰면 안 된다고 이웃 앞에서 제대로 훈육을 해보자. 시끄럽게 뛰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함께 공유하자.
3. 시끄러워서 힘드시죠?: ‘(당신도) 아이 한번 키워보라’는 태도로 나오지 말고 이웃의 고충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내 입장만 고집하지 말자. 시끄럽고 방해되기 때문에 방문한 것이다.
4. 죄송해요. 조금 더 신경쓸께요:  사과를 제대로 하고 앞으로 주의를 하겠다는 안심을 시켜줘야 한다. 그래야 아랫집 이웃도 피해의식과 의심 없이 내려갈 수 있다.
 
아이 키우는 집, 층간소음 예방법

충분한 사과와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면 이웃과의 약속을 지키자. 약속을 이행하는 일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가족 모두 실내화를 착용하자. 발뒤꿈치로 쿵쿵거리는 소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화가 필수이다.  소음방지 의자 패드를 끼우고 의자를 끄는 데 주의를 기울이자. 층간 소음 바닥재와 비닐장판이 시중에 있으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왜 우리만 이러고 살아야하는가? 그게 아니다.  우리가 조심하는 만큼 우리이웃도 조심한다는 생각을 하자. 아이들에게 올바른 예절교육을 시키고 주의를 주자. 
 
지난 설날 본가를 찾은 형제를 아래층 이웃이 흉기로 찌른 살인사건이나 층간소음으로 인한 환청으로 방화를 일으킨 대형사고들은 우발적이지만 오랫동안 쌓여온 분노의 결과물이다. 
소음으로 인한 심리적인 피해는 객관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아래층 사람은 너무 예민하고 예의없는 사람이고 되기 쉽다. 위층은 감시당하는 느끼고, 항의받을까봐 불안해서 이사가야겠다고 한다.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한 누구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정신적인 피해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정신과 치료 사실을 증빙하고 소음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소음측정기를 통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직접 항의해서 감정대립을 일으키기보다는 건물주나 관리실, 환경부가 개설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와 같은 중재자들을 활용하자. 이웃사이센터는 전화상담을 통해 위층과 아래층의 분쟁의 여지를 막고, 무료로 소음측정도 해준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는 지난달 강화된 층간소음 기준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하루에 8~10시간 정도 위층 발걸음 소리 같은 소음 크기를 측정해 ‘1분 평균’ 소음 크기가 ‘낮 40dB 이상, 밤 35dB 이상’일 경우 소음 발생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운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5분 평균’으로 ‘낮 55dB 이상, 밤 45dB 이상’이어야 소음 피해로 인정됐다. 소음도(度)가 10dB 줄면 귀에 들리는 소리의 크기는 절반 정도로 감소한다. 따라서 새로 바뀌는 소음 기준은 현행보다 소음 규제를 배 이상 강화한 셈이다. 통상 어른이 발뒤꿈치로 강하게 걸으면 40dB 가량 소음이 발생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하루 동안 가장 시끄러운 때의 소음도를 의미하는 ‘순간 최고 소음 기준’도 새로 마련해 ‘주간 55㏈ 이상, 야간 50㏈ 이상’을 피해 인정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55dB은 아파트 바닥 두께가 21㎝일 경우 물을 채운 1.5ℓ 페트병을 어른 가슴 높이에서 떨어뜨릴 때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리 크기에 해당한다.

강화된 층간소음은 향후 개정된 법률의 시행과 아파트 건축기준 상향에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서 일대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층간소음 엑스포를 다녀온 정신과 의사로서 층간소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자체가 고무적으로 보여진다. 이제 우리나라도 ‘나는 이러니 너가 참으라’는 식의 무법시대는 끝이 났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 해도 누구의 잘못인지 가리기보다는 ‘격이 있는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품격 있는 이웃이란 모두 행복하게 함께 살기 위해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일 것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도 분노를 표출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이런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이뤄야 하는 진통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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