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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감정노동자가 살아가는 법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3-06-18 11:13:57
  • 수정 2013-06-25 19: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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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이 맹공해도 태연히 매너 지켜야 일류 … 회사도 정신적 지지해줘야 오래 버텨

한국은 서비스업 종사자 1000만명 시대에 살고 있다. 두달 전 P대기업 상무가 미국행 K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이 끓여준 라면이 짜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 P중소제과업체 회장이 주차한 차를 이동해달라는 L호텔 주차관리인을 를 폭행한 사건으로 감정노동자(emotional labor)의 실체와 사회적 갑을(甲乙) 관계에 대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감정노동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흔히 감정노동자라 하면 30대 미만의 고졸 또는 전문대 졸업의 서비스업 여성 종사자를 떠올리게 된다.

감정노동자 중에서도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순위 1위는 항공기 객실승무원. 미혼 여성들의 선망 직종이 스트레스 1위를 차지한 셈이다. 즐기면서 일하는 직업으로 보이는 아나운서, 유치원교사, 치과의사도 뜻밖에 상위권이다. 

인간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노예처럼 힘의 계급에서 바닥으로 떨어질 때이라고 한다. 이 때 우리 신체에서 급격하게 코티졸이 분비되고 심박동수가 올라가면서 우울증 고혈압 등 만병의 원인에 부닥치게 된다.

2010년 민간 서비스 사업장 71곳에서 일하는 서비스직 노동자 80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감정노동자의 26.6%에서 우울증 소견을 보였다고 한다. 마음은 울고 있지만, 겉으로는 고객의 폭언과 인권모독을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감정의 부조화‘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의 늪에 빠지게 되며 업무성과가 떨어지게 된다.

서비스직 노동자만 그런 것도 아니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사회적 갑을 관계에서 자신을 ‘을’로 자각하면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자부심을 잃고 흐느적대고 있다. 현실적으로 감정노동에 대한 힐링 프로그램은 없고, 사후관리 역시 찾아보기 힘든 게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인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동기를 부여하고, 감성지능을 키우면서 감정노동자로서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실험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진상’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급자가 개입하는 경우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경우를 비교해본 결과 후자는 스트레스 지수가 위험치를 넘게 상승한 반면 전자는 상급자가 개입하는 순간부터 실험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자신을 향해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붓는 그 상황을 피할 수만 있다면, 욕설을 하는 전화를 끝까지 응대하지 않고 끊을 수 있는 권리만 가질 수 있다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을 피할 수만 있다면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감정노동자의 편에 함께 서줄 수 있는 상사와 회사가 뒷받침돼야 감정노동자의 인격이 보호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상황이든 성공하는 ‘감정노동자’의 마인드

요즘 우리사회에 돈에 웃고 돈에 우는 ‘갑’과 ‘을’의 관계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돈이 힘의 우위를 결정하는 계급사회임을 여러 경우에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갑은 “너희는 쓰레기통이야. 그래서 월급을 받는 것이고, 너희는 그런 용도야”라고 갑질을 떤다. 이런 갑을 향해 을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첫째, 감정노동자들은 먼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행복하면 성공한 것이다. 이 분야만큼은 내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면 감정노동자로서 행복감을 잃지 않을 것이다. 

둘째,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 앞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감정적으로 함께 대응한다면 내가 그만큼 무시당했고 상처받았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과도한 질타와 무시 앞에서도 뻔뻔함으로 상처를 감추고 태연한 모습을 보여야 더 이상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물론 예의를 잃지 않고 상냥한 미소로 겉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입장을 바꿔 종업원이나 직원을 하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보자. 그들은 어디가서도 대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기에 낮아진 자존감을 애매한 사람들에게 풀고 있는 것이다. 싫어도 웃고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지만 무조건 손님이 옳다는 마인드로 무장하고 상대방의 심리를 이해해보자. 결국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편이 결국 약자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폭력이나 폭언을 심하게 하는 상대방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상사나 회사 측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대처하는 매뉴얼을 마련하고 직원들을 감정노동의 ‘번 아웃(Burn out)’에서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를 ‘감정노동 방어권’이라고 하는데, 고객이 심하게 나올 때 빨리 그 자리를 피할 수 있게 해 심리적으로 타격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물론 소비자는 왕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왕이 되려면, 감정노동자를 존중해야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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