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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중 하나꼴인 1인가구 시대 ‘나홀로 살아가는 법’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3-05-12 00:49:05
  • 수정 2013-05-20 21: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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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 중심’ 패러다임 강해 고립감 크고 생활비도 ‘더블’ … 국가가 가족해체 막아야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우리나라 1인가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23.9%(2011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싱글들은 사람에 치일 것 없이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앞으로 배우자와 이별, 사별 후 혼자된 이들이나 65세 이상 고령자인 1인가구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로 30년후에는 65세이상 1인가구가 전체 1인가구 중 절반에 가까울 것으로 보여진다. 

화려한 싱글?

초혼연령이 늦어지면서 ‘화려한 싱글’이란 말도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1인가구는 여러가지로 불안정하다. 20~40대 1인가구는 치안, 생활비 부담, 불규칙한 라이프스타일, 주거 불안정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1인가구 중 대다수는 소득이 낮고 월세로 살면서 주택소유율도 낮은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일부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1인가구에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지만 실상은 경제력으로 곤궁한 1인가구에 오히려 더 많은 세제혜택 등 포괄적인 경제지원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
1인가구는 정서적인 면에서도 자유보다는 고립이라는 표현을 써야 더 적당할지도 모른다. 한국의 1인가구는 완전히 독립된 삶을 사는 일본, 미국 등에 비해 가족 중심적인 패러다임에 얽매여 있다. 1인가구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가구라는 인식이 강해 그 초라함이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을 띠는 것이다.
고향에서 나와 자취하는 대학생부터 불가피하게 결혼이 늦어진 30~40대, 자녀의 유학으로 홀로 남겨진 ‘기러기아빠’, 이혼으로 다시 혼자가 된 중년, 덩그러니 남겨진 쓸쓸한 노년의 모습까지 모두 불행해보인다. 1인가구는 사회적 고립감으로 우울증, 알코올중독, 자살충동에 빠지기 쉽고 ‘묻지마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화려한 싱글은 커녕 평범한 솔로만 돼도 다행인 게 현실이다.
피치 못하게 1인가구가 됐다면 가족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지면서 슬기롭게 외로움을 극복해나가야 한다. 

나홀로 라이프스타일

1인가구에게 제일 시급한 현안이 ‘살 곳’이다. 오피스텔, 도심형 생활주택 등 1인가구를 위한 주거 공간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고시원과 원룸 등을 전전하고 있다. 안정된 보금자리를 떠올려 보지만 막상 은행 문턱에서 1인가구,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민주택기금의 전세자금 대출에서도 제외되면서 10%에 가까운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도 외롭다. 식비, 광열비, 세금 등 혼자 살면 모든 게 두 배로 든다. 혼자도 서러운데 비싸게 먹기까지 하니 억울하고 서글프기까지 하다. 간섭하고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 보니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가지게 되고, 술·담배에 의존하거나, TV나 인터넷에 집착한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육체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상처까지 남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롭다 보니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행동에 몰입하게 되고, 그 결과 쇼핑, 게임, 인터넷, 드라마, 운동 등에 중독되기 쉽다. 특히 홀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노조절이나 갈등해결 능력이 취약하고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이로 인해 사회적 고립이 초래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혼자를 선택한 이들

결혼하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더 이상 여성들은 현모양처를 꿈꾸지 않는다.  결혼을 제대로 하려면 좋은 직업을 가져야 된다는 압박이 심하다. 현실적으로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우울감과 자살충동이 생기기 마련이다.
과거 여성자살자들은 수면제를 먹는다거나 손목을 긋는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해 미수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목을 매는 방법으로 자살을 기도하는 사례가 증가해 치사율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인가구 여성은 자살 고위험군이다. 여성은 가족 내 관계에서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낄 때 갈등 끝에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성들은 월경 전, 임신 중, 출산 후, 폐경기 등에 여성 생식호르몬의 변화로 기분이 급변하기 때문에 생애 주기에 맞는 우울증 및 자살 예방정책이 필요하다. 월경전증후군,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불임여성의 스트레스, 갱년기우울증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건강한 솔로 생활지침

한국사회의 탈가족화로 인해 1인가구 생활패턴에 맞는 주택, 복지, 치안, 교육, 식품, 생필품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거부하고 자신의 편리를 최우선에 둔 일종의 개인주의 트렌드에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혼자 사는게 속 편하다’라는 말이 과연 현실에 부합할까?  실상은 혼자 살수록 건강, 돈, 친구가 필요하다.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솔로들에게 권할 생활지침으로 첫째, 입면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한다. 불규칙한 생활에 빠지기 않기 위해서다.  둘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담배보다는 동호회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취미활동을 가져보자.  가족이 새로운 개념으로 다가올 것이다. 
셋째, 누워서 TV를 시청하거나, 바닥에 엎드려 컴퓨터를 하거나,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갖고 놀지 말아야 한다. 이런 IT기기에 의존하다보면 불면과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넷째, 식사할 때 대충 한끼로 때우지 말고 건강한 밥상을 챙기도록 한다. 다양한 식단을 미리 꾸려 양질의 식사를 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건강검진, 주3회 이상의 운동, 위급시 비상연락망을 미리 세팅해놓자. 
혼자 사는 사람은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경제적 빈곤으로 1인가구의 속출과 가족해체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경제 지원을 고려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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