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출혈 등 수술후 부작용 우려 … 위암4기 등에 선별적 사용돼야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이근욱·김형호·전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교수팀이 위암수술 후 정맥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결과를 6일 발표했다.
정맥혈전증은 정맥(특히 하지정맥)에 피가 응고돼 혈전이 생기고 합병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전이 떨어져나가 폐혈관을 막아버리는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 진행되면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양의 경우 정맥혈전증에 걸리는 빈도가 매우 높아 암수술을 받는 모든 환자에게 항응고 약제인 ‘헤파린(미분획된 헤파린, unfractionated heparin)’ 또는 ‘저분자 헤파린(low molecular weight heparin)’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헤파린이 서양만큼 자주 사용되지 않았는데 이는 암수술 후 정맥혈전증이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고 인식돼왔기 때문이다. 또 항응고제가 출혈 위험을 높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연구팀이 2010년 5월~2011년 7월에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375명을 조사한 결과 정맥혈전증이 발생한 경우는 9명으로 2.4%에 불과했다. 이는 서양에서 정맥혈전증 예방 약제를 권고할 때 일반적인 기준인 10%보다 유의하게 낮은 수치다. 또 위암 1, 2, 3기의 경우 정맥혈전증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반면 4기 환자에서는 수술 후 정맥혈전증이 약 10%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연구팀은 항응고제를 위암 진행단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결과로 그동안 국내 의사들이 항응고제 사용을 최소화했던 게 옳은 판단이었음이 재확인됐다. 위암수술 후 정맥혈전증 발생률은 2.4%로 매우 낮기 때문에 모든 위암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또 헤파린 등 항응고제는 출혈 등 수술 후 합병증을 유발시킬 수 있어 위암 단계에 따라 선별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이근욱 분당서울대병원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는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정맥혈전증 발생률에 대해 조사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위암이 흔히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대규모로 시행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위암수술 후 정맥혈전증 발생률은 서양에 비해 현저히 낮은 만큼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게만 선별적으로 예방약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