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당뇨병 및 합병증으로 고통받던 30대 여성이 췌장이식을 통해 건강을 되찾았다. 한덕종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팀은 최근 당뇨병 환자인 김 씨(37·여)에게 뇌사자 신장과 췌장을 동시 이식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췌장이식 200례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췌장만 이식받은 환자가 60명,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부전이 동반돼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환자는 121명, 먼저 신장을 이식받고 일정시간 경과 후 췌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19명으로 조사됐다. 즉 조기에 췌장을 이식받지 못해 신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하고, 췌장은 물론 신장까지 교체해야 했던 환자가 전체 200명 중 70%인 140명(121+19)에 달했다.
한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부전, 당뇨족, 실명 위험 등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초기에 췌장을 이식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막을 수 있고, 환자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며, 나중에 신장을 따로 이식받아야 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279건의 췌장이식 중 약 72%에 해당하는 200건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200명 중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받은 경우는 184건, 생체이식을 받은 경우는 16건이었다. 간·신장 등의 생체이식 비율은 70%가 넘는 반면 췌장은 다른 장기에 비해 생체기증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교수는 “생체이식은 대한민국 대표 의료기술로서 장기기증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발전해왔다”며 “췌장도 간·신장처럼 안전한 생체이식이 가능한 만큼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췌장이식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과 대등하나 췌장이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시행되는 수술 건수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공식 통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췌장 단독 이식 및 신·췌장 동시이식 수술 건수는 2만6614건이었으나 국내에서는 279건의 수술만 이뤄졌다. 국내에서 첫번째 췌장이식이 시행된 1992년 이후 수술 건수만 해도 미국은 2만4891건이나 됐다.
미국 당뇨병 환자(2600만명)가 국내(350만명)보다 약 7.4배 많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양국간 수술 건수는 지나치게 차이가 많이 난다.
한 교수는 “췌장이식 수술은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아가며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이번 200례 달성이 췌장이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200번째 수술로 건강을 되찾은 환자 김 씨는 “소중한 장기를 기증해 준 환자와 가족에게 감사한다”며 “국내의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도 하루 빨리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종 교수팀은 오는 7일 ‘췌장이식 200례 달성 기념 세미나’를 개최해 췌장이식에 관한 최신 지견을 공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