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B군과 엽산 섭취 위해 채식 필수 … 태음인은 육식 선호하고 채식 싫어해
김달래 한의원 원장
인류는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도록 진화해왔다. 자연계에서 동물의 수는 제한적이고 식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육식에 대한 기능을 하는 송곳니는 불과 1/8일 뿐이고 나머지는 곡류와 채식에 필요한 치아다. 우리의 치아는 모두 32개인데 곡식을 갈아서 삼키는 역할을 하는 어금니가 20개로 전체의 62.5%를 차지하고, 풀을 끊는 역할을 하는 대문니가 8개로 25.0%를 차지하며, 육식을 하는데 필요한 송곳니는 4개로 12.5%에 지나지 않는다. 즉 식사에서 차지하는 곡류와 콩류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해야 하고, 육류 섭취는 8분의 1 정도가 좋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친 육류소비는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식물도 자체 방어체계가 있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못한다. 벌레나 동물이 달려들더라도 움직여서 피할 수도 없고 공격할 수도 없기 때문에 수동적인 보호막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보호막은 다름 아닌 벌레들이 싫어하는 물질로 식물화학물질(phytochemical)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노화를 방지하고 항암효과가 있는 항산화작용을 한다. 이런 식물 중에서 우리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잎·줄기·뿌리를 채소, 먹을 수 있는 씨앗을 과일이라 불렀다. 식물들의 이런 특성은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엽산을 먹어라
미국 버클리대 연구팀이 89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정자수를 조사한 결과 가공식품을 먹거나, 영양상태가 불량하거나, 흡연·과음을 할 때 비정상적인 정자수는 1000마리당 4~6마리 정도였다. 반면 엽산을 많이 섭취하면 염색체 이상을 가진 비정상적인 정자수가 낮았다. 엽산은 비타민B군의 일종으로 녹색채소나 과일, 콩에 많이 들어 있는데 남성들이 이런 식물성 재료를 적게 먹으면 임산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이 이럴진대 여성들이 엽산이 부족하면 유산과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불임클리닉에 가면 하나 같이 엽산을 처방받게 된다.
세계 최고의 초식민족은 한국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00년 식품수급표’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채소 소비량은 1인당 187.6㎏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 정도의 채소 소비량은 비교적 채소를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112.6㎏), 캐나다(120.7㎏), 대만(124.5㎏), 프랑스(125.2㎏), 미국(134.2㎏), 뉴질랜드(140.3㎏)보다 월등히 많고 이탈리아(178.9㎏) 보다도 더 많이 먹는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야채를 한국인 평균 수준으로 먹는 사람은 굳이 엽산을 먹지 않아도 임신을 유지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 엽산은 말 그대로 채소잎에 들어 있는 비타민B군의 일종이다.
소양인은 채식을 좋아한다
소양인은 성질이 급하고 행동이 빠르며 몸 속에 화(火)와 열(熱)이 많다. 그래서 고추 마늘 생강 후추 카레 등 향신료를 먹지 말아야 하고 씀바귀 오이 배추 상추 우엉 등의 서늘한 성질을 가진 채소를 자주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참외 구기자 딸기 같은 시원하면서 새콤한 과일을 자주 먹어서 음기(陰氣)를 보강해야 건강하다. 이런 면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소양인들은 다양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런 채소를 요리할 때 된장을 제대로 사용해야 더 효과적이며, 고추장은 최소한으로 넣어야 된다.
채식은 아무나 하나 채식이 좋다고 해서 아무나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체질 특성을 잘 이해하고 채식을 해야 한다. 자신의 체질적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들이 채식을 한다고 따라하면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되어야 채식을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채식에 부정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소양인 체질이 아니고 대체로 태음인 체질이 가장 많이 반대할 것으로 생각된다. 태음인은 기본적으로 야채를 싫어하고 육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