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방향을 결정할 때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들은 환자의 의견도 함께 반영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27일 발표됐다. 조비룡·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604명의 건강한 진료자에게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선별검사와 제균치료의 장·단점을 설명한 후 시행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이 검사 및 치료를 받겠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 성인의 50% 이상이 위암 원인 중 하나인 헬리코박터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증상이 없거나 위염이 있는 성인도 제균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는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었다. 일반인도 제균치료에 대해 잘 몰라 환자의 선호보다는 의사의 뜻에 따라 결정될 때가 많았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9개 문항을 질문했더니 진료자가 평균 3.9개를 맞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이나 위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약 60%가 알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진단법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모르고 있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선별검사 및 치료를 받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과 감수해야 하는 위험·비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 내용은 △위암이 우리나라 전체 암의 약 17%를 차지하고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의 주요 원인으로 발병 확률을 약 2~3배 높이며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는 항생제 및 위산억제제를 7~14일간 사용하며 비용은 약 10만원(비보험)이 소요되고 △초치료 성공률은 약 70~85%선으로서 △제균치료가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위암 발생위험 약 30% 낮추고 △위암 고위험군에서는 제균치료 권장되며 △구역, 복통, 설사 등 부작용 발생률 약 2.5% △치료 중단시 균의 항생제 내성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이다.
설명을 들은 후 진료자의 73.7%인 445명이 ‘선별검사를 받고 균이 있다면 치료를 받겠다’고 대답했으며 3.5%인 21명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110명은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으며 28명은 기권했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이전부터 헬리코박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진료자는 ‘선별검사 및 치료’를 선택할 확률이 높았다. 대다수는 그들의 선택결과와 관계없이 이같은 설명자료가 제공되는 것에 찬성했다.
조 교수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현재 진료지침에서는 치료의 이득, 위험, 비용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무턱대고 검사를 받기보다는 자신의 가족력, 예방치료에 대한 선호도 등을 따져본 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의료체계에서는 진료시간이 짧아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의사가 권유하는 치료를 받을 때가 많다.
신 교수는 “환자가 특정 치료의 장·단점을 잘 알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자신의 상황과 가치관 등을 고려해 환자가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돕는 공동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는 검진 전 전문의 사전상담을 통해 환자 개개인의 상황과 선호를 고려한 맞춤형 검진을 제공하고 있다.
조비룡·신동욱 교수팀의 연구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헬리코박터(Helicobacter)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