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마비 야기, 부분 노출시 10분 이상 물로 씻어야
구미 국가산업단지, 청주 LCD 화학공장에 이어 최근 삼성반도체 화성공장까지 1년 새 3번이나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불산(불화수소)은 피부조직과 만나 국소적으로 조직괴사를 발생시키는 화학화상을 일으키고 몸속으로 침투해 칼슘 등 전해질 수치를 떨어트려 2차적인 증상까지 야기해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불산, 입자가 작아 피부 침투율이 높아
불산은 유리 부식, 주물의 모래 제거, 스테인레스스틸 표면처리 등에 효과적이어서 산업체에서 많이 쓰인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를 세척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소량이기는 하지만 화장실 청소제, 치약, 화학비료, 농약 등에도 함유돼 있다.
불산은 유리나 금속을 녹일 만큼 독성이 강하고 다른 할로겐 이온보다 입자가 작아 위험하다. 소량의 누출에도 영향력과 피해정도가 커 정부에서도 위험 유독물질로 선정해 관리하고 있다. 불산을 취급하는 산업체는 반드시 유독물질 지도점검을 받아야 한다.
국내 불산 노출 기준 ‘0.5㏙’
불산은 1㏙ 이상 노출되면 악취가 난다. 3㏙에 노출되면 눈과 인후두에 자극이 생긴다. 이에 미국환경보호국(EPA)은 불산에 대한 산업안전 기준으로 8시간 중 최대 3㏙ 이하로 노출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15분 이내 최대 노출 허용치를 6㏙, 응급처치를 시행하는 기준을 20㏙,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준을 30㏙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국내의 위험성 화학물질에 대한 권고 기준 중 불산의 허용치는 0.5㏙이다.
체내로 침투하면 전신마비 야기
지난 28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불산 저장탱크의 밸브를 교체한지 얼마되지 않아 불산 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 도착한 근로자 5명은 가장 먼저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중 A씨는 다량의 불산 가스에 노출돼 피해 정도가 다른 근로자보다 심했다.
A씨는 응급실 도착 후 심정지가 발생했고 의료진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7~8분 후 심장이 다시 뛰었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이어졌다. 이어 화상전문병원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부정맥이 지속되며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결국 목숨을 거뒀다.
이처럼 불산은 피부조직과 결합해 부분적으로 괴사를 일으키는 일반 화학화상과 달리 몸속으로 침투해 인체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해도 내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는 면에서 더 위험하다.
체내로 침투한 불산은 칼슘, 마그네슘 이온과 결합해 대사작용을 일으켜 근육을 움직이는데 필수인 칼슘 수치를 떨어트려 전신마비를 일으킨다. 심할 경우 심장까지 영향을 미쳐 심실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부정맥을 유발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기체 상태의 불산을 흡입하면 상기도에 출혈성 궤양과 폐부종이 생기고, 액체 상태의 불산이 피부에 묻으면 화상 증상이 나타난다.
부분적 노출시 실온의 물로 10분 이상 환부 씻어야
부분적으로 불산이 노출되거나 몸에 닿았을 때 실온의 물로 10분 이상 환부를 씻어야 한다. 전신이 불산 가스 또는 액체에 노출됐다면 곧바로 인근의 병원을 찾아야 한다. 조기치료가 앞으로의 치료시기, 경과 등을 좌우하는 만큼 빠른 시간 내에 화상전문병원으로 옮겨 전문적인 화상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산과 염기 화학물에 노출되면 치료시 세척 이외에는 별다른 중화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산은 중화제의 개념으로 상처부위에 전해질 보충제인 칼슘글루코네이트를 젤이나 액체 상태로 바르거나 피하 주사한다. 통증을 억제하고 조직 괴사의 진행을 늦춰야하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딱지가 생기면 가피제거술을 시행해야 한다. 넓은 부위가 노출됐다면 체내 칼슘과 마그네슘 농도를 반복 측정해 적정 수치를 유지하도록 보충하는 치료를 실시한다. 증기를 흡입했다면 칼슘제로 흡입 치료를 처방한다.
임해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체내로 침투한 불산은 칼슘과 반응해 근육을 마비시키고 심장에도 영향을 미쳐 심장기능까지 저해하는 만큼 다른 화학물질보다 인체에 치명적”이라며 “불산에 노출됐다면 실온의 물로 10분 이상 환부를 씻고 화상전문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6~24시간 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근접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