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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주무진에 한창인 겨울철 별미 ‘복어’
  • 정기욱 기자
  • 등록 2013-01-03 01:48:34
  • 수정 2016-02-18 06: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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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티오닌과 타우린 함량 높아 해장에 ‘제격’

지금 강릉 주문진은 복어가 한창이다. 복어의 제철은 늦가을부터 산란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인 12∼2월 사이의 겨울이다. 복어는 뛰어난 맛과 특별한 성격 덕분에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복어는 어부에게 잡혀 물위로 올라오면 배를 부풀려 화가 난 것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와 비슷한 취지로 진어(嗔魚), 기포어(氣泡魚), 폐어(肺魚), 구어(毬魚)라고도 불렸다.
일본에서는 복어가 물위에서 표주박처럼 보여 후구(河豚=布久)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황복을 하돈(河豚)이나 강돈(江豚)이라고 하는데 산란기에 양자강이나 황화강에 나타나 돼지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졌다. 서양에서는 글로브 피시(globe fish)나 퍼펄 피시(puffer fish) 등으로 불리는데 역시 복어의 부풀어 오른 둥근 모습을 따 이름을 붙인 것이다. 복어가 몸을 부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를 겁주기 위한 것이다.
복어는 맹독을 가진 물고기다. 옛말에 ‘복어 한 마리에 물이 서 말’이라는 말이 있듯 복어는 독을 제거하기 위해 조리 전 충분히 물로 씻어줘야 한다. 세계적으로 분포하는 120~130종의 복어 중 모든 게 독을 갖고 있진 않지만 검복·황복·자주복·까치복은 독성이 강하고 밀복·가시복·거북복의 독성은 약한 편이다. 독이 강한 복어일수록 맛이 좋아 사람들이 즐긴다고 하니 복어 독과 맛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복어는 종류에 따라 독을 가진 부위와 독성에서 차이가 난다. 검복·황복·자주복·까치복·매리복·흰점복 등은 난소·간장·껍질·내장에 맹독 내지 강한 독을 갖고 있고 밀복·가시복·거북복·육각복 등은 독성이 약한 무독성이다.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은 오래 전부터 먹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지, 독어가 스스로 합성하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돼왔지만 과거에 한반 먹이사슬에 의한 것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
아라카와 오사무 일본 나가사키 대학 해양생물학 교수는 독이 없는 복어 양식에 성공했다. 아라카와 교수는 수 년 동안 복어에게 고등어 등 무독성 먹이만 먹여 양식했는데 독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복어는 불가사리와 갑각류, 납작벌레 등 자체에 독이 있는 먹이를 먹기 때문에 몸에서 독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복어의 살은 하얗고 맑고 투명한 빛을 띠고 싱겁지 않으며 담백한 맛이 매력이다. 2000여년 전 조개무지(패총, 貝塚)에서는 복어의 뼛조각도 발견돼 오래전부터 복어를 식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는 수컷 복어의 뱃속에 있는 하얀 이리(魚白)를 서시(西施)의 젖에 비유해 서시유(西施乳)라 칭했다. 춘추전국시대 월(越)나라의 경국지색인 서시(西施)가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끌려간 뒤 부차가 서시의 천하일색과 색향에 빠져 오나라가 망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복어의 뛰어난 맛을 극찬한 이름이다.
복어는 송로버섯(truffle, 불어 트뤼브, 영어 트러플), 철갑상어 알인 캐비어(caviar), 거위의 간인 푸아그라(foie gras)와 세계 4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복어 맛에 대해서 송나라 시인 소동파는 ‘죽음과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고 극찬했고, 일본에서는 복어를 먹지 않은 사람에게는 후지산을 보여주지 말라는 재미있는 말도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외에 동남아시아와 이집트에서도 복어를 먹는다. 이집트에서는 복어 껍질로 만든 주머니를 들고 다니면 돈을 많이 번다고 믿어 복어 껍질로 만든 지갑을 갖고 다니는 장사꾼들이 있다고 한다. 이는 복어를 잡았을 때 배가 풍선처럼 부푸는 것을 재산이 늘어난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고서 산해경(山海經)에는 ‘폐어(肺魚)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기록돼 있어 오랜 옛날에도 복어의 독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하돈(河豚)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있다. 허한 것을 보하고 습한 기운을 없애며 허리와 다리의 병을 치료하고 치질을 낫게 한다”고 복어의 효능이 소개돼 있다.
전날 술을 과하게 마셨다면 복어국이 해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숙취는 알코올이 분해되기 전의 중간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내장에 잔존하다 속과 머리를 아프게 하는데 뜨거운 국물로 이를 풀어주는 것이 해장(解腸)이다.
수원시 파장동에서 20년 동안 복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근순 선복집 대표는 “복어는 간의 해독작용을 강화하는 메티오닌(methionine)과 타우린(taurine) 같은 함황아미노산의 함량이 높다”며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좋아 탕에 미나리 등을 넣어 끓여 먹으면 해장 음식으로 제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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