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는 연간 술 소비량의 3분의 1일 집중되는 시기이다. 이같은 술 판매량과 함께 급증하는 제품 중 하나가 ‘숙취해소음료’이다. 숙취는 흔히 음주 후 8~16시간 후에 나타나는 불쾌한 느낌으로 인체가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보다 더 많은 양이 체내에 들어와 제때 분해되지 못하고 혈액을 타고 전신에 미칠 때 나타난다. 숙취해소음료 제조사들은 ‘음주 성수기’인 연말·연시를 맞아 매출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 해의 성과를 결정하는 큰 규모의 매출이 연말에 결정되는 만큼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2006년 70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숙취해소음료 시장은 올해 2300억원(추정치) 규모로 5년만에 3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1997년에도 740억원 수준인 것에 비하면 10년 가까이 정체기가 있었고 1998년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술자리가 확 줄면서 350억원으로 반토막 나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국내 숙취해소음료시장은 2010년 1645억원, 2011년 2058억원으로 성장했다. 1992년 컨디션 첫 출시 후 매출이 17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20년만에 135배 성장한 셈이다. 대표 제품으로는 CJ제일제당의 ‘헛개 컨디션’, 그래미의 ‘여명 808’, 동아제약의 ‘모닝케어’가 각각 49.4%, 27.5%, 16.0%의 시장점유율(AC닐슨 2012년 9~10월 조사 기준)을 차지하며 3파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92년 11월 ‘컨디션’을 출시한 이후 숙취해소음료 시장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년간 누적판매량은 4억4000만병에 달한다. 컨디션 출시 이후 △1999년 ‘컨디션F’ △2004년 ‘컨디션 ADH’ △2007년 ‘컨디션 POWER’ △2009년 ‘헛개 컨디션 파워’ △2012년 ‘헛개 컨디션’으로 리뉴얼, 꾸준히 성분을 보강하면서 소비자층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동안 연말 안전귀가 캠페인, 다양한 이벤트 등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썼다.
지난 7월 리뉴얼 출시된 ‘헛개 컨디션’은 100% 국산 헛개열매 함량을 기존보다 30% 강화했고, 글루메이트·자리추출분말·황기추출분말 등 숙취해소에 좋은 성분을 함유해 음주 후 빠른 숙취해소를 돕는다.
CJ제일제당은 컨디션 출시 18년 만에 자매브랜드로 헛개음료 ‘컨디션 헛개수’도 출시했다. 숙취해소음료라기보다는 갈증해소 및 간 건강 증진 음료로 분류되는 이 제품은 꾸준히 시장점유율 50% 남짓을 차지해 헛개음료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컨디션 음료에 100% 국산 헛개나무열매 추출액과 100% 국산 칡즙 등을 더해 음주 후 입안이 마르고 갈증이 날 때 도움을 준다. 헛개 고유의 유효성분이 가장 많이 든 열매만을 사용해 효과를 높였다. 방부제뿐 아니라 나트륨, 당류, 지방, 콜레스테롤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아 건강음료로 최근 웰빙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 외에도 숙취해소를 돕는 ‘컨디션 환(丸)’을 출시하는 등 컨디션 브랜드 카테고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업계 2위인 그래미의 ‘여명808’은 1998년 출시된 숙취해소용 천연생약차로 매년 30%정도의 매출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오리나무, 생강, 꿀, 대추, 마가목 등 천연재료를 함유해 알코올의 중간분해물질이자 숙취유발 독성 성분인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를 분해하는데 효과적이다. 두통·속쓰림·갈증·입냄새 제거 등 단순 숙취해소 뿐만 아니라 간기능 개선과 위점막 보호에도 뛰어나다.
‘여명808’이라는 이름은 808번의 실험 끝에 탄생했다는 의미로 제품 정면에 발명가의 사진을 삽입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이 제품은 미국·일본·중국 등 11개국에 특허가 등록됐다. 그래미는 지난해 여명808의 효능을 2~3배 향상시켜 신속한 숙취해소가 가능한 ‘여명1004’를 출시하기도 했다. 판매점마다 다르지만 여명808은 5000원선인데 비해 여명1004는 거의 두배인 1만원선에 팔리고 있다.
동아제약의 ‘모닝케어’는 컨디션과 여명808으로 양분됐던 숙취해소음료 시장에 2005년 후발주자로 나와 해마다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존 제품에 함유된 일본산 글루타메이트(일명 글루메)를 국내산 미배아 대두발효추출액(RSE)으로 대체한 새 모닝케어를 리뉴얼, 출시했다.
리뉴얼 제품에 밀크시슬 추출 분말을 첨가시켜 간세포 파괴시 동반되는 혈중효소(GOT, GPT) 수치의 증가를 억제해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 보호기능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과라나·갈근·상엽·오리나무·울금·양파 추출분말 등 기존 성분의 함량을 두 배 높여 맛과 효과를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