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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늦은 가을, 사랑과 이별에 대해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2-11-18 16:42:17
  • 수정 2012-11-18 16: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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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가을과 겨울 사이에 놓인 쓸쓸한 계절이다. 그렇다보니 요즘 유독 진료실에서 “애인과 헤어졌어요”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이 늘고 있다. 옛 남자가 다시 만나자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헤어진 여자친구를 협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여성 환자들에게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코치하고 있다.

사랑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집착할수록. 즉 사랑의 심리적 에너지가 많이 쏟아질수록, 동전의 반대편에 있는 증오 역시 불같은 에너지를 내기 마련이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옛 애인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살인미수로 구속된 사람도 있었다. 4개월 가량 교제 끝에 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전기충격을 가한 남자도 구속에 이르렀지만, 당한 여성은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짐작이 된다. 피해 여성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이지만 전기충격으로 인해 몸이 화상을 입은 듯 부풀어 오르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등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를 사랑하기는 했나요?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이라는 가사를 보면 헤어진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나를 사랑했나요? 그것만이라도 내게 말해줘요.”라는 후렴구가 있다. 사랑은 책임감 있고 성숙한 두 성인이 서로 자아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서로 비밀을 공유하며, 감정을 나누는 과정이다. 때로는 내 자아의 경계가 허물어질 만큼 내 모습을 상대방에게 많이 드러내기도 하고, 상대의 모습이 나에게 거울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내가 상대방과 이러한 친밀한 감정의 교류를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사랑으로 사기치기도 하고, 장난질도 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의 완성은 결혼인가?

결혼이 사랑의 목표인가? 사랑의 완성이 결혼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NO’이다.  모든 사랑의 관계가 결혼으로 반드시 이어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더 흔하다. 나에게, 가족내에서 또는 인간관계 내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나 과제가 있다면 ‘사랑’의 과정 가운데 삐걱대는 부분이 반드시 생긴다. 사랑에 실패한 아픔으로 상대를 원망하기 보다는 ‘사랑’의 이런 과정이 순조롭지 않더라도 지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이 역시 소중하다.

헤어짐을 통보받았을 때엔 

헤어짐이 일방적이든, 합의로 결정됐든간에 이별한 당사자는 감정적으로 심리적인 에너지를 빼앗기고 용서가 되지 않는다. 용서가 잘 안되니까 억지로 할 수도 없지만 내가 충분히 어떤 한 대상을 사랑했고, 이러한 과정을 밟았다는 그 사실을 스스로 뿌듯하게 여겨야 한다.
“그래, 나는 충분히 사랑을 했고, 성숙한 성인으로 책임감있게 사랑을 시작하고 마쳤어”라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상실감으로 인해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랑도 못할거야’라는 자괴감에 빠지거나, ‘저 인간 때문에 나만 상처 입었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상대방에게 분노를 투사하게 된다. 사랑의 아픔은 다양하게 잊혀져간다. 이 과정은 상당히 복잡할 수도 있고, 간단하게 해결될 수도 있지만 전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과연 약일까?

시간이 지나다보면, 과거 그토록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사랑도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거리로 남게 될 수 있다. 때로는 복잡한 결말을 맺어 다시는 마주치기도 싫은 ‘원수’ 관계로 남기도 한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 사랑의 결과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잊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랑의 미완성, 즉 사랑이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상황을 스스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사랑에 있어 성공적인 결말이 반드시 결혼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망각’이라는 선물이 주어진다. 그토록 애틋했던 사랑도, 그토록 미웠던 상대방도 그 기억마저도 희미해진다.
모든 사랑의 결론은 사실 ‘헤어짐’이다. 슬프지만, 안타깝지만, 받아들이기 싫지만, 어떤 사랑도 영원히 오래 지속되기는어렵다. 죽음을 초월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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