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종철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이 이명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명’(耳鳴, 귀울림)을 귀의 문제로 여겨 이비인후과를 찾던 환자들이 최근 내과와 한의원 등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2~2009년 7년간 한방 이명 치료를 받은 환자는 2.6배 늘어났다. 이와 함께 과거 대부분의 이명 환자가 양방에서 치료하지 못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방을 찾았던 반면 최근에는 처음부터 한방치료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명치료 접근법, 한방치료가 양방보다 다양
한의학계는 이같은 현상을 이명의 원인이 ‘소음’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로 옮겨가고 있는데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접근 방법이 양방보다 한방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종철 마포소리청한의원 원장은 “아직까지 이명 발병에 소음이 최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졌다”며 “소음 자체 때문에 이명이 발병한 것보다 소음을 견뎌낼 수 없는 몸 상태 때문에 이명이 발병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서 이명은 오장육부의 ‘허’(虛)와 ‘실’(實)에 따라 ‘기허이명’(氣虛耳鳴), ‘위허이명’(胃虛耳鳴), ‘신허이명’(腎虛耳鳴), ‘심화이명’(心火耳鳴), ‘담화이명’(痰火耳鳴), ‘풍열이명’(風熱耳鳴)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의학적인 개념에서 ‘허’와 ‘실’은 기운이 부족하고 넘치는 것이다. ‘기허’·‘위허’·‘신허’는 모두 기운이 부족한 ‘허’의 개념이고, ‘심화이명’·‘담화이명’·‘풍열이명’은 기운이 넘치는 ‘실’의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허증’은 귀울림이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피곤하거나 밤에 더 증상이 심해지고, 손으로 막으면 약간 편한 느낌이 든다. 반면 ‘실증’은 귀울림이 나면서 소리가 크게 나고, 손으로 막았을 때 소리가 심해진다.
유 원장은 “이명을 ‘허’와 ‘실’의 개념으로 구분하면 이명과 함께 동반되는 난청·두통·어지럼증·불면증·안구충혈·불안증 등 합병증까지 치료하기 좋다”고 말했다.
마포소리청한의원이 408명의 이명환자를 대상으로 증상을 분류한 결과 ‘담화이명’35.2%, ‘기허이명’ 26.2%, ‘신허이명’ 20.3% ‘심화이명’ 11.2%, ‘위허이명’ 7.1% 순으로 나타났다.
담화이명은 자율신경기능이 항진된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한의학적으로 ‘담’은 인체의 기혈이 순조롭게 운행되지 않아 장부의 진액이 일정 부위에 몰려 걸쭉하고 탁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담이 몰려있으면 열이 발생하는데 상승하는 열이 귀 주변의 순환을 방해해 이명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 담화이명 환자는 성격적으로 완벽주의자나 지나치게 성격이 꼼꼼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한다.
기허이명은 체력이 약하거나 영양섭취가 고르지 못하고 원기가 부족한 상태의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이명으로 주로 수험생에게 발생한다. 소음에 저항하는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어 소리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이명 증상이 생기기 쉽다.
신허이명은 신장의 정혈 기능이 떨어졌을 때 생기는 이명이다. 과도한 성생활을 일삼는 사람이나 노인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이 경우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등을 통해 나타나는 신장 기능의 이상과는 관련이 없다.
심화이명은 과도한 긴장과 정신적 충격으로 가슴부위에 뭉친 열을 발산하지 못해 생긴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자주 나타나고, 최근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 등으로 이해 이명이 생겼다면 이 증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위허이명은 체질적으로 소화기 계통이 약해 만성적인 소화기 질환을 앓거나 식생활이 불규칙한 사람에게 자주 발생한다. 냉한 음식을 지나치게 즐겨 먹거나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나타날 수 있다.
풍열이명은 감기나 만성 중이염과 관련이 깊다. 지속적인 콧물과 코막힘으로 코를 수시로 세게 풀면 이관을 통해 압력이 중이로 전달된다. 이로 인해 고막에 파열과 염증이 생기면서 중이염으로 발전하고 농액이 혈관으로 스며들어 귀가 먹먹한 느낌과 이명을 유발한다. 가득 찬 간의 기운이 머리와 귀로 상승해 화기가 정체되면서 귀 안에 농이 생기고 발열과 심한 두통을 동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