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일반의약품이 오는 15일부터 편의점에서 주말과 야간에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의약품이 약국을 제외한 곳에서 팔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의약품 중 사용경험과 안전성이 확보된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일부품목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돼 15일부터 편의점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간이나 휴일에 의약품 구입으로 불편을 겪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기대 … 구입전 판매 표시 스티커 확인해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은 타이레놀·어린이부루펜시럽 등 해열진통제 5품목, 판콜에이내복액·판피린티 등 감기약 2품목, 베아제·훼스탈 등 소화제 4품목, 제일쿨파프·신신파스아렉스 등 파스 2품목 총13개 품목이다. 이중 소화제 ‘훼스탈골드’와 진통제 ‘타이레놀 160㎎’은 포장공정과 생산라인 재정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각각 다음달과 내년 2월 이후부터 시판될 예정이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이 있어 사용상 불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의 안전한 선택을 위해 제품 포장에 용법·용량·효능·사용상 주의사항 등 허가사항을 요약해 기재토록 했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1회 1일분만 판매할 수 있고, 만12세 미만 청소년과 초등학생은 구입할 수 없다. 의약품 판매를 하는 편의점은 전국 2만 3000여개 중 절반 수준인 1만 1538곳으로 이들 판매점포는 출입문에 판매 표시 스티커가 부착된다. 편의점과 보건진료소가 없는 읍·면지역은 특수장소로 220곳을 지정해 약국과 연계된 마을 지역 파출소, 소방서 등에서 24시간 상비의약품을 판매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집 근처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콜센터(국번없이 129)를 통해서도 안내받을 수 있다.
지난 5월 약사법 개정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 근거 규정이 마련된 이후 정부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제고와 안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지난 7월 5일 의·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운영해 13개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포장단위, 표시기재 변경, 의약품 도매허가 기준 합리화 등 안전상비의약품의 원활한 생산·유통을 위해 제약업계 및 편의점업계와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했다. 지난 9월에는 편의점에서 안전하게 의약품을 취급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를 판매자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24시간 편의점 점주들에게 4시간 집합 교육을 실시했고 시군구에 판매자로 등록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교육을 수료한 사람은 1만 5191명으로 전체 편의점 2만3000개 중 약 66%의 점주가 교육을 받았다.
이번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로 제약업계는 의약품 유통경로가 확대됐다는 것에 환영하면서도 품목수가 제한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된 품목의 업체 관계자는 “일반약 유통 확대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미 시장이 확보된 제품들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선정돼 편의점에서 매출이 상승한 만큼 약국판매 매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편의점을 제외한 슈퍼 등에도 안전상비약이 판매된다면 더 큰 매출이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본격적인 슈퍼 판매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에 위해의약품판매차단시스템을 설치해 유사시 신속하게 의약품 판매를 차단하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내 부작용 신고센터(1644-6223)를 설치해 소비자들이 쉽게 부작용을 상담하거나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