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뇌출혈 중 하나인 ‘지주막하 출혈’이 흡연자에서 발생할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연 후 5년이 지나면 위험도가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윤병우·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팀은 전국 33개 병원에서 426명의 지주막하 출혈 환자(환자군)와 426명의 정상인(대조군)을 비교 분석한 결과 흡연이 지주막하 출혈과 관련 있으며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과를 조만간 국제학술지인 ‘신경학·신경외과학·정신과학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에 게재될 예정이다.
지주막하 출혈은 머리 속 혈관에 생긴 꽈리가 터지는 치명적인 뇌출혈의 일종으로 치명률이 50%에 달하며, 65세 이하 뇌졸중 환자의 27%를 차지한다. 고혈압과 더불어 흡연이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금연이 지주막하 출혈의 위험도를 얼마나 줄이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현재 흡연을 하고 있는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할 위험도가 2.8배 정도 높았다. 특히 1~19갑년 흡연한 그룹은 비흡연자에 비해 2배, 20~29 갑년 흡연한 군은 3.2배, 30갑년 이상 흡연한 군은 5.7배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을 5년 이상 한 사람은 지주막하 출혈의 발생률이 비흡연자에 비해 1.1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전에 담배를 한 갑 이상 흡연한 사람은 금연을 하더라도 비흡연자에 비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할 위험도가 2배 정도 높고 위험도의 감소효과가 적기 때문에 지속적인 금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흡연이 단기적으로 혈압을 높이고 혈액 응고성을 높이며, 장기적으로는 혈관에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켜 지주막하 출혈의 발생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며 “금연이 높은 치명률을 가지는 지주막하 출혈의 발생 위험성을 낮추므로 금연을 장려하기 위한 정부와 보건인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임상연구센터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지난 8월 30일 온라인에 먼저 공개됐으며,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는 영국의학저널 그룹(British Medical Journal Group)도 해외 언론에 소개했다.
☞용어설명
갑년(匣年, pack years)
흡연량의 지표. 하루에 피우는 담배 갑 × 흡연 연수. 예를 들이 하루에 1갑씩 10년 동안 피우면 10갑년이 된다.
지주막하 출혈
사람의 뇌 실질을 감싸고 있는 뇌막은 경막, 지주막, 연막의 3종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중간에 있는 막이 마치 거미줄 모양과 같다고 해서 지주막(蜘蛛膜) 또는 거미막이라 한다. 가장 안쪽에 있는 연막과의 사이에 있는 공간이 지주막하 공간이다. 이 지주막하 공간은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뇌의 혈액을 공급하는 대부분의 큰 혈관이 지나다니는 통로인 동시에 뇌척수액이 교통하는 공간이 된다. 지주막하 공간에 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뇌 지주막하 출혈이라 하며 뇌혈관에서 출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지주막하 공간에 스며들게 된다. 뇌동맥류 파열 등 심각한 원인이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뇌혈관의 기형이나 외상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