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간의 이상적 관계 정립을 위해 고민하는 모든 의료인에게 도움될 만한 책이 나왔다. 일본 기후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동경 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 비도우 세이지씨가 수년전 일본에서 출간한 ‘왜 의사인가’라는 책이 김영설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장(내분비내과 교수)에 의해 최근 번역 출간됐다. 원저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엔젤레스(UCLA)에서 임상의학과 의료사회학을 전공한 의사로 의사라는 직업군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민해왔다.
사람들은 매스컴에 의료사고로 인한 불행한 사건이 보도되면 의사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인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자녀가 의사가 되길 바란다. 의사는 싫지만 자식이 의사이길 바라는 이런 현상은 왜 나타날까? 책을 옮긴 김영설 교수는 이를 의사에 대한 신뢰도의 문제에서 찾는다. 오늘날 의사와 환자의 가장 큰 불행은 서로를 피해자라 여김으로써 불신의 고리가 깊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환자가 의사에게 완전한 정보와 프로세스,결과를 요구하는 시대인 만큼 이제는 의사가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서라도 직업군이 갖는 전문성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의사의 전문성에 대해 고민을 해본 의료인에게 매우 흥미롭고 친절한 책이다. 수년 전 일본 의학계에서 가장 유행했던 말인 ‘의료붕괴’는 응급의료에 대한 접근성 어려움이나 의료제공을 위한 인적자원 배분의 왜곡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고 한국에서도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책은 의사의 프로페셔널리즘(직업정신)을 생각해볼 수 있는 상당히 구체적인 상황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의료인 각자가 서 있는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을 되돌아보면서 괴로워하고 성찰하는 것이 프로정신 추진의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전문직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프로정신이야말로 의료붕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노보컨설팅 출간, 비도우 세이지 지음, 김영설 옮김, 248쪽, 1만3000원, (02)2202-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