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수막구균 백신 … 사망 및 사지절단 동반하는 치명적 질환 예방
발병하면 24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생존하더라도 5명 중 1명은 사지절단, 발작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입는 급성질환인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예방 백신이 국내 최초로 출시됐다. 한국노바티스는 5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백신인 ‘멘비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멘비오는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간균(Haemophilus influenzae type b, Hib), 폐렴구균(Streptococcus pneumoniae)과 함께 치명적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균인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is)의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Hib나 폐렴구균은 지금까지 백신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했지만 이번 멘비오 출시로 수막구균 역시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백신은 수막구균에 의한 침습성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수막구균 감염에 주요원인이 되는 A, B, C, Y, W-153의 5가지 혈청군 중 A, C, W-153, Y 4가지 혈청을 방어하는 4가 다당질 단백결합백신이다. 2010년 미국 및 유럽에서 허가돼 전세계 50개국, 400만명이상이 접종한 대표 수막구균 백신이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이 감염되는 세균성 수막염의 한 종류로 혈류감염인 패혈증(혈액에 균이 침투해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발병 후 첫 번째 증상이 나타난 뒤 24~48시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 급성질환이고, 건강한 사람도 아무런 예고 없이 쉽게 감염될 수 있는 예측불허의 전염성을 가졌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매년 50만명 이상이 수막구균에 감염돼 5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국내서도 2001년부터 현재까지 129명의 감염자 중 11명이 사망에 이르렀다.
두통이나 고열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의료진의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어렵다. 여행, 흡연, 키스, 식기와 컵을 나눠 쓰는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주로 호흡기로 전염되기 때문에 생활환경의 작은 변화가 수막구균에 노출돼 감염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은 기숙사나 군대 등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 어린이와 청소년, 수막구균 유행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 모두 수막구균 백신을 접종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멘비오는 국내 지난 5월 식약청으로부터 11세 이상 55세 이하의 청소년 및 성인을 대상으로 승인을 받았고, 1회 접종으로 4개의 혈청군으로 인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및 패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
이상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초기증상이 감기와 유사하지만 사망할 확률이 10~14%정도로 높고 증상 발현 후 24~48시간 내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살아남더라도 사지절단이나 언어장애 등 평생 중증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어 반드시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주범 한국노바티스 백신사업부 상무는 “뇌수막염은 질병관리본부에서도 감시하고 있는 법정 지정 감염병이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백신이 없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멘비오 출시가 국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예방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시된 멘비오의 유통과 공급은 한국노바티스 백신사업부와 국내 백신 마케팅 및 유통에 대한 계약을 체결한 녹십자, 한국백신이 담당하고, 10월초부터 일반 병∙의원에서 접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