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이 되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환절기 가을철 알레르기 비염이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 하지만 이 질환은 봄 가을 환절기는 물론 무더운 여름철이나 겨울철에도 끈덕지게 환자들을 괴롭힌다. 현대화된 실내 냉난방과 먼지가 쌓이는 카펫,침구,커튼 사용이 일상화된 탓이다.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가장 손쉽고 보편화된 방법은 심할 때 단방약처럼 일시적으로 쓰는 항히스타민제이다. 이들 약의 1~3세대 구분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의 차이를 비교해본다.
알레르기성 비염(Allergic Rhinitis)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항원물질인 ‘알레르겐’(Allergen)이 코의 점막을 자극, 과민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발작적‧반복적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코가려움증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알레르겐이 체내에 침입해도 웬만해선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의 경우 알레르기항원이 체내에 들어오면 혈액 내 면역글로블린의 면역반응이 나타나 비만세포 등에서 히스타민(histamine), 류코트리엔(leukotrien) 등의 화학물질이 방출된다. 이들 화학물질이 지각신경을 자극하면 재채기 중추가 호흡기근육을 작동시켜 재채기가 연거푸 나오게 된다. 또 방출된 히스타민 등이 비강 속의 지각신경을 자극, 분비선에 작용하면 콧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인체의 공기정화기인 코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공기를 걸러주고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정화기능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코가 막혀 숨을 쉬지 못하게 되면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정화능력이 25%정도로 떨어진다. 이럴 경우 정화되지 않은 공기가 인체에 들어와 폐와 심장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경도’와 ‘중등도’ ‘중증’으로 구분한다. 증상의 기간에 따라 짧은 기간에만 발생하는 ‘간헐적 알레르기 비염’과 한 달 이상 오랜 기간 발생하는 ‘지속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분류한다. 아울러 특정한 계절에만 발생하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이 있고, 1년 내내 지속적으로 발작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 일반적인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불리는 질환이 바로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이고 알레르겐, 온도, 습도 등 특이적 자극에 노출될 때마다 일어난다.
항히스타민제, 히스타민 분비 억제해 알레르기 증상 완화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환자의 주 증상과 심한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로는 항히스타민제, 비(鼻)충혈제거제, 항콜린제, 스테로이드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이 있다.
비강에 분무하는 국소용 약제는 경구용 제제보다 전신적인 부작용이 적고 비강 내로 고농도의 약물을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흔히 알레르기 비염과 동반되는 천식이나 결막염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먹는 항히스타민제, 뿌리는 비충혈제거제를 적절히 사용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게 흔한 치료법이다. 다만 증상이 만성적인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분무제도 사용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는 수용체에 작용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현상에 길항작용을 나타내는 약물이다.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등을 동반하는 환자의 70~95%에서 증상이 완화된다.
히스타민은 알레르기 반응이나 염증에 관여하는 화학물질로 기관지를 수축시키고 모세혈관 확장 및 혈관의 투과성을 증대시킨다. 코 점막 속 혈관에는 직접 작용해 혈관의 확장이나 순환장해를 일으키는데 이런 경우 코의 점막이 부어올라 헐게 돼 코막힘을 동반한다. 이런 반응은 수 분 내에 일어나고 4~8시간이 경과하면 호중구‧호산구‧림프구‧대식세포 등 염증세포가 모아지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 반응은 초기 반응과 비슷하지만 재채기와 가려움증이 줄어들고 혈관 일부에 정맥성 혈액이 증가하는 ‘울혈’과 점막 분비가 더 많이 일어난다. 염증반응으로 피로, 졸림, 불쾌감 등 전신 효과가 일어나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히스타민이 인체에 좋지 않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히스타민을 분비하는 것은 정상적인 면역작용으로 △자궁 등 민무늬근의 수축 △소동맥‧모세혈관 확장 △침샘‧창자샘‧눈물샘‧이자 분비증대 △위점막선 분비 촉진 등 약리적인 작용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면역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독소나 이물 등의 유해물질을 중화하는 항원항체반응이 지나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알레르기 반응은 면역의 과잉 항진 상태이기 때문에 히스타민 반응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항히스타민제제는 히스타민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해 콧물, 재채기, 코막힘, 코가려움 등의 증상을 일어나지 않게 방지하는 게 약효의 원리이다. 이 제제는 나날이 발전해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세대별로 구분하고 있다. 1세대는 효과가 빠르고 저렴하지만 졸음 증상이 심하고, 2세대는 1세대에 비해 졸음증상이 완화된 대신 투여 간격이 길어졌다. 3세대는 졸음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 감소 … 졸음‧구갈 등 부작용 우려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지만 졸음, 구갈, 시야몽롱, 배뇨곤란, 변비, 빈맥 등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때문에 이 제제를 복용 시 운전 및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은 피해야 한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 중 가장 많이 상용되는 성분은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maleate)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유한양행의 ‘페니라민’이 있다. 이 제품은 1세대 제품 중 유일하게 올 상반기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히스타민제제 중에서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혈관 및 기도의 효과기세포(效果器細胞 종양세포나 바이러스감염세포의 파괴와 배제에 직접 관여하는 세포군)에 있는 H1 수용체 부위에서 히스타민을 경쟁적으로 저해한다.
이밖에 삼천당제약 ‘나리스타에스점비액(클로로페니라민+글리시리진+나파졸린 복합 성분)’, 현대약품 ‘시노카에이캡슐’, 대원제약 ‘코대원’, 영진약품 ‘콜민-에이시럽’ (이상 클로로페니라민 함유 감기약) 등이 있지만 매출은 부진했다.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제제는 혈관 및 기도의 효과기세포에 있는 H1-수용체 부위에서 히스타민을 경쟁적으로 저해한다. 알레르기 반응에서 히스타민 분비에 의한 증상을 완화시킨다.
하이드록시진(Hydroxyzine)제제는 효과적인 1세대 항히스타민제이지만 진정작용이 강하고 잦다. 고용량 복용 시 상당한 진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중추신경계 피질 하부에서도 히스타민 활성을 억제할 수 있다.
졸림 증상 개선 … 동아제약 ‘타리온’ 상반기 매출 90억원 국내 최고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 제품에 비해 졸림 증상이 크게 개선됐다. 혈관, 위장관, 호흡기관의 H1 수용체 부위에 대해 H1 히스타민으로 유도되는 신체 효과를 저해한다. 임상적으로 뚜렷한 진정작용을 보이지 않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낮은 비율로 진정작용을 보인다.
베실산베포타스틴(Bepotastine besilate) 성분의 동아제약 ‘타리온’은 전체 항히스타민제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이 제품은 올 상반기에만 이미 90억원 이상을 판매해 시장을 휘어잡았다.
세티리진염산염(Cetirizine 2HCl)제제로는 한국유씨비제약의 ‘지르텍’이 상반기 매출 32억원을 올려 2세대 제품으로는 타리온의 뒤를 이었다. 이 제제는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위장관, 혈관, 호흡기관의 H1 수용체에서 히스타민을 강력하게 저해하고 과민반응을 감소시킨다. 1일 1회 복용으로 편리하고, 진정작용이 문제될 시 취침 전에 복용토록 한다.
지르텍 이외의 세티리진 성분 제품으로는 한국휴텍스제약 ‘세트린’, 삼성제약 ‘세티리진’, 메디카코리아 ‘아루텍’, 이연제약 ‘알레리진’, 슈넬생명과학 ‘알메텍’, 아주약품 ‘알비텍’ 등이 있다.
로라타딘(Loratadine)은 말초의 히스타민 H1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저해하고 내약성이 좋아 진정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대표제품인 한국MSD의 ‘클라리틴’은 상반기 매출 7억원 이상을 올리며 같은 성분의 제제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클라리틴 이외에 신풍제약의 ‘노라틴’, 안국약품 ‘노타민’, 대우약품 ‘로라타딘’, 한국유나이티드 ‘로라타인’ 등이 있다.
염산올로파타딘(Olopatadine HCl)은 재채기, 간지러움, 비루 증상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고 비충혈도 감소시킨다. 삼오제약의 ‘알레락’은 올 상반기 2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화약품의 ‘오로파트’가 5억원, 환인제약의 ‘올로스틴’이 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에바스틴(Ebastine)제제로는 보령제약의 ‘에바스텔’이 상반기 2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메퀴타진(Mequitazine)제제 부광약품 ‘프리마란’이 18억원, 염산에피나스틴(Epinastine HCl)제제인 동구제약의 ‘알레스틴’이 15억원, 푸마르산에메다스틴서방성과립(Emedastine Difumarate)제제 코오롱제약 ‘레미코트서방성’이 14억원 매출을 올렸다.
3세대, H1 수용체에만 작용…뇌에 영향 없어
3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뇌에 영향을 주지않고, 히스타민 수용체 중 H1에만 작용한다. 성분으로는 염산펙소페나딘(Fexofenadine HCl)과 레보세티리진염산염(Levocetirizine HCl) 등이 있다.
염산펙소페나딘제제는 1세대 항히타민제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고 세티리진제제와 마찬가지로 위장관, 혈관, 호흡기관 등의 H1 수용체에서 히스타민을 경쟁적으로 저해해 과민반응을 감소시킨다. 대표제품은 한독약품의 ‘알레그라’와 한미약품의 ‘펙소나딘’으로 올 상반기에만 각각 31억원, 8억7000만원 이상을 판매했다. 이외에 염산펙소페나딘 성분으로는 휴온스 ‘알러딘’, 삼천당제약 ‘알레코트’, 슈넬생명과학 ‘엘러딘’, 삼아제약 ‘펙소민’, 동구제약 ‘펙소펜’, 종근당 ‘펙손정’ 등이 있다.
한독약품 ‘알레그라D’는 펙소페나딘과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의 복합제제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이지만 교감신경 흥분에 관련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레보세티리진염산염 제제는 한국유씨비제약 ‘씨잘’이 대표적 약품이다.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올 상반기 3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레보세티리진염산염은 히스타민 H1 수용체 저해제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 세티리진의 활성 이성질체이다. 1시간 내 혈중 최고용량에 도달하고 약 8시간이면 반감기에 접어든다. 계절성 및 지속성 알레르기 비염에 적용하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