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회 서울대 의대 병리과 교수팀은 새롭게 개발한 선택적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돼지췌도를 이식한 당뇨병 원숭이가 1년간 혈당이 조절되며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게 하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이종간 췌도이식으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종 췌도이식 후 8개월된 원숭이가 혈당 및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MD-3 항체와 면역억제제(라파마이신)를 투약한 당뇨병 원숭이 4마리가 돼지 췌도 세포를 이식받은 후 부작용 없이 6개월 이상 생존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돼지췌도 이식 후 1년이 경과한 후속 결과를 23일 공개하였다.
박 교수는 당뇨병 원숭이 4마리 중 1마리는 8개월까지 생존하다 죽었다고 설명했다. 또 면역억제제 투약기간을 달리해 췌도를 이식 받은 다른 원숭이 2마리는 1년간 혈당이 조절되다가 다시 올라가 혈당조절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1마리만이 혈당조절이 잘 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현재까지 원숭이 간문맥에 정상 돼지췌도를 이식한 시도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당뇨병을 치료한 성적이다. 1년이 경과하는 동안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은 점도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혈당이 다시 올라간 2마리 원숭이를 조사해 원인을 파악했으며 현재 이식된 췌도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방법과 돼지췌도를 해마다 재이식하여 오랫동안 혈당을 조절하는 방법 등을 강구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으로 실험 동물이 8마리일 경우 4마리 이상이 6개월 넘게 생존하면 성공한 것으로 판단한다.
박 교수는 동종간 췌도이식 실험에서도 치료 효율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당뇨병 원숭이에 MD-3 항체와 1종의 면역억제제만을 투여한 후 다른 원숭이로부터 채취한 췌도를 이식하는 동종췌도이식을 하였다. 그 결과 원숭이는 8개월 째 평균 70~80㎎/㎗의 정상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존하고 있다. 다른 한 마리는 이식 후 2개월째 80~90㎎/㎗ 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현재 사람 대상 임상에서는 한 명의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췌도의 손상 가능성이 높은 특성상 2~4명의 뇌사자로부터 췌도를 분리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한 마리의 원숭이에서 채취한 췌도만으로 1대 1 이식을 통해 당뇨병 원숭이를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현재 동종 췌도 이식을 받은 원숭이는 최소 용량의 라파마이신만 투여받고 있다. 이는 MD-3 항체에 의해서 면역 T세포가 억제되면 면역억제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채취한 췌도 손상을 줄이고 동종 췌도이식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짐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지금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하는 것이라고 박 교수는 평가했다.
박 교수팀은 내년 말에 사람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의 췌도를 동종 이식하는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이 연구가 최종적으로 성공하면 췌도이식으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환자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동종 췌도이식은 항-CD154 항체가 필요 없고 MD-3 항체와 라파마이신 투여만으로 가능하므로 환자에게 훨씬 빨리 시도할 수 있다. 이어서 동종췌도이식 후 1년 이내에 라파마이신 투여를 중단하는 연구도 계획 중이다.
돼지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은 이종이식의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CD154 항체(혹은 대체 약물)가 개발되면 시행할 계획이다.
박성회 교수는 “이종 췌도이식에 실패했던 원숭이에서 동종 췌도이식에 성공함으로써, 향후 이식용 동종 췌도가 부족한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돼지(이종)췌도를 먼저 이식하고, 추후 필요하면 동종(사람) 췌도를 이식받을 수 있은 길을 열어줬다” 고 말했다.
박성회 교수 연구팀은 이종 췌도이식 임상시험을 준비하기 위하여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형태의 MD-3 키메라 항체를 개발했고 당뇨병 원숭이에 이종(돼지) 혹은 동종(원숭이) 췌도를 이식한 후 효능을 검증하였다. 그 결과 키메라 항체는 부작용이 거의 없으면서 당뇨병 완치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메라항체는 원래 생쥐에서 개발된 항체의 75% 이상을 사람의 항체 성분으로 바꿈으로서 사람에게 주사했을 때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고 부작용을 크게 줄인 항체를 말한다. 따라서 이종 췌도이식에는 키메라 항체를 투여하는 게 효과적이다.
박성회 교수가 개발한 항체 및 키메라 항체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적으로 T세포 면역관용을 유도한 것이다. 1950년대에 동물에서 면역관용을 유도할 수 있음을 피터 메데와(Peter Brian Medawar) 및 프랭크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 교수가 발표한 이후, 장기이식 및 자가면역질환 환자 치료를 위하여 T세포 면역관용을 유도하는 것은 면역학자와 임상의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T세포 면역관용은 우리 몸속에 태어날 때부터 있는 세포, 조직, 장기에 대해서 T면역세포가 공격하지 않는 현상이다. 박 교수의 연구에서 MD-3 항체를 투여하면 당뇨병 원숭이가 이식된 돼지췌도를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조직으로 인식해 T 세포가 이식된 장기를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세계 최초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T세포 면역관용 유도 기반기술을 영장류에서 확립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다른 장기이식과 골수이식 등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적용 범위는 지속적으로 넓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소아당뇨병 환자의 치료와 골수이식 후 치명적 부작용인 이식편대숙주반응을 억제하는 데에 우선 주력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울대(창의선도 연구자), 교육과학기술부(바이오신약장기사업단), 보건복지부(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용어설명 이식편대숙주반응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숙주(수혈 받은 사람의 신체)를 공격해 발열, 발진, 간기능 이상, 설사, 범혈구 감소증(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모두 감소된 상태)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골수 이식 후 일부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으며 일단 발생하면 매우 치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