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일만 고집하다 사고 우려 … 태아‧임부 모두에 악영향
결혼3년 차에 접어든 회사원 임 모씨(30)는 최근 아내와 심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임신 8주 진단을 받고 초기에 몸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고에도 아내가 ‘킬힐(kill heel)’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삭의 연예인들은 물론 요즘 신세대 임산부들에게도 패션이 중요하다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태아와 임부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킬힐 때문에 임 씨의 속은 새카맣게 타 들어간다.
킬힐, 체형 예뻐 보이는 효과 … 다리‧발목‧허리에 부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의 아내 콜린 루니,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 베컴 등 해외 스타는 물론 장동건의 여인 고소영도 임신 5개월째 킬힐을 신고 영화 시사회장에 나타나 화재를 모았다. 얼마 전 종영된 MBC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에서는 극 중 슈어홀릭(Shoeaholic)에 빠진 김선아가 임신사실을 알고도 킬힐을 고집해 주치의에게 낮은 신발을 신으라는 강력한 권유를 받는 장면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이렇게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이 활동성이 보장되며 패셔너블한 스타일을 살려주는 ‘마터너티룩(maternitylook)’ 열풍으로 만삭이 되도록 킬힐을 신는 20~30대 임산부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예비엄마들에게 멋과 스타일을 안겨주는 킬힐은 자신과 태아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여성들의 킬힐은 평균 굽이 10㎝ 이상으로, 중심을 잡기 위해 허리를 곧추세우게 돼 이로 인해 체형이 예뻐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허리는 물론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간다. 무릎 관절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체중의 2배에 달하는 하중에 시달리는데, 킬힐은 높은 굽이 몸을 지탱하고 있어 다리, 발목, 허리에 더 큰 부담을 받는다.
굽 높은 구두, 자세 불안정해지고 균형감 떨어트려 … 허리통증‧족저근막염 유발
여성들이 임신을 하면 체중이 10~15㎏ 이상 증가하고 호르몬 분비로 인해 관절이 약해져 비교적 약한 충격에도 쉽게 손상을 입는다. 배가 불러올수록 몸을 지탱하기 위해 과도하게 허리를 뒤로 젖히는데 이때 요추가 앞으로 나와 요추 전만의 상태가 된다. 임산부들이 흔히 허리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게 바로 이 원인 때문이다.
김윤수 부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임신은 인대의 이완을 증가시키고 급격한 체중증가로 발의 전체 부하지점이 발가락 쪽으로 이동해 허리, 발목, 무릎에 부담이 커진다”며 “보행 시 발이 받는 충격을 적절하게 흡수하지 못하면 허리통증과 족저근막염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체변화가 심한 임산부들이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자세가 불안정해지고 균형감이 떨어지게 된다. 적당한 굽의 신발을 신었을 때보다 척추와 골반에 부담은 심해져 임산부의 부주의로 삐끗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낙상 등으로 태아는 물론 임산부의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함박 부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산부들은 자궁이 커지면 골반과 다리의 혈관이 압박돼 평소보다 발과 발목이 더 많이 붓는다”며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신으면 발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염증과 자극을 증가시켜 임부와 태아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격 흡수하는 편안한 신발 착용…외출 후 마사지로 하지부종‧정맥류 등 예방
킬힐같이 높은 신발이 임산부들에게 해롭다고 해서 밑창이 얇고 낮은 평면형 신발의 로퍼 등이 건강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평면형 신발은 발의 측면 지지 부위가 부실해 보행이 불안하고 넘어질 위험이 있다. 또 완충작용이 취약해 보행 중 지면의 압력과 충격이 그대로 발바닥부터 무릎, 골반, 허리까지 전달돼 쉽게 통증을 느낀다.
때문에 임산부들은 체중증가 및 변화를 고려해 균형과 안정감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신을 신었을 때 발가락이나 발뒤꿈치 등 특정 부위에 압력이 가해지는 신발은 피하고, 발전체에 압력이 고르게 분산되는 신발을 골라야 한다.
발볼에 여유가 있고 에어쿠션 등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깔창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게 바람직하다. 임신 기간 동안 오랜 시간 외출했다면 마사지 등으로 다리의 피로회복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하지부종과 정맥류, 발저림 등을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