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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공화국을 이끄는 빅5의 결투는?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8-21 17:12:21
  • 수정 2013-07-05 16:5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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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 연 2000억원 넘을 듯…서울대 동문이지만 암투 치열

‘대한민국 성형 1번지’인 서울 강남 일대의 성형업계를 이끌고 있는 병원은 리젠, 원진,그랜드,아이디,BK 등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성형외과 그룹이다. 빅5는 병원 규모 및 의사 수, 환자나 매출규모에서 다른 성형외과를 압도한다. 대표원장이 모두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은 의학계나 보건의료공직, 다국적제약사 등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대부분의 여러 진료과목 개원가에서는 지리멸렬한 것에 비해 유독 성형 개원가에서만 잘 나가는 것은 특이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박상훈 아이디병원 원장이 성형외과 환자에게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

리젠, 수백억 들여 타워 신축 …아시아 최대 뷰티센터 건설 가능할까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빅5’의 병원당 평균 연매출을 200억~5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빅5의 전체 매출을 합치면 연간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나 의사수에서는 리젠성형외과가 가장 앞서 있다. 지난 4월 2일 강남 교보문고 인근에 지하 3층, 지상 15층, 연면적 4500㎡의 대형건물을 ‘리젠타워’로 명명하고 기존 강남점을 확장 오픈했다. 전체 의사 36명은 성형 전문의 21명, 마취과 전문의 7명, 치과 전문의 3명, 피부과 전문의 5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의사가 아닌 직원수도 250명에 달해 웬만한 중소기업에 필적한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2003년 졸업 동문인 김우정·이석준 대표원장이 공동 창업했다가 2008년 졸업 동문인 오명준 원장이 가세해 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세 원장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리젠타워 부지인수 및 신축에 100억원 이상의 대출을 얻고, 모 대기업으로부터 모종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형외과 업계가 정점에서 다소 하향하는 시점에 과도한 공격경영을 한 게 아니냐는 평판을 듣고 있다.
리젠은 연간 2만여건의 성형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출 외형은 빅5에서 가장 적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강남점을 확장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안정화되면 넘버원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김우정 원장은 “아시아 최대 뷰티센터를 만들어 성형 한류의 리더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원진·그랜드 성형외과 … 열띤 광고전으로 환자 유치에 성공

원진성형외과(의사수 28명)와 그랜드성형외과(의사수 30명)는 인터넷,지하철,버스 등 대중광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성형외과다. 상대적으로 언론과의 접촉이 적어 기자들이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박원진 원진성형외과 원장(1994년 서울대 성형 졸업 동문)은 성형 소비자의 욕구를 잘 간파하고 대응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유상욱 그랜드성형외과 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나 서울대병원 성형외과에서 전문의 수련을 거치지 않아 성형 동문 명단에서는 빠져 있다. ‘영화배우 신이가 양악수술한 병원’, ‘걔(그 아이)가 성형한 병원’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 인기를 모으는데 성공했으나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들로부터 품격을 떨어뜨렸다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아이디병원은 박상훈 대표원장(1996년 서울대 성형 졸업 동문)이 세운 안면윤곽 전문병원이다. 그에 걸맞게 전체 23명의 의사 중 구강악안면외과 및 교정치과를 전공한 치과전문의가 5명이나 포진해 있다. 지상5층, 지하2층에 연면적 2040㎡ 규모다. 30개 병상과 6개의 수술실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이다.박 원장은 비록 2004년에 개원(당시 박상훈 성형외과)해 출발은 늦었지만 동문 선후배간 경쟁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야심을 비치고 있다.

세무조사와 후발주자 추격으로 다급해진 BK성형외과

BK성형외과는 2007년 7월 BK성형외과와 동양성형외과가 합병해 만들어졌다.수년전만해도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성형전문병원였다. 당시엔 강남에서 16층짜리 빌딩(연면적 2255㎡·682평)을 통째로 쓴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연말까지 BK동양성형외과였으나 해외환자 유치 등에서 ‘동양’이란 단어가 불필요해 ‘뷰티풀 코리아’란 의미와 김병건 원장의 이니셜을 따서 BK성형외과로 이름을 바꿨다.
BK성형외과는 지난달 대표원장 홍모 씨(48)와 신모(48), 금모 씨(52)가 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이미지가 실추됐다. 이들 원장은 세무조사에 대비해 평소 현금 매출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지능적 수법을 썼다. 또 BK성형외과의 실질적 소유자이자 대표원장인 김병건 원장은 지난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100억원대 돈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BK 측은 “경쟁 성형외과들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현금거래 비중이 우리보다 더 높은데 우리만 세무조사를 받아 이렇게 풍비박산이 된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K성형외과는 탈세 혐의 보도 이후 매출이 대폭 감소하는 시련을 겪고 있다. 후발주자인 다른 빅5로부터도 더 이상 넘버원이 아니고 하향세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의료산업적인 측면에서 성형 업계의 양적 질적 발전을 선도하고 성형한류를 일으킨 원조”라며 “후발주자들의 도전에 격차를 더 벌리기 어려울 뿐이지 결코 실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특히 국내 성형외과 가운데 외국인 환자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을 자랑했다.

단일 진료과목에서 국내 성형 빅5처럼 막강한 환자 유치능력 및 매출 경쟁력을 갖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성형외과학회 등에 따르면 전체 1800여명의 성형외과 전문의 중 800~900명이 서울에 몰려 있고 이 중 500~600명이 강남구와 서초구(강남대로 인접)에 몰려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빅5는 서울 성형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환자유치는 물론 광고전에서도 빅5간 암투 치열

그러다보니 같은 동문인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물론 볼쌍 사나운 암투까지 벌이고 있다. Y원장의 경우 웃돈을 줘가며 경쟁병원의 광고가 자기 ‘구역’에 걸리지 못하도록 방해공작을 펴다가 성형외과의사회(개원의 모임) 및 성형외과학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P원장도 ‘누구나 따라하는 병원’이라는 광고문구를 쓰다가 선후배 의사들로부터 분노를 사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G모 성형외과 원장은 “의료계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다보니 이미 비뇨기과나 안과 등에서는 질서가 파괴된지 오래”라며 “성형외과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보다 강력한 자정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그나마의 질서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빅5는 저마다 국내 최고, 국내 최대를 내세우며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그러다 올들어서는 저마다 ‘국내 1위 성형외과’를 고사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세무당국의 세무조사를 받을까 겁나고 경쟁병원의 음해가 두려워져서다. 경기불황에 소규모 성형외과들이 지난해부터 가격 덤핑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질적 동반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윗턱과 아랫턱,치아,얼굴뼈의 위치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양악수술의 경우 3년전만해도 2000만원을 넘었으나 작년부터 1000만원대로 떨어졌고 일부에서는 700만~800만원을 받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고위험 수술의 저가 수주가 난무하면 환자의 위험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빅5가 공룡으로 성형시장을 독식할 지, 아니면 커다란 덩치로 급변하는 시장(덤핑 공세, 타 진료과 의사의 성형시장 진출 등)에 적응하지 못해 좌초할 지 의료계는 우려 반, 호기심 반으로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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