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철에 가장 흔하게 불편과 괴로움을 안겨주는 질환을 꼽으라면 무좀을 들 수 있다. 매년 무좀 증세로 진료받는 환자가 238만명에 이를 정도로 무좀은 빈도가 매우 높은 질환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여름과 계속되는 무더위로 무좀환자들의 고민이 더 심해졌다. 여름철에는 양말 착용으로 발에 습기가 차는데다, 설령 맨발로 다니더라도 슬리퍼나 욕실 등 오염된 공간을 통해 무좀균에 노출되기 쉬어 무좀이 더 극성을 부리게 된다.
무좀은 곰팡이균에 의해 발병하는 표재성 곰팡이증으로 진균이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나 손·발톱, 머리카락에 감염된다. 원인균에 따라 백선(Tinea), 칸디다증, 어루러기로 나누는데 이 중 백선은 피부사상균(dermatophytes)에 의해 피부 바깥층이 감염된 증상을 말한다. 발생부위에 따라 머리백선, 몸 백선, 샅 백선, 발 백선, 손·발톱 백선, 얼굴 백선, 손 백선 등으로 나뉘는데 흔히 무좀이라고 불리는 것이 ‘발 백선’이다. 성인 남성에서 자주 나타나는 발 백선은 피부사상균이 발 피부에 감염을 일으켜 발생하고 백선의 33~4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무좀은 발을 씻지 않아 생기는 지저분한 질환이라는 오해가 있어 인식이 좋지 않지만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절대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보다 위생상태가 좋아진 최근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좀이 생기면 1차적으로 항진균제 연고를 하루 1~2회 정도 증상 부위와 그 주변부에 바르는 국소치료가 일반적이다. 바르는 항진균제는 무좀균이 세포막을 만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효과를 내는데 보통 1~2주 안에 가려움증이나 발가락이 갈라지고 물집이 생기는 증상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완치된 게 아니기 때문에 2~3주 정도는 더 발라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뛰어난 살균·단기간 효과 ‘테르비나핀’… 무좀균 증식 막는 ‘클로트리마졸’
현재 시판중인 바르는 무좀치료제의 주요 성분은 ‘테르비나핀’과 ‘클로트리마졸’로 나뉜다. 테르비나핀(Terbinafine)은 뛰어난 살균과 단시간에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클로트리마졸(Clotrimazole)은 살균효과보다 균의 증식을 막아 서서히 치료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치료기간 측면에서 보면 테르비나핀 계열의 치료제가 뛰어난 것처럼 보일수있지만 다양한 증상을 고려한다면 그렇지만도 않다. 클로트리마졸 계열의 치료제는 꾸준히 발라야 무좀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 치료기간은 비교적 길지만 테르비나핀계열의 치료제에 비해 훼손된 피부를 복원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진물이 나는 무좀 증상에는 묽은 수용액 타입이 효과적인데 비해 각질이 심하게 일어나 굳은살처럼 딱딱해지는 증상에는 크림이나 연고 타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노바티스 ‘라미실’제품 시리즈(왼쪽부터), 바이엘헬스케어 ‘카네스텐크림’, 한국얀센 ‘스포라녹스캡슐’
테르비나핀 성분 노바티스 ‘라미실’, 바르는 무좀치료제 시장 연매출 1위
테르비나핀계열 약물의 대표제품은 노바티스사의 ‘라미실’이다. 테르비나핀이 개발되기 이전에 무좀치료제로 사용되던 아졸(Azole)계열의 약물은 진균성장에 필요한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의 합성을 마지막단계에서 억제해 진균세포 활동을 방해했다. 하지만 테르비나핀은 에르고스테롤 합성 초기단계에서 작용해 무좀균의 활동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사멸시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테르비나핀은 피부사상균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진균세포를 사멸시키는 작용이 있고, 적은 농도로 짧은 기간 사용해도 뛰어난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라미실은 27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바르는 무좀치료제 시장에서 지난해 연매출 100억을 올려 압도적인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3년 국내에 출시된 라미실은 일반의약품 중 무좀이라는 특정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30년 전 영국에서 탄생해 현재 미국과 스위스 등 87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고 대표상품인 ‘라미실 크림’에서부터 무좀부위와 사용자의 개인특성을 고려한 ‘라미실 덤겔’, ‘라미실 외용액’, 라미실 원스’ 등 다양한 제형을 갖추고 있다.
라미실 크림은 우수한 보습효과로 발바닥과 발뒤꿈치 각질의 갈라짐 증상에 더욱 효과적이고, 라미실 덤겔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끈적거림을 감소시키고 바를 때 시원한 느낌으로 잘 도포되는 특성이 있어 족부백선·체부백선에 효과가 있다. 스프레이형 라미실 외용액은 분사 시 적용부위가 넓어 손이 닿지 않는 부위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무좀 부위에 손을 직접 대지 않아 위생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라미실 원스는 효과적인 약물 전달 과정(Film Forming Solution, FFS)을 적용해 단 1회 사용만으로 피부가 벗겨지고 짓물이 나오는 지간형 족부백선을 치료할 수 있다. 피부에 바른 후 2분 이내 투명하고 매끈한 막을 형성해 30분 안에 살진균 농도의 테르비나핀이 각질층으로 전달된다. 형성된 막은 최대 72시간 동안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테르비나핀 성분을 전달하며 13일간 각질층에서 진균을 사멸시킨다.
무좀균 박멸·완치위해 다양한 원인균 한 번에 잡는 ‘카네스텐’
무좀은 각질에 기생하는 피부사상균, 효모균, 곰팡이 등 다양한 진균이 피부에 침투해 나타난다. 무좀균이 피부에 계속 살아있으면 피부의 가려움, 갈라짐, 불쾌한 냄새, 손상된 피부 등을 통해 2차적인 세균감염이 일어날 만큼 심각하게 발전한다.
실제로 발 무좀 환자의 일부는 발 외에도 손·발톱, 손, 사타구니, 가슴, 목 등 다른 부위에도 무좀 증상을 보인다. 때문에 무좀균 박멸과 완치를 위해서는 특정 진균에만 작용하는 치료법보다는 다양한 원인균을 한 번에 잡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때 클로트리마졸계열의 약물이 효과적인데 대표적인 제품으로 바이엘헬스케어의 ‘카네스텐’이 있다.
이 제품은 피부사상균, 효모균 등 다양한 종류의 진균을 살균하는 광범위한 항진균 효과가 있다. 진균증을 동반해 세균성 2차 감염을 유발하는 그람양성균(Gram positive bacillus)과 혐기성세균(Anaerobic Bacteria)에도 효과적이다. 그람양성균은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 그람염색법에 의해 자주색으로 변하는 세균을, 혐기성세균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세균을 뜻한다.
카네스텐은 가려움증 및 냄새를 유발하는 각종 박테리아균을 없애고 진균의 성장 및 증식을 막거나 죽이는 정진균·살진균 작용이 있다. 보습, 습윤 기능도 갖춰 곰팡이균에 의해 손상된 피부의 재건을 도와 무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제형으로는 ‘카네스텐 크림’과 ‘카네스텐 파우더(산제)’가 있다. 카네스텐 크림은 광범위 항진균 효과로 무좀 뿌리까지 제거한다. 무좀치료를 위해 하루 1~3번, 환부에 잘 스며들도록 얇게 펴 발라야 한다. 3~4주 이상 꾸준히 발라야 효과가 있다. 증상이 완화되고 사라졌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진균이 남아있을 수 있어 2주간 더 바르는 것이 좋다.
카네스텐 파우더는 99% 쌀 전분으로 만들어 진 파우더에 클로트리마졸 성분(1%)이 들어간 약으로 땀 등 주위의 수분을 흡수해 연약해진 피부를 항상 부드럽고 뽀송뽀송하게 지켜준다. 카네스텐 크림의 보조로 사용될 수 있고 무좀의 재감염 방지에 효과적이다.
카네스텐 크림은 1973년 출시돼 40여 년간 전 세계 70국에서 판매돼온 무좀치료제로 30년 이상 임상 경험을 통해 성인뿐 아니라 임산부, 유아에게 사용될 만큼 안전성이 입증됐다.
국소치료 실패·만성무좀 시 ‘이트라코나졸’ 복용
무좀에 피부병이나 습진 등이 동반돼 2차감염이 나타나거나 손·발톱에 백선균이 파고들어 희뿌옇게 변형된 경우, 손·발톱이 두꺼워지고 불투명해져 잘 부서지게 된다. 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고 장기간 접촉으로 주위사람에게 전염될 우려가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때는 시판 중인 바르는 치료제로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항진균제를 복용해야 한다.
국소치료로 실패하거나 무좀이 만성화된 경우에도 경구용 항진균제를 써야 한다. 아울러 국소치료제를 이용해 무좀 증상이 완화된 경우에도 무좀균 완전제거 및 재감염방지를 위해 경구치료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발에 생긴 병변이나 질환이 무좀이 아닐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원인균 검사를 받아 진균으로 확진된 후 복용토록 한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한국얀센의 ‘스포라녹스캡슐’과 한미약품의 ‘이트라정’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이 주성분으로 피부사상균과 효모균 등에 대한 광범위한 항진균 적응증이 있고 내성 없이 최대 9개월까지 약효가 지속된다. 하루 1회 보통 1개월 정도 복용한다.
이트라코나졸 등 아졸계 경구용 항진균제는 간에 무리를 준다. 따라서 매일 과음하는 사람이거나, 만성 간질환이나 피로로 간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무작정 복용했다가는 급작스럽게 간부전이 올 수 있다. 이트라코나졸 등 최신 약들은 초기에 나온 아졸계 약물에 비해 간독성이나 위장장애 등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주의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프로피온산클로베타솔(Clobetasol Propionate)’, ‘덱스판테놀(dexpanthenol)’ 성분의 광범위피부질환치료제는 몸 안의 무좀곰팡이를 죽이고 몰아내는데 효과가 없다. 이들 약은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함유돼 있어 바르면 금세 증상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좀균이 기승을 부리는 빌미를 제공해 오히려 무좀이 완치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비록 무좀이 경미한 질환처럼 보이더라도 피부과 전문의와 상담해 필요한 연고나 경구약을 처방받는 게 현명하다.
무좀도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열과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무좀 곰팡이 번식이 늘 수 있어 발을 깨끗이 닦고 잘 말려야 한다. 양말이나 신발은 잘 맞고 통풍이 잘되는 것이 좋다. 발에 땀이 많은 사람은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 양말을 피하고 면양말을 신도록 한다.
많은 무좀 환자들이 무좀 증상을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거나 진료나 허가된 치료제 대신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증상만 사라지면 임의로 치료를 중단해 원인균이 박멸되지 못하고 남아 재발되기 쉽다. 이런 까닭에 실제로 무좀 환자 중 절반 이상이 10년이 넘는 무좀 유병기간을 경험하고 있다.
살균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빙초산에 정로환을 진하게 타서 무좀에 걸린 발을 담그면 금세 무좀이 낫는다는 것도 민간의 통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요법으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상당수 있지만 일부에선 섣불리 사용했다가 화학적 화상을 입거나, 2차적 세균 감염에 노출되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