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4일 ‘도시형 보건지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대한의원협회 소속 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협회 관계자는 서울시의 이번 계획을 놓고 “현재 경영난으로 위기에 처해 있는 동네의원들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건지소 설립 백지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혀 서울시의 계획 진행에 심한 마찰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전문가는 “서울시가 이번 계획에 따라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진료기능을 강화할 경우 의원급 진료기관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이들이 수긍 할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서로 윈-윈하는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 24일 지역 보건소, 시립병원, 민간의료기관, 약국 등을 총망라해 공공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공공의료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를 발표했다. 질병예방, 건강관리 강화, 질 높은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공공•민간•시민간 협력을 통해 건강을 위한 지원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중에서도 지역보건소와 보건지소를 거점으로 건강주치의제, 시민건강포인트제, 영유아와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방문돌봄서비스, 노인건강증진센터 설치, 아동치과주치의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2014년까지 중소형 보건지소 75곳이 확충된다. 그리고 주치의 제도를 통해 질병이 발견되면 진료는 시립병원과 연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동네의원들의 불만은 여기서 터져 나온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도시형 보건지소를 늘리겠다는 계획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는 격’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2000년대 초기까지 건강보험 점유율은 30%대 중반이었지만 의약분업이 시행된 된 이후에는 20% 초반으로 하락했고 폐업율은 8%대에 육박하는 등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다.
윤용선 협회 회장(지인내과 원장)은 “현재 의원급 의원 중 30% 정도는 부채(평균 3억6000만원)에 시달릴 정도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이는 대형병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등 의료체계가 심하게 붕괴된데 원인이 있다”며 “보건지소가 확충되면 어쩔 수 없이 동네의원들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데 서울시가 이런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민들은 의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보건소나 보건지소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동네의원들이 문을 닫게되면 보건소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질환은 경중에 관계없이 큰 병원에서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치료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서울시는 이번 계획을 즉시 철회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영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가 전국 의료취약지역에 보건소와 보건지소 확충계획을 내놓으면서 진료기능 보다 예방, 건강증진을 위한 게이트 키퍼 역할에 비중을 두기로 했다”며 “서울시도 진료는 동네의원과 연계하는 상생계획을 수립한다면 의원급 진료기관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