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저개발국가와 국제기관으로 필수의약품을 지원하는 의약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개발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다국적 제약사들도 회피하고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를 1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성공, 최근 국산 신약 16호인 ‘피라맥스정’을 시장해내놨다.
이 회사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신약개발 제안을 받고, 빌&멜린다 게이츠재단로부터 재정적 후원을 받는 스위스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1999년부터 말라리아치료제를 개발해 지난해 8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피라맥스정의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이 신약은 피로나리딘과 알테수네이트를 주성분으로 한 급성 말라리아 감염치료제로 아프리카 등 주로 열대지방에서 걸리기 쉬운 ‘열대열 말라리아’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남미 등 온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삼일열 말라리아’를 모두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약이다.
지난 7월초 피라맥스 개발 성공 및 발매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보건 관련 국제기구 관계자와 신풍제약 주요 임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특성 탓에 전 인류의 약 절반 가량(102개국)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고 연간 약2억2000만명의 감염자가 발생, 이 중 약 65만명 이상이 매년 목숨을 잃고 있다. 1분당 1명의 어린이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말라리아에 걸리기 쉽고 위생·의료 수준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는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피라맥스정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19개국, 4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세계적 의학지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과 란셋(Lancet) 등에 임상결과가 소개됐고 유럽 의약품청(EMA)의 승인도 받았다. 현재 서·동부 아프리카 34개국, 서남·동남아시아 16개국, 남미 6개국 등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기 위해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세계보건기구나 유니세프를 통한 공익적 차원의 의약품 보급도 검토 중이다. 1일 1회 연속 3일간만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나고,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열대지방에서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김창균 신풍제약 대표는 “1970년대 이후 버미플루·알젠탈(종합구충제),디스토시드(디스토마 구충제) 등 종합 구충제 라인을 갖춰놓고 국내는 물론 저개발국에 합리적 비용으로 감염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며 “이번 피라맥스정 출시는 국내 제약기술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는데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풀이
말라리아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속에 속하는 기생원충이 모기(Anopheles)의 침을 통해 사람의 혈액속으로 침투,적혈구와 간세포에 급성 열성 감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고열과 오한이 교대로 나타나고,빈혈·비장종대·구역·설사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조기에 치료하지 못하면 치사율이 2~1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