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간암 왕국’ 불명예…간염검사 통해 예방인식 넓혀야
대한간학회는 한국이 ‘간암왕국’이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간염검사의 날을 지정해 모든 국민이 자신의 간염바이러스 감염 사실 여부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경우 적기에 치료해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으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오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간염은 간염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데 A형부터 E형까지 5가지가 있고 A형은 급성 간염, B형과 C형은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화, 간암으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요도가 매우 높은 질병이다. 한 해 140만여 명의 A형 간염이 발생하고 감염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B형 간염바이러스는 2억 4천만여 명, C형 간염바이러스는 1억 5천만여 명이 감염됐다. B형 간염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1 바이러스보다 50~100배나 높고 C형 간염바이러스는 정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0년 국민건강통계 자료를 보면 19세 이상 국민의 3.0%가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됐고 C형 간염바이러스의 경우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1%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국민 200만 여명이 만성적인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면서도 상당수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알고 있는 경우에도 적절한 관리를 받지 않고 있다. 김창민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국내 간암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2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2위 일본에 비해 무려 2배에 이른다”며 “간암 왕국의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는 ‘간염검사의 날’ 지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급성 A형 간염’, 전염성 높아 백신으로 예방
우리나라에서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가장 많은 원인은 A형 간염 바이러스(HAV)다. ‘급성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간이 손상돼 간 조직에 급성염증 및 괴사가 생기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성인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A형 간염은 2010년에 1군 감염 병으로 지정된 요주질환으로 위생시설이 불량한 후진국에서 주로 발생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위생시설이 급격히 개선된 국가의 경우 청소년과 성인층의 항체 보유율이 낮아져 발생하기도 한다. A형 간염은 환자의 대변으로 배설돼 수인성으로 전파되고 오염된 식수 혹은 음식을 섭취에 의해 전파된다. 단체생활을 통해 쉽게 전염되고 밀집된 생활을 하는 가족 간이나 어린이집, 학교, 직장, 군대 등에서 집단으로 발병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야외활동 및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A형 간염은 적절한 영양 섭취와 안정을 취하는 것 외에 아직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권장된다.
만성간염 원인 B·C형 간염바이러스
만성간염은 간의 염증 및 간세포 괴사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뜻하고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70~80%에 달한다. 주로 만성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B형과 C형으로 우리나라에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50%, C형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25% 정도이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되고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B형 간염은 전체 인구의 약 5%인 250만명이 감염됐고 이 중 40~50만 명 정도가 만성 B형 간염 환자로 추정된다. 피로감이 가장 흔한 증상이고 심한 경우 황달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B형 간염은 간암 유발인자로 간경화가 없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중 1% 미만에서 간암이 발생하고, 간경화가 있는 HBV 보유자는 매년 2~3%에서 발생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B형 간염바이러스에 이어 국내 만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2000년 표본감시 전염병으로 지정됐고 지난해 발생건수가 4316건으로 보고됐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70%는 만성 감염상태이고 이 중 20~25%의 환자가 20~25년의 기간을 거치며 간경화으로 진행된다. 간경화로 진행된 환자의 1~5%확률로 간세포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심각한 폐해는 예방백신 접종이나 오염된 체액 접촉 회피 등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간염에는 약이 없다’라는 말이 인정받을 정도로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었으나 근래에는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 공히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로서 상당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간염 예방과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국민의 10% 이상이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였던 상태에서 예방백신 접종의 효과로 최근 3%대로 많이 감소됐다. 하지만 이미 감염된 환자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간경화, 간암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어 확실한 예방책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치료시기를 놓치고 있는 환자들이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선진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조차 C형 간염에 감염된 사람 중 75%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대한간학회는 국민의 간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간염 예방 및 대응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을 사회적 책무로 생각하고 노력해 왔다. 간질환 공개강좌, 간염바이러스 무료검진 캠페인, 외국인근로자 무료 검진 행사, 간질환 바로 알기 책자 간행 등의 사업을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학회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간염퇴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적인 차원에서 B형 간염 수직감염 예방사업, 간암 검진사업 등 간염 및 간암 퇴치를 위해 국가적 사업을 수행해 온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업적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상대적 중요성에 비춰 간염바이러스의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효과적 정책은 부재한 실정이다. 대한간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신속히 간염검사의 날을 지정해 모든 국민이 자신의 간염바이러스 감염 사실 여부를 정확히 알고 적기에 치료해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는 환자가 없도록 강력히 건의한다”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국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정책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