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권태영(68) 씨는 최근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헬스클럽에서 하체를 단련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허리디스크가 파열된 것이다. 권씨는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근력운동을 해 와서 무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바벨을 메고 앉았다 일어서려니까 허리가 뜨끔해져 큰일이 난 줄 알았다”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니 허리디스크 진단과 당분간 운동을 중지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들었다”며 씁쓸하게 옷었다.
최근 ‘몸짱’ 바람이 불면서 하체를 돋보이게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꿀벅지’ 등 노골적인 표현들까지 나올 정도로 남녀노소 할껏 없이 국민적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하체단련은 오히려 화(禍)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특히 중년이후 연령층의 경우 인체에서 칼슘이 부족해 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척추손상 등의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권씨처럼 나이가 많은 연령층이 하체운동을 하다 척추손상을 입게 되는 것은 바로 근육량 감소와 척추의 퇴행이 함께 진행되는데 그 원인이 있다. 척추뼈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칼슘이 빠져나가 새로운 뼈의 생성이 느려지면서 점점 약해진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는 나이가 들면 디스크 내부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면서 탄력을 잃게 된다. 즉 노화의 원인으로 근육량이 줄어들고 척추가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근력운동을 하면 허리디스크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이 생길 위험이 크다.
하체는 인체의 노화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옛날부터 ‘노화는 하체에서부터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체근육은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빠르게 감소한다. 이유는 바로 중년 이후 감소하는 성(性)호르몬 때문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20대 초반에 최고조에 이르다가 40대 이후부터 매년 약 1.2%씩 감소한다. 이때 근육량은 줄어들고 체지방량은 늘어나면서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젊었을 때와 똑같은 양을 먹고 움직여도 잉여칼로리가 생기고 비만과 근육감소가 더욱 심해지면서 체지방량은 늘어난다. 체형은 팔다리는 가늘고 배는 불룩하게 나온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원장은 “중장년 남성이 운동을 하면서 허리디스크 같은 부상을 입지 않으려면 무리한 근육운동 대신 기초대사량을 높여가면서 허리근육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기초대사량은 나이가 젊을수록, 체격이 클수록, 근육량이 많을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선택하려면 종목과 강도가 중요하다. 근력운동만 하기 보다는 걷기, 수영, 실내자전거, 카프레이즈 처럼 유산소 운동과 하체근력 운동을 함께 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종목이 적합하다. 운동량은 최고 심박수의 60% 수준에서 하루 30분 이상이 하는 것이 좋다. 최고 심박수는 220에서 연령을 빼는 방법으로 산출한다. 예를 들어 60세 남성의 최고 심박수는 160이므로 운동 강도는 심박수가 분당 96회를 유지하는 정도가 좋다.
고도일 원장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데도 하체가 약해지는 느낌을 받거나 통증이 있다면 병원에서 척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 때문에 하체로 가는 신경이 눌려 힘이 없고 아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