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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
포괄수가제, 의료비 ‘가격정찰제’ 발판될까
  • 신정훈 기자
  • 등록 2012-07-16 20:36:09
  • 수정 2012-10-25 11: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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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비용 산출·진료 표준화 핵심과제 먼저 풀어야

포괄수가제가 의료비 ‘가격정찰제’를 향한 발판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포괄수가제에 대해 보험급여를 책정하고 지불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이 제도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는 의사들은 아직까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포괄수가제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포괄수가제는 쉽게 말하면 진료비(병원비) 정액제라고 볼 수 있다.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모든 진료를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에서 ‘포괄’, 진료비라는 의미에서 ‘수가’라는 단어가 합쳐진 용어이다. 치료과정이 비슷한 입원환자군을 분류해 질병별로 보험가격을 정하므로 실제 의료기관의 진료비용을 조사하고 이를 반영해 적정가격으로 정하기 때문에 진료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또 이전 행위별수가제에서 보험적용이 안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했던 비용도 일부 포괄수가에 반영되므로 진료비 부담도 덜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그동안 진료비가 병원마다 다르게 나오면서 혼선을 겪어야만 했지만 백내장수술, 편도수술, 맹장수술, 탈장수술, 치질수술, 제왕절개분만, 자궁수술 7개 질병군에 대해선 가격정찰제가 시행되는 것과 같으므로 진료비 편차를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도 병원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웹사이트에 공개한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대형 대학병원)의 2010년 암 진료비와 입원일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똑같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도 진료비가 병원별로 최대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똑같은 치료인데도 병원별로 진료비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표준 진료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진료 행위별로 의료행위 가격(수가)이 정해져 있지만 어떤 처방을 얼마나 오래할 것이냐는 병원과 의료진의 재량이다.

전문가들은 병원의 진료비를 통일하려면 표준 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2300여 병의원에서 시행 중인 ‘포괄수가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의사들의 반발은 크다. 암 등 중증치료로 까지 확대된다면 상급병원들의 경영난을 초래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암 등 중증수술과 치료에 까지 포괄수가제가 확대돼 적용되면 경영난 등 자칫 의료대란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며 “특히 이럴 경우 국내 보다는 외국의 병원에서 중증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이 생겨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확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부문 진료비는 더욱 천차만별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최근 전국 335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MRI, 컴퓨터단층촬영(CT), 초음파 검사 등의 의료 행위로 병원들이 법적 제한 없이 임의로 비용을 책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복부 초음파의 경우 최대 22만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가장 큰 편차를 보여 9배 차이를 보였다. 또 최첨단 암 진단기인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의 경우 최대 110만2000원에서 최소 30만원만으로 3.7배나 차이가 났다. 전신 MRI는 최대 123만4000원에서 최소 40만원, 척추 MRI는 최대 127만7560원에서 최소 44만5007원의 편차가 있었다. 경실련 측은 “병원별로 의료인력의 질, 장비와 시설 등에 차이가 있지만 진료비가 9배나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포괄수가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가 기대하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 진료 표준화 등의 효과는 낙관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국회차원에서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포괄수가제의 예견되는 문제점으로 정부는 행위별수가 적용시 비급여항목인 서비스를 포괄수가에 포함해 급여항목으로 전환하도록 제도를 설계해 진료 표준화 및 진료비 정액제가 보험재정 절감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포괄수가제 시행과 관련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핵심 과제로 △서비스 원가산정 △총비용 산출에 대한 정확성 제고 △진단별 진료의 표준화를 꼽았다. 우선 포괄수가를 정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제공할 세부 서비스 목록을 작성하고 각각의 원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원가의 파악은 정기적인 시장조사를 통해 꾸준히 개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환자에게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검사와 처치들이 포함된 상태로 최적화돼야 하고 질병군별로 환자분류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보완하는 한편, 질병중증도와 환자의 연령, 다양한 처치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포괄수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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