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의 증가 등으로 정부 각 부처의 내년도 R&D 예산이 올해보다 적게 책정되면서 관련분야의 투자와 개발이 크게 움츠러들 전망이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진행할 신약이나 의료기술의 성패를 결정짓는 임상시험 부문에 대한 예산이 지난해 보다 크게 삭감돼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임상시험기술의 발전을 정부가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최근 보건복지부 등 보건복지 분야 예산 약 4300억원 등 정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액을 책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추진한 정부연구개발(R&D)사업 가운데 미흡 이하 평가 9개 사업의 내년 예산 217억원을 삭감한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해 추진한 정부R&D사업 가운데 54개 사업을 대상으로 성과평과를 실시한 결과 9개 사업이 ‘미흡’ 이하 등급을 받아 예산을 삭감키로 했다.
정부의 재정여건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4세대 방사광가속기, 한국형발사체 등 대형사업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기존 사업들은 대부분 ‘축소’ 또는 ‘현상유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는 보건의료서비스의 혁신 및 전달체계 개선, 비용감소, 고품질화 등을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도할 보건의료서비스 R&D 부문에 20억원이,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예산은 지난해 3522억원 보다 5% 인상된 3697억원이 책정됐다.
복지부 예산 가운데 질환극복기술개발비 92억원이 증액됐고 시스템통합적항암신약개발 부문도 약 20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안전한 의약품과 의료기술 개발이 나올 수 있는 임상연구인프라조성 부문에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34억원이 삭감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진행된 예산편성은 신약 등 한국의 보건산업에 대한 글로벌화를 위한 사업 중심으로 진행됐다”며 “현재 1차와 2차 요구분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산편성은 오는 7월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시험의 경우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인 향상은 부족하다. 이번에 정부가 관련예산을 삭감한 것은 의료와 의약분야에서 실제적으로 필요한 부분에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양적인 부분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임상시험에 전체 예산의 30%를 사용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의사들이 알아서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소홀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의 경제성도 임상시험에서 돌출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발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상시험은 방대한 자료 축적과 관리, 환자 관리로 인해 대부분 고비용의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