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알코올중독자들은 95%가 자의적 의사 보다는 가족의 권유 등 비자의적인 형태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에 입원해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250명 중 자발적 입원은 약 12.5명인 5%에 불과하고 95%인 237.5명은 가족이 비자의적으로 입원을 시켜 치료를 받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중독자들이 자발적인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예로부터 술을 마시는데 너무 관대한 한국의 잘못된 ‘음주문화’에서 비롯된다. 병원에 따르면 알코올중독자들은 술을 끊지 못하는 증세가 심해지더라도 자신은 ‘애주가’라고만 생각하지 중독을 인정치 않는다고 한다. 이들이 입원하게 되는 이유는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서 가족들이나 주변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향이 점점 심해지고 이를 견디다 못한 가족이 강제로 입원시키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 증세는 진행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구분할 수 있다. 초기 단계에는 2~3일에 한번은 꼭 음주를 하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간이 많이 손상돼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중기에 이르면 초기와 반대로 자신의 문제를 부정한다. 술 없이는 살 수 없어 심리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는 거의 매일 혼자 술을 마시게 된다. 이 때문에 직장생활은 물론 가족관계도 악화될 수 있다. 말기에는 폭력 등의 사고를 저지르고 알코올 유발 정신병, 알코올성 치매로 고통을 받는다. 심리적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이무형 원장은 “우리나라는 관대한 술 문화 때문에 음주자들과 알코올중독자들은 자신의 술 문제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자발적인 치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매우 저조하다”며 “가정이나 직장에서 폭력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므로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알코올중독 치료와 관련해 지난 12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단이 다사랑중앙병원을 방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정신보건정책 대표단 소속 조사관 2명은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한국의 정신건강정책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이날 오후 병원을 찾아 의료진 및 환자들과 만나 한국의 알코올중독 치료 현황을 조사했다.
수전 오코너 조사관은 “외국에 비해 한국의 알코올중독 치료가 비자의적 입원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며 “의식 변화를 통해 치료에 대한 관심을 높여주길 바란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정신보건정책 대표단 소속 조사관 2명(사진 가운데)이 다사랑병원
의료진들과 알코올 중독증세에 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