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가적인 시책으로 적정 실내 온도에 대한 불시단속,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정전대비 훈련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에 미용실, 식당, 카페 등에서는 시원함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냉방기기를 낮은 온도로 가동시키고 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냉방기기를 최대로 가동시키는 것은 신체에 위험하지 않지만 낮은 온도에 신체가 장시간 노출되면 감기나 냉방병 등 다양한 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 중에는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큰 병으로 확대될 수 있는 ‘레이노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는데 이 병은 수족냉증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심할 경우 피부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부천의 한 미용실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김 모(28·여)씨는 밀려드는 손님에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한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하는 미용실에서 찬물로 샴푸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 온몸에 한기가 들고 손끝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을 느낀 김 씨는 가벼운 질병으로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 레이노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족냉증이 특징적인  ‘레이노증후군’

일반적으로 손발이 차고 저린 증상을 수족냉증이라 부른다. 수족냉증의 원인은 현재까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추위와 같은 외부 자극을 통해 혈관이 수축되며 혈액공급이 줄어 냉기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족냉증은 말 그대로 손발의 한기를 본인 스스로 느끼는 증상이다.
레이노증후군(raynaud’s phenomenon)은 수족냉증 증상을 비롯해 손발의 색이 하얗게 되거나 검푸른 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화가 나타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심한 경우 동상에 걸린 것같이 피부괴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름이 생소하고, 혹자는 레이노이드증후군이라 잘못 발음하기도 하지만 전체 인구의 10명 중 1명이 발병을 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말초혈관 순환장애의 일종인 이 질병은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때 나타난다. 젊은 여성의 유병률이 20~30%에 이르는 이 질환은 실제로 여성이 전체 환자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전신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질환과 감별 필요, 전문의 체계적 진단 필요

레이노증후군은 기온에 민감한 질병으로 추운 겨울같이 기온이 낮은 시기에 많이 나타났지만 요즘처럼 냉방기기를 통해 실내에서 낮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병된다. 또 미용사, 간호사, 건반악기 연주자 등 찬물을 자주 쓰거나, 주로 손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레이노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높다.
증상은 매우 경미하고 일과성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이럴 때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손발이 차고 저린 증세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체계적인 진단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등을 통해 정확히 진단하고 칼슘차단제, 알파차단제 등으로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손발에 궤양이 동반되는 증상이 심할 때는 수술을 통해 치료한다.
문수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증후군 환자의 상당수가 전신경화증, 쇼그렌증후군, 전신성 홍반성 낭창(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의 초기 증상인 경우가 많다”며 “전문의 진료를 통해 유발 원인을 파악하고 진단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레이노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고 여름이라 하더라도 찬 에어컨 바람에 장시간 노출될 때는 가벼운 가디건 등 겉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 설거지, 세안 등 생활 속에서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도 예방법 중 하나며 틈틈이 손발을 마사지 해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한다. 평소 손발이 차고 저리는 혈행장애를 자주 느낀다면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레이노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다.